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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팀 한국 몫까지 열심히 싸울 것"

중앙일보 2013.03.08 15:57
팀원 18명 중 8명이 대만 화교인 야크 사회인 야구단 회원들이 3일 인천시 송월초등학교에서 연습을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철, 박혁, 이충일, 양승현, 예성걸 감독(화교), 이남선, 장중명(화교), 냉의충(화교), 정일균, 왕수리(화교). [인천=김도훈 기자]




 ”콰이라이(快來)! 자 이쪽으로 어서 오세요!”



예성걸(43) 야크 야구단 감독은 3일 오전 인천 중구의 송월초등학교에 모인 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지난 1일 올 시즌 첫 경기가 궂은 날씨로 인한 운동장 사정 탓에 17일로 연기되자 첫 승을 기원하는 마음에 없던 연습 일정을 만들어 모인 것이다.



야크는 잘 나가는 1부 리그도 아니고 백전 백승을 올려온 강팀도 아니다. 되레 2006년 창단한 4부 리그에다 지난해 14전 7승 7패로 처음 4강에 진출한 평범한 팀이다. 그럼에도 “독수리 발톱이란 뜻의 ‘레터스’였을 땐 늘 7~8위에 머물렀는데 맨 꼭대기에 있는 뿔(야크)로 이름을 바꾸자마자 성적이 좋아졌다”며 너스레를 떤다.



주한대만대표부에서 사무관으로 일하고 있는 화교 출신 예성걸 감독은 “우리는 이 곳이 아니었으면 야구를 못했을 사람들”이라며 화목한 비결을 설명했다. 대부분의 사회인 리그가 외국 국적자는 선출(중고등학교 선수 출신)과 똑같이 취급하는 탓에 한 팀에 2~3명 이상 들어갈 수 없는 탓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제29회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이 우승한 데 이어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사회인야구단 붐이 일자 홍예문리그는 외국인들에도 문을 활짝 열었다. 정원교(49) 회장은 “선교사 출신도 있고 노동자들도 있는데 외국인이라고 해서 모두 야구를 잘하는 건 아니다”라며 “중구에는 차이나타운이라는 지역적 특성도 있고 다들 즐기기 위해 하는 만큼 모두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씨는 덕분에 약사인 매제 냉의충(40)씨와 나란히 합류했다. 평소에도 가족들과 함께 문학구장을 찾아 야구를 즐기던 이들은 야구를 직접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서울 충무로에 사는 장중명(27)씨는 왕복 2시간 반은 꼬박 걸리지만 대표부에서 함께 일하는 예 감독의 말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장씨는 “대학 때도 야구 동아리 활동을 했었는데 훨씬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2006년 창단 당시 3명이었던 화교 멤버는 현재 단원 18명 중 8명으로 늘어났다. 급할 때는 복잡한 사인 대신 중국어로 주문이 오가기도 한다. 정일균(30)씨는 “연령대도 다양하고 국적도 다르지만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다른 팀으로 오라는 제의도 마다 했다고 밝혔다. “중국 유학을 다녀온 뒤 중국어를 쓸 일이 없었는데 화교분들이 많단 얘기를 듣고 일부러 찾아왔다”며 야구와 어학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박혁(31)씨 같은 경우도 있다.



이들의 요즘 최고 관심사는 2일 개막한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다. 한국은 5일 대만전에서 3대2로 역전승했지만 아쉽게도 2라운드 진출에는 실패했다. 예 감독은 “우리로써는 같이 올라가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사실 대만이 질 거라 생각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또 “혐한 플랜카드 등은 지극히 일부 개인의 행동이지 대만인들의 일반적인 생각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대만 대표팀이 한국 몫까지 열심히 싸워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만은 8일 오후 7시 도쿄돔에서 일본과 맞붙는다.



글-민경원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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