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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기자 블로그] 아우디 징계위원회서 생긴 일

온라인 중앙일보 2013.03.06 11:47
요즘 수입차 업계 뿐아니라 국내 외국기업 임직원들 사이에 아우디코리아(정확한 법인 명칭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화젭니다.



한 마디로 최근 단행된 마케팅 담당 A임원 해고와 징계 의사결정 과정입니다. 여기에는 아우디-폴크스바겐 그룹 본사의 한국인 임직원에 대한 무시?와 무지?까지 속속 드러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아우디-폴크스바겐은 독일을 대표하는 1위 자동차 기업이자 도요타,GM과 함께 세계 자동차 선두를 놓고 다투는 세계적인 기업입니다. 어제 아우디코리아의 홍보대행사로부터 이런 메일이 왔습니다.



==== 아우디 코리아(대표: 요하네스 타머)는 3월 1일부로 마케팅 임원에 요그 디잇츨(Jorg Dietzel) 이사를 선임했다. 디잇츨 신임 이사는 지난 20여년간 유럽,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의 세계적 기업에서 마케팅, 브랜딩 부문의 요직을 두루 거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아우디 코리아 요하네스 타머 대표는 “디잇츨 이사는 아우디 브랜드와 아시아 시장에 정통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며 “1990년대부터 아우디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참여해 왔으며 지난 6년 동안 싱가포르에서 아우디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12년간 아시아 지역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탁월한 성과를 낸 경험을 바탕으로 아우디 코리아의 지속적인 성장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아우디는 세계적인 명성의 프레스티지 자동차 개발 및 생산 회사이다. 2012년 한해 동안 아우디는 약 1,455,100대의 아우디 모델을 판매했으며, 총 60,000여 명의 직원이 아우디 그룹에 종사하고 있다. www.audi.co.kr =======



갑자기 독일에서 마케팅 임원이 부임하게 된 데에는 복잡한 아우디코리아의 속 사정에 있습니다.



지난달 이 회사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던 A이사가 갑자기 그만뒀습니다. 한 마디로 지난달 28일자로 해고된 것인데요. 속 사정이 개운치 않습니다. 아우디가 외국 회사라지만 아직까지 한국 문화에서 수용이 어려운 잘나가는 여성 임원에 대한 시기(?)가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또 해고 과정이 명확한 비리 입증이 아니라 ‘비리가 있다고 카더라’하는 식의 카더라 투서가 이유라는 겁니다.



A씨는 2004년 아우디코리아 설립 이전부터 호텔 등 홍보 업계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톡톡 튀는 여성이었죠. 아우디코리아에서 마케팅을 담당해오면서 33살에 수입차 업계 최연소 여성 임원으로 승진하는 등 승승장구를 했습니다. 자신감 있는 언행과 수입차 업계 최초의 럭셔리 마케팅을 도입하면서 관심을 끌었죠. 강한 추진력 때문에 여러 부하직원들이 힘에 겨워 그만두기도 하는 등 늘 화제를 몰고 다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젊고 잘 나가는 여성 임원에 대해 시기성? 눈치를 보내는 사람도 무척 많았다는 겁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A씨가 국내 거의 처음 도입하다시피한 럭셔리 마케팅 덕분에 아우디 판매가 쑥 늘었다는 겁니다. 독일 본사에서는 “아우디보다 30-40% 가격이 싼 폴크스바겐보다 아우디가 더 잘 팔리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칭찬과 조롱?의 이야기도 나왔다고 합니다.

이처럼 내외부에서 부러움과 질시를 받던 A씨가 전격 해고된 과정은 무엇일까요.



사건은 지난해 11월 아우디 딜러회사 소속 전 간부가 아우디코리아의 임직원에게 영어로 이메일 투서를 보낸 데서 비롯됐습니다. 당시 트레버 힐 아우디코리아 사장은 내부 조사를 한 뒤 처신 잘못에 대한 징계 정도로 끝내려고 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당시 한국에 부임한 지 한 달 정도 된 독일 출신 재무담당 여성임원(CFO)이 독일 본사 감사팀에 이메일을 보내면서 확대됐습니다. 투서 내용은 당시 마케팅 담당 이사이던 A씨가 이벤트 대행사로부터 수천만원의 돈을 뜯어내는 등 수년간 수십 억원을 착복해 왔다는 내용이었죠. 저도 이 메일을 지인을 통해 전달을 받았지만 하도 어이가 없어 지워버렸죠. 문제는 이게 사실이라면 A씨뿐 아니라 아우디코리아 사장과 여러 임원, 독일 본사 임원까지 줄줄이 잘려야 하는 겁니다. 투서의 상당 부분이 내부 직원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도 의심스러웠죠.



투서 내용에는 아우디-폴크스바겐의 서비스가 엉망인 점을 A씨가 마케팅 비용을 많이 써 생긴 일이라는 믿지? 못할 내용도 있죠. 서비스는 세일즈가 나서 해결해야 하는 게 상식입니다. 고객의 서비스 불만은 판매 늘리기에만 급급해 서비스 투자를 게을리한 세일즈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수입차 업계의 정설입니다. 더구나 A씨는 2011년 서울의 한 딜러를 선임하는데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자 ‘아우디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고 반대하면서 세일즈와 대립각을 세웠다고 합니다.



