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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올레 ‘시즌2’ 4개 코스 꼼꼼 가이드

중앙일보 2013.03.08 04:00 Week&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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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산마을·갯마을 … 발 닿는 곳마다 일본의 속살

올해 개장한 규슈 올레는 모두 4개다. 나가사키(長崎)현의 히라도(平戶) 올레, 구마모토(熊本)현의 아마쿠사·마쓰시마(天草·松島) 올레, 미야자키(宮崎)현의 다카치호(高千穗) 올레, 가고시마(鹿兒島)현의 기리시마·묘켄(霧島·妙見) 올레로 모두 47.4㎞에 이른다. 규슈 올레 2차 개장 행사는 지난달 18∼22일 하루에 한 코스씩 차례대로 돌며 열렸다. 국내에서는 (사)제주 올레를 비롯해 언론사·여행사 등이 참석했다. week&은 규슈 올레 2차 코스 분석을 시도했다.



코스 난이도는 제주 올레의 공식 의견을 따랐고 ‘걷는 재미’와 ‘관광 편의’는 제주 올레와 여행사의 평가에 week&의 의견을 더해 별점(5개 만점)으로 표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 발로 걸어 작성한 규슈 올레 가이드를 소개한다.



(규슈 올레 1차 코스는 지난해 3월 9일자 week& 커버스토리 참조)



글·사진=손민호 기자





3 다카치호 올레 녹차밭 풍경. 깊은 골짜기가 온통 차밭이다.
가장 재미있게 걸었다 다카치호 올레



올해 규슈 올레는 지난해 개장한 코스보다 제주 올레와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관광지는 피하고 자연에 다가서려는 노력이 길에서 읽혔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규슈 올레. 다카치호 올레가 바로 그러한 길이었다.



다카치호는 규슈를 대표하는 활화산 아소산(阿蘇山·1592m) 남쪽 기슭에 있는 산골이다. 아소산 북쪽 자락에 지난해 개장한 오쿠분고 코스가 있다. 다카치호에서는 자동차로 1시간 거리다. 신령한 산자락에 있어서인지 다카치호에는 일본 창건과 관련한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산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두메를 올레길이 헤집듯이 다닌다.



길은 이번에 걸은 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일본 전통극 가쿠라(夜樂) 공연이 열리는 다카치호신사를 지나면 다카치호 협곡이 나온다. 흙길이 아니라 섭섭했지만, 가파른 협곡이 자아내는 풍광은 시야를 압도했다. 협곡을 지나면 한갓진 마을이 나오고, 대숲을 지나면 드넓은 차밭이 펼쳐진다. 여러 개 코스를 연결한 것처럼 전혀 다른 풍경이 이어져 있어 걷는 내내 지루한 줄 몰랐다.



다카치호 올레는 지난해 신청했다가 탈락한 코스다. 포장도로가 너무 많은 게 문제였다. 그래서 올해는 코스를 싹 바꾸었다. 지난해 떨어졌을 때 담당 공무원이 “왜 우리가 떨어졌느냐”며 눈물로 하소연을 했단다.





코스 평가 여행박사 조영우 이사는 “경치도 좋고 길도 좋은데 편의시설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워낙 산골에 박혀있어 개별여행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후쿠오카에서 자동차로 3∼4시간 걸린다. 이번에 개장한 코스 중에서 유일하게 온천이 아니다. 아소산 등산과 오쿠분고 코스를 연계한 산골 올레 형식으로 특화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길 난이도 중(中). 거리 12.3㎞. 5~6시간

걷는 재미 힘든 줄도, 지루한 줄도 모르고 걸었다.

★★★★★

관광 편의 오지 마을에 왔다고 생각하자.



기대치를 낮출 것. ★★





4 아마쿠사·마쓰시마올레는 제방을 따라 걷다가 산을 넘는다.
규슈의 올레섬 아마쿠사·마쓰시마 올레



아마쿠사·마쓰시마 올레는 규슈 올레에서 예외와 같은 코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작은 갯마을 가미아마쿠사시(上天草市)에 올레길이 열렸다. 인구 500만 명이 넘는 후쿠오카현(福岡縣)에도 없는 규슈 올레를 이 한적한 어촌은 두 개나 거느린 것이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가미아마쿠사시 구성원 모두가 하나가 되어 규슈 올레 사업에 열성에 보였다. 이번 개장 행사에서 가와바타 유우키 시장은 아예 “섬 이름을 올레섬으로 바꾸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부터 공무원, 지역 주민까지 열성만 보면 가미아마쿠사가 단연 1등”이라고 규슈관광추진기구 측은 설명했다.



올해 개장한 아마쿠사·마쓰시마 올레는 지난해 개장한 아마쿠사·이와지마 올레와 자동차로 10분 거리다. 두 코스를 연계한 여행이 가능하게 코스를 조정했다. 바닷가를 끼고 걷고 논길을 따라 걷다가 야트막한 산 두 개를 넘는다. 거리는 짧은 편이지만, 높낮이가 있어 쉽지만은 않았다. 대신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조망은 압권이었다.



