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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면 빼먹은 죄 8000억원… MS 사면초가

중앙일보 2013.03.11 00:24 경제 4면 지면보기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실수든 고의든 빼먹어 유럽연합(EU)으로부터 5억6100만 유로(8030억원)의 벌금을 얻어맞은 문제의 웹브라우저 선택 화면. [allthingsd.com]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실수라고 주장하는 사건이 발단이었다. 하지만 파장은 크다. 글로벌 웹브라우저 시장이 초긴장 상태다.

“윈도 설치 때 선택화면 빼”
EU, 응징 차원서 거액 벌금
웹브라우저 시장 변화 예고



 MS는 지난주 5억6100만 유로(약 8030억원)의 벌금을 맞았다. 유럽연합(EU)이 응징 차원에서 매겼다. 화근은 MS가 EU에 한 약속 불이행이었다. 이야기는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MS는 “고객이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를 설치할 때 웹브라우저를 자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로 할지, 아니면 구글이 만든 크롬 등 다른 회사 브라우저로 할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EU에 약속했다. 이 덕분에 그해까지 10년 가까이 끌어온 웹브라우저 독점 논란은 잦아들었다.



 MS는 약속대로 윈도 설치 도중 브라우저를 선택하도록 하는 화면을 제시했다. 그런데 운영체제 윈도7이 본격 출시된 2011년 2월부터 그 화면이 사라졌다. 이런 상태가 지난해 7월까지 이어졌다. 이 사실을 EU 공정거래 당국은 까맣게 몰랐다. 경쟁 업체인 구글과 노르웨이 브라우저 메이커인 오페라가 신고한 뒤에야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MS는 “우리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기술적 결함이지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니라는 얘기였다.



 속은 분풀이인가. EU는 MS에 엄청난 벌금을 물렸다. 로이터통신은 “EU가 과거 비슷한 사건에 매겼던 벌금보다 2배 정도 많다”고 전했다. EU는 “MS의 약속 불이행 때문에 유럽 소비자 1500만 명이 브라우저 선택권을 박탈당한 점을 감안했다”고 벌금의 근거를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시장은 벌금 액수보다 앞으로 웹브라우저 점유율 판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에 관심이 크다. 현재 글로벌 웹브라우저 시장의 맹주는 여전히 MS의 익스플로러다. 톰슨로이터 등에 따르면 데스크톱에 설치된 브라우저 가운데 55.82%가 익스플로러다. 2위는 모질라의 파이어폭스(20.12%)이고 3위는 구글의 크롬(16.27%), 4위는 애플의 사파리(5.42%), 5위는 오페라소프트웨어의 오페라(1.82%)다. 반면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브라우저 맹주는 애플의 사파리(55.41%)고, 2위는 구글의 안드로이드(22.82%), 3위는 오페라미니(12.72%)다.



 이번 EU 벌금은 먼저 유럽 브라우저 점유율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MS 익스플로러는 이 시장에서 점유율이 30% 정도다. 한때 50%를 넘었지만 반독점 시비에 휘말리면서 그렇게 낮아졌다. 로이터는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MS가 선택화면을 부활시키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요즘 EU가 경제정책 등을 바꾸면 다른 나라들도 따라 하는 추세다. MS가 다른 나라에서도 고전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FT는 “종합 승부가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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