이처럼 투서가 본사로 확대되면서 결국 아우디 본사는 A씨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고 감사팀을 파견해 조사를 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의 발단은 감사 결과 입증된 혐의가 없다는 겁니다. 사실 수십억원을 착복한다는 게 거대한 이권이 걸린 딜러 선정과 연관된 책임자나 재무 라인이 아니고서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이건 제가 수입차 업계를 10년 이상 지켜보면서 생긴 감각입니다.) 더구나 독일 감사팀이 떴는데 아무 혐의도 입증을 못하자 본사에 투서를 보낸 독일인 CFO가 곤경에 처했다는 것이죠. 일은 여기서 또 확대됩니다.



공교롭게도 감사 결과가 나오기 직전인 12월 1일 현재 사장인 요하네스 타머가 부임했고 트레버 사장은 두바이 아우디로 영전을 했습니다. 이어 올해 1월 열린 징계위원회에는 한국에 부임한 지 한 달도 안된 타머 사장, 폴크스바겐을 담당하는 한국인 사장, 그리고 역시 한국에 온 지 두 달도 안된 독일 CFO 이렇게 세 사람이 모여 징계를 논의했습니다. A씨의 조사 결과는 수십억원을 착복한 것은 하나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대신 A씨가 평소 업무 관계로 알던 이벤트 대행사 관계자에게 업체 소개를 부탁해 자신의 집 도배를 했고, 이 과정에서 3개월 늦게 대금을 지급하며 이자를 주지 않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점이 징계의 대상이었습니다.



처음 결정은 권고사직이죠. 이때 부터 수입차 업계에 아우디코리아 파문의 소문이 무성해 졌습니다.



혐의를 밝히지 못했는데 ‘그만두라’고 하자 당연히 A씨는 반발을 했고 거절하자 갑자기 해고 통지가 나옵니다. 한국인 여성이 거대 독일 아우디의 결정을 못 따르겠다는 데 격노한 징계위원회는 해고로 통지를 바꾼 겁니다. 이에 A씨는 ‘해고 무효소송을 내겠다’고 맞섰고 다급해진 아우디코리아는 독일 본사 감사팀을 다시 불렀습니다. 이들은 국내 굴지의 로펌에 의뢰해 A씨의 모든 비리를 찾겠다고 나섰습니다. 관련 직원과 대행사를 불러다 ‘A씨의 비리를 무조건 불어라’라고 했다는 겁니다. 어떻게 이런 식의 조사를 받을 수 있냐고 저에게 하소연한 내부 직원도 있었죠. 이게 무슨 세계적인 명성의 프레스티지 자동차 개발 및 생산 회사가 하는 임원 해고 과정인가요. 일 처리가 누가 봐도 너무 주먹구구식이죠.



현재 A씨는 해고 무효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간에 글로벌 기업이라고 자처하는 아우디-폴크스바겐의 이미지는 상당히 모양새가 좋지 않게 됐습니다.



회사원은 청와대가 임명하는 정무 장관직이 아닙니다. 국회 청문회가 같은 잣대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공직이 아니라는 것이죠. 톡톡 튀는 행실이 부도덕하게 보인다는 잣대를 들이 댔다면 이건 말이 안 되는 것이죠. 더구나 외국 기업에서 외국인이 나서 한국인을 믿을 수 없다는 대한 폄하?까지 작용했다면 이건 또 다른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혐의가 입증되지도 않은 ‘카더라’ 식의 투서를 발단으로 ‘(혐의 입증보다) 품행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해고한다면 어떤 사람도 회사에 남아나지 못할 겁니다. 비리는 정확히 입증해 처벌해야 합니다. A씨의 경우도 투서 혐의가 제대로 입증됐다면 해고 절차가 엉성하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요즘 청담동 아우디-폴크스바겐은 영하 20도 추위라고 합니다. 국내 로펌에 위탁해 추가로 벌이고 있는 조사를 보면 글로벌 기업답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일까요? 같이 일했던 직원들도 처신을 걱정하고 있을 정도라고 하네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보란듯 별다른 ‘빽’도 없이 능력으로 승승장구 해온 A씨가 그 과정에서 적을 만들었고 그 적이 보낸 혐의 입증 안된 투서 때문에 회사원으로서는 가장 큰 처벌인 ‘해고’ 통지를 받는 과정은 월급쟁이의 비애처럼 다가옵니다. A씨가 평소 험하게 대했던 부하직원 관리나 품행이 잘 했느냐 못 했느냐는 또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죠. 이래저래 모래 위에 성을 쌓는 듯 급성장한 수입차 업계가 이제는 추문과 해고 과정까지 도를 넘어선 듯합니다. 공정거래위 등 수입차 업계에 정부의 곱상치 않은 시선이 쏠리는 게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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