서명숙 제주 올레 이사장은 “아마쿠사 올레는 제주 올레가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코스”라며 “낙후한 일본 어촌을 한국의 제주 올레가 관광명소로 개척하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 평가 아마쿠사 일대는 일본에서 보리새우로 유명한 곳으로 해산물이 좋다. 온천도 나온다. 그러나 한국 여행사는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참좋은여행 이상필 팀장은 “지자체의 열정은 인정하지만 규슈 올레 말고는 가볼 데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구마모토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다.



길 난이도 중(中). 거리 11.1㎞. 4∼5시간.

걷는 재미 때때로 심심하고 자주 힘들었다. ★★

관광 편의 마땅한 연계 관광지가 없다.



교통도 불편한 편. ★★





2 히라도 올레를 걷는 건 일본의 오래된 어항을 손으로 만지듯이 느끼는 일이다.
외진 항구도시를 걷다 히라도 올레



히라도는 규슈 맨 왼쪽 섬에 붙어있는 작은 항구도시다. 1500년대부터 해외무역을 시작한 일본 근대화의 고향과 같은 곳이지만, 일본 안에서도 여행자의 발길은 뜸하다. 교통이 불편해서다. 한국인 규슈 여행의 출발점인 후쿠오카에서 자동차로 2시간30분 거리고, 철도도 연결돼 있지 않다.



그러나 히라도는 예쁘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연상되는 풍경이 히라도에서도 연출된다. 히라도의 5분의 1이 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무엇보다 500년 이상 묵은 낡은 어항에서 풍기는 아련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문득 혼자 와서 서성거리다 가고 싶은, 그런 도시다.



히라도 올레 가와치토오게에서 내려다본 풍경. 사방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다.
히라도 올레는 히라도의 역사와 자연을 체험하는 길이다. 히라도항에서 시작해, 제주 오름을 닮은 언덕 가와치토오게(川內峠)를 올라 사방으로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보고 다시 시내로 돌아오는 코스다. 시내에서는 시멘트 보도를 걷지만, 코스 내내 평탄한 편이어서 걷기에는 무리가 없다. 히라도 올레를 걸은 날 마침 비가 내려 장쾌한 바다풍경을 못 본 게 아쉬웠다. 제주 올레 안은주 사무국장은 “히라도 올레는 유명 관광지가 아닌 곳을 걸어서 여행한다는 제주 올레 정신에 부합하는 코스”라고 소개했다.



 

코스 평가 한국 여행사는 히라도 코스를 탐탁치 않게 여겼다. 히라도 시내에 기독교 성지가 있어 한국에서도 성지순례를 오긴 하지만, 교통이 불편해 한국인이 찾아오는 건 쉽지 않겠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었다. 여행사 비코(hoteljapan.com)가 히라도 올레 개별자유여행 상품을 만들었다. 항공·숙박만 제공한다. 2박3일 24만원부터. 02-725-3399.



길 난이도 하(下). 거리 13㎞. 4∼5시간

걷는 재미 힘들지 않아 여성들이 걷기에 더 좋다.

거리 풍경이 마음에 든다. ★★★★



관광 편의 히라도까지 가는 게 문제. 온천은 좋다. ★★





기리시마·묘켄 올레에는 일본 근대화의 아버지 사카모토 료마의 일화가 깃들어 있다. 료마공원으로 가는 계단에서.
대박 예감 기리시마·묘켄 올레



기리시마는 한국인도 많이 가는 관광지다. 황량한 풍경의 아소산과 달리 기리시마는 숲길이 많아서 한국 산악회가 선호한다. 기리시마 온천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유황온천이다.



기리시마·묘켄 올레는 자연과 문화가 적절히 어울린 트레일이다. 전통의 관광지를 살짝 비켜가면서도 피하지는 않는다. 묘켄 온천거리에서 시작한 길은 얕은 개울을 따라 이어지다 높이 36m의 이누카이노타키 폭포를 향한다. 이 길이 인상적이다. 거대한 삼나무가 늘어선 숲에서 한없이 산림욕을 즐겼다.



와케(和氣)신사로 접어든 길은 일본 근대화의 아버지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 1836∼67)의 일화가 전해오는 오솔길로 연결된다. 일본에서 TV드라마 소재로 가장 자주 등장한 위인 중 한 명이 료마다. 료마가 기리시마로 신혼여행을 와서 이 길을 걸은 기록이 남아있다. 기리시마시 마에다 슈유지 시장이 올레꾼을 위해 코스 중간에 있는 사저를 개방했다. 시장의 빨래가 널린 개인 화장실을 쓸 수 있다.





코스 평가 한국 여행사가 가장 관심을 보인 코스다. 가고시마공항에서 15분 거리에다, 온천도 좋고 기리시마 산행도 가능해 여행사마다 탐을 냈다. 하나투어(hanatour.com)가 오는 20일부터 매주 수요일 출발하는 2박3일 상품을 내놨다. 이부스키 검은 모래찜질과 올레를 결합했다. 59만9000원부터. 1577-1233. 모두투어(modetour.com)는 기리시마 한국악 트레킹과 올레를 묶었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갔다오는 3박4일 여정으로 4월3일부터 수요일마다 출발한다. 36만9000원. 02-728-8522.



길 난이도 중(中). 거리 11㎞. 4∼5시간.

걷는 재미 10m가 넘는 삼나무숲길의 추억. ★★★★

관광 편의 교통도 좋고 경치도 좋고 온천도 좋고



길도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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