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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 만한 전시] 요절한 ‘검은 피키소’ 바스키아를 만나다

중앙일보 2013.03.06 04:10 강남통신 26면 지면보기
장 미셸 바스키아의 1986년도 작품 ‘행렬’(Procession). 나무 판에 아크릴과 나무 부조. 162×244㎝. [사진 바스키아재단]




‘검은 피카소’ 장 미셸 바스키아(1960~88)는 그의 문제적 작품보다 삶이 더 드라마틱하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아이티인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여덟 살 때 교통사고로 장기손상을 입어 비장 제거 수술을 받았다. 병원에 입원한 동안 어머니가 건넨 해부학 책을 들여다봤고, 이게 훗날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바스키아는 정식 미술 교육은 받은 적 없다. 고교 과정으로 대안학교를 다녔고, 2주간 가출해 공원에서 노숙하기도 했다. 1970년대 말 가짜 종교를 팔아 돈을 버는 세이모(SAMO·Same Old Shit·흔해 빠진 쓰레기)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뉴욕 거리 곳곳에 스프레이나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렸다. 낙서예술인 이른바 그래피티(graffiti) 아트가 세상에 얼굴을 내미는 순간이었다.



 그는 82년 22세 나이로 세계적인 현대미술 전시회인 독일 카셀 도쿠멘타에 최연소로 참가했다. 이듬해엔 뉴욕 휘트니 비엔날레에 참가했다. 가고시안·매리 분 등 세계적 화랑은 앞다퉈 그를 초대했다. 주류 미술계에서 성공한 최초의 흑인이 됐다.



 그러나 짧은 영광으로 끝났다. 28세에 마약 중독으로 요절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엔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비판, 흑인 영웅에 대한 찬사라는 일관된 메시지가 흐른다. 야구선수 행크 에런, 음악가 찰리 파커나 빌리 홀리데이 등 흑인 명사를 강렬한 색감으로 묘사했다. 만화와 해부학을 정치적 이슈와 결합한 작품, 낙서와 기호를 화면 위에 붙인 콜라주 작품 등 표현 형식도 혁신적이다.



 지난해 세계 경매 시장에 나온 바스키아의 작품은 총 90점. 이 중 78점이 팔려 낙찰률 87%, 낙찰총액 1억6144만 달러(약 1700억원)를 기록했다. 81년에 제작한 2m 크기의 ‘무제’는 지난해 11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2540만 달러에 팔려 자신의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국에서도 31일까지 바스키아를 만들 수 있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그가 캔버스나 널빤지에 그린 회화와 부조 14점을 전시하기 때문이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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