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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움츠러든 당신에게

중앙선데이 2013.03.10 02:36 313호 31면 지면보기
며칠 전 안타까운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연락해 온 그 친구는 대학 개강 전 쇠 자르는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지금 병원에 누워 있다면서, 21살 나이에 그런 일을 겪으니 너무 힘들다고 스님에게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은 그냥 일을 열심히 하려는 마음에서, 남들보다 빠르게 하려는 마음에서 서두르다가 그만 아차! 하는 순간에 사고를 당했는데, 일을 열심히 안 하면 천천히 하니까 다치지도 않았을 텐데 일을 잘하고 또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너무 강해서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고를 당하고 나니까 정말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의 자세인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일을 겪고 청년은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메시지를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미간이 좁혀지면서 안타까움에 마음이 아팠다. 글 언저리에 깔려 있는 느낌이 마치 세상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가슴속에 뜨겁게 맺혀 있는 듯해 그가 느끼는 고통의 여운은 생각보다 컸다.

 어떤 말을 해줘야 이 친구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나는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생각 끝에 무엇보다도 그 친구가 가진 성실함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자산인지를 일깨워 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자신의 성실함을 믿고 일어서 보길 간절한 마음으로 권해 보았다. 내가 걱정하는 마음을 그도 알았을까? 얼마 후 나를 설레게 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네. 감사해요! 다시 한번 제 성실함을 믿어볼게요.”

 자신에게 닥친 불운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확연히 달라진다.

 내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예전에 나 또한 두 번에 걸친 눈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한쪽 눈이 시력을 회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한동안 너무나 불안했었다. 한쪽 눈만으로 보는 이 세상이 언제 캄캄하게 될지 몰라 두려움과 성냄으로 불안정한 날들을 보냈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만약 내 눈이 남들처럼 그렇게 완벽했다면, 세상을 자연을 그리고 사람의 내면을 이토록 꼼꼼하고 아름답게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길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장애를 가진다는 건 남들만 못한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장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기 자신이 자꾸만 스스로를 작아지게 만든다. 더욱이 한국 사회에서의 장애란 견디긴 힘든 시련의 시간을 보내야 할 정도로 편견이 심하다. 그러나 불행은 그 어떤 편견보다도 남들처럼 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더 많다. 열등감으로 인해 생긴 불만과 불온한 정서가 일상의 행복과 즐거움을 빼앗고 만다. “인간은 다른 사람처럼 되고자 하기 때문에 자기 잠재력의 4분의 3을 상실하는 것이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다. 이것은 비단 신체적 결함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 이제 경직된 마음, 작아진 마음을 조금씩 움직여 보자. 봄이 오는 3월이 아닌가. 세상에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미래도 각자가 정한다. 자신을 믿고 다시 한번 일어나 보길 봄이 오는 길목에서 그대에게 권한다.



원영 조계종에서 연구·교육을 담당하는 교수아사리. 불교 계율을 현대 사회와 접목시켜 삶에 변화를 꾀하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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