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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산불 피해면적 80%가 주말 동시다발 발생 왜?

중앙일보 2013.03.11 00:30 종합 12면 지면보기
9일 오후 경북 포항시 용흥동 주택가 뒷산이 불타고 있다. 초속 10m의 강한 바람을 타고 신흥·우현·학산동 등으로 빠르게 확산된 이날 산불은 발생 17시간 만인 10일 오전에야 진화됐다. 이번 산불로 1명이 숨지고 14명이 부상했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주말 남부지방 곳곳에서 일어난 산불이 사망자까지 낸 큰 재난이 된 주된 이유는 고온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때문이다.

100년 만의 3월 고온, 초속 10m 강풍… 화마 26건 불렀다



 지난 9일 서울의 낮기온은 23.8도, 대구는 26.9도, 제주는 28.1도까지 치솟았다. 전국 곳곳이 기상 관측 이래 3월 기온으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영남지방은 비가 충분히 오지 않아 메마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큰 피해가 난 경북 포항의 경우 지난달 10일~이달 9일 한 달 동안 비가 내린 날은 모두 엿새에 강수량은 8.5㎜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66.5㎜의 비가 내린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양이다. 울산 역시 최근 한 달간 강수량이 15.3㎜에 불과하다. 기상청 장현식 통보관은 “지난겨울 눈비가 많이 왔지만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 집중됐고,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눈이 내렸다”며 “현재 경북 대부분과 서부 경남지역은 가뭄지역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대구·포항·영덕에는 6일 이후 5일째 건조경보가 발효 중이다. 건조경보는 실효습도(최근 7일간 평균습도)가 25% 이하인 상황에서 발령된다.



 국립산림과학원 원명수 박사는 “폭설이 내린 겨울 다음에는 경각심이 떨어져 오히려 산불 발생이 느는 경향이 있다”며 “3~4월 강수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대형 재난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에는 바람까지 강하게 불었다. 일본 남쪽에는 고기압이, 북쪽 중국의 보하이(渤海)만 부근에는 저기압이 자리 잡은 탓에 기압 차이가 크게 벌어졌고, 한반도에는 더운 남서풍이 강하게 불어왔다. 9일 낮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포항·울산에는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10m를 넘었다. 작은 불씨가 쉽게 꺼지지 않고 커다란 산불로 번진 이유다.



 주민이나 등산객의 부주의도 문제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 들어 9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모두 83건에 피해 면적도 137㏊에 달한다.



산불 발생 원인을 보면 83건 중 논·밭두렁 태우기에서 시작된 것이 33건(39.8%)으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 쓰레기 소각(18건, 21.7%)과 담뱃불 등 입산자 실화(12건, 14.5%)가 뒤를 이었다. 산림청 김현식 산림보호국장은 “농민들이 각종 병충해를 막기 위해 논·밭두렁 태우기를 하는 등 예년보다 일찍 농사 준비를 시작하면서 산불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과학원 이병두 박사는 “논·밭두렁을 무단으로 태우는 것은 불법”이라며 “논두렁을 태워야 할 때에는 군청·면사무소에 마을 공동소각 신청서를 미리 접수시키고 반드시 산불 진화대원이 대기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쓰레기를 태울 때에도 소각시설의 굴뚝에 철망을 씌우면 불씨가 날아가지 않아 산불 예방에 도움이 된다.



 휴일에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 인력이나 장비를 동원하는 데도 문제가 생긴다.



이번 산불은 오후 3시30분 무렵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경북도 이영중 산림보호계장은 “산불 신고가 지체되면 헬기를 투입한다고 해도 곧바로 해가 져서 헬기를 철수시켜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산불이 났을 때는 신속한 신고와 대응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강찬수·송의호·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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