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부, 택지개발지구 해제
금융위기 겪으며 장기 표류
주민 70% 이상 “반대” 입장
검단2지구는 2016년 말까지 690만㎡(약 210만 평)의 땅에 2만1200가구의 아파트를 짓기로 한 개발사업이다. 2008년 8월 이명박 정부가 기존 검단1지구 서쪽 땅을 추가 개발하기로 하면서 신도시 예정지로 지정됐다. 하지만 한 달 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토지 매입 등 사업 착수도 할 수 없는 여건이 됐다. 신도시 개발에 필요한 4조4000억원의 돈을 마련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업이 장기 표류하면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6000여 토지 소유주의 반대 여론이 커졌다. 급기야 사업 시행자인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동으로 지구지정을 풀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는 지경이 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사업부진으로 주민들의 70% 이상이 지구지정 해제를 요구했다”며 “검단신도시는 1지구도 최근에야 보상이 마무리될 정도로 사업이 늦어져 ‘언제까지 재산권만 묶어 놓느냐’는 주민들의 불만이 컸다”고 말했다.
신도시 건설 계획이 송두리째 무산된 건 노태우 정부가 경기 분당과 일산 등에 1기 신도시를 짓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88년 출범한 노태우 정부는 ‘주택 200만 호 건설’ 공약을 지키기 위해 분당·일산 등 5대 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추진력으로 주택건설을 밀어붙였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도 성남 판교, 화성 동탄 등 10군데의 수도권 2기 신도시 개발계획을 잇따라 내놨다. 이명박 정부도 5차에 걸쳐 19곳의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지구를 지정하며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이어갔다. 하지만 2기 신도시 중 상당수는 공급 과잉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난국에 빠져 있다. 아파트가 대량으로 미분양되거나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하남시 감북지구 등 일부 보금자리 지구에서도 주민들이 지정 해제와 개발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밀어내기 식 공급보다는 주거복지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기존의 신도시·택지개발 사업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며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할 곳과 속도 조절이 필요한 곳 등을 구분하고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곳은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주정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