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강남 식품관 빅3 자존심 건 전쟁

중앙일보 2013.03.06 04:10 강남통신 22면 지면보기
SSG 푸드마켓의 야채 코너. 강남의 프리미엄 식품관들은 저마다 특화 상품을 내세워 강남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압구정·청담동 반경 1km 위치한 세 곳은 지금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SSG 푸드마켓으로 선제 공격
갤러리아백화점, 신개념 고메이 494로 젊은 고객 잡기
현대백화점, 50~60대 주부에 인기

갤러리아·신세계·현대백화점의 식품관 경쟁이 치열하다. 압구정동과 청담동 반경 1㎞ 내에 오밀조밀 위치한 세 백화점 식품관이 강남 식품점 패권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삼파전을 벌이고 있다. 전통적 식품관 강자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이 끊임없는 리모델링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와중에 신세계백화점은 도산대로에 SSG 푸드마켓을 열며 과감한 선제 공격에 나섰다. 후발 주자 갤러리아백화점은 그로서란트(Grocerant·그로서리+레스토랑)라는 신개념 식품관 고메이 494로 지난해 10월 마지막으로 전쟁에 뛰어들었다.



글=윤경희 기자 , 사진=김경록





삼파전은 지난해 7월 SSG 푸드마켓이 등장하며 시작됐다. 종전 강남권, 특히 압구정·청담동 지역 프리미엄 식품시장은 현대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의 양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고속터미널 인근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서초구에선 제왕으로 군림하던 신세계가 다양한 수입 식재료와 유기농식품 등 고급 식자재를 무기로 강남권 공략에 나선 것이다. 백화점 지하매장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장소에 넓은 전용 프리미엄 식품관을 열었다는 소식에 강남은 물론 여의도에서까지 하루 1500~2000명의 사람이 몰려들었다. 고소영·배용준·이영애 등 연예인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갤러리아 고메이 494가 모습을 드러내며 강남 프리미엄 식품관 경쟁이 본격화했다. 갤러리아는 지하철역과 곧바로 연결되는 현대백화점에 비해 교통 편의성이 떨어졌지만 신분당선 개통으로 이런 불편이 확 줄었다. 갤러리아는 한 장소에서 장을 보며 가장 ‘핫’한 레스토랑 메뉴를 먹을 수 있는 새로운 식문화 형태를 제안해 이목을 끌었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소문난 레스토랑과 디저트집 20여 곳을 한데 모아놨다는 점이다. 최소 1~2시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는 이태원의 ‘핏제리아 디 부자피자’의 클라시카 피자, 서소문 한 귀퉁이 작은 매장에서 시작해 샌드위치 업계를 석권한 ‘카페 마마스’의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청포도주스,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의 브루클린 웍스를 여기선 한 상에 차려 먹을 수 있다. 국내 유명 브랜드 레스토랑뿐 아니라 일본 등 외국 브랜드도 유치했다. 또 통상적으로 소박하게 꾸민 다른 푸드코트 분위기와 달리 인테리어는 유럽풍의 고급 레스토랑처럼 꾸몄다. 다른 백화점에 비해 매장 크기가 상대적으로 협소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과감하게 마트의 상품군·포장·유통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일단은 성공적이다. 갤러리아에 따르면 과거 식품관 시절보다 고객 수가 70%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맛집을 찾아다니던 푸드 노마드족(族)이 한곳에서 여러 맛집 메뉴를 먹을 수 있다는 소식에 몰려들었다.



  SSG 푸드마켓과 고메이 494는 강남권 식품매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문제점도 있다. 고메이 494에 관한 가장 큰 불만은 좌석이다. 좌석을 첫 개장 당시 113석에서 300석으로 늘렸어도 여전히 자리를 잡기 힘들다. 처음엔 음식이 나왔는데 자리가 없어 못 먹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자리 잡은 걸 확인한 후 주문을 받는다. 이럴 때 자리 잡고 오라는 직원과 주문 먼저 하겠다는 고객 사이에 불편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한 직원은 “주문해 음식이 나왔는데 먹을 자리가 없다며 손님이 환불을 요구한 적이 있다”며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손님이 좀 불쾌해 하더라도 자리를 잡아야 주문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대만큼 편안한 식사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워낙 테이블 간격이 좁고 사람이 많아서다. 1월 중순 이곳을 찾은 이미경(35)씨는 “유명 음식점이 다 모여 있다고 해서 왔는데 자리 앞뒤로 사람들이 하도 지나다녀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엔 포장해 가야지 식사는 못하겠다”고 말했다.



 갤러리아의 한 관계자는 “모든 푸드코트는 다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또 사람들로 붐비는 것 아니냐”며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고 음식을 자리로 가져다주는 등 서비스가 좋다 보니 고객들이 이곳이 푸드코트라는 걸 자꾸 까먹는다”고 말했다.







 주차 문제는 고객들이 세 백화점 모두에 느끼는 불만 요소다. 하지만 갤러리아에 대해 가장 불만이 많다. 이곳에선 모든 고객에게 발레파킹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좁은 진입로 때문에 차를 맡길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난 1월 13일 일요일 오후 주차에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봤다. 사람이 몰리는 점심(오후 1~2시)과 저녁(오후 6~7시) 시간대에는 15분 이상 걸렸다.



 SSG 푸드마켓의 주차 문제는 처음보다 나아졌다. 갤러리아의 주차 시간을 측정한 같은 날, 주차장 입구에서 자동차 열쇠를 넘기는 데까지 약 5분이 걸렸다. 이곳도 갤러리아처럼 고객 모두에게 발레파킹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낙현 점장은 “주차 문제가 심각했던 건 개장 후 2주 정도이고 지금은 나아졌다”며 “개점 초기 사람들이 너무 몰려 주차로 고생했던 것 때문에 주차가 어렵다는 인식이 박혀버렸다”고 설명했다. 구경하러 온 고객이 준 것도 주차가 쉬워진 요인 중 하나다. SSG의 한 직원은 “처음보다 찾아오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며 “이제는 진짜 장을 볼 사람들만 온다”고 전했다.



  SSG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외국 생활 경험이 있거나 가족 수가 적은 사람은 소량 포장에 스토리를 담은 최상급 식자재 구성에 환호한다. 반면 일부에선 “너무 비싸다”며 쇼핑을 꺼린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접근성이 좋지 않은 데다 식품매장 외에 다른 쇼핑거리가 부족한 게 단점”이라며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수입 식품과 최상급 신선식품이 이른바 ‘청담동 며느리’를 끌어들이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트레이닝복에 슬리퍼 차림으로 편하게 오는 곳이 아니라 잘 차려입고 가는 장소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갤러리아·신세계가 전면전을 벌이는 와중에 식품관 전쟁 승자는 결국 현대백화점이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가로수길 유명 베이커리인 ‘르 알래스카’를 들여오고, 식품관을 공사하면서 치즈 전문점을 새로 여는 등 꾸준하게 리모델링을 한다. 하지만 한 번에 식품관의 큰 틀을 바꾸지는 않는다. 1985년 개점 후 30년 가까이 까다로운 압구정 주민의 주요 쇼핑 공간으로 자리 잡아올 수 있었던 내공이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사는 최모(43)씨는 “갤러리아는 다른 지역 사람까지 몰려와 정신없고, SSG는 집에서 먹는 보통 식사 장보기에는 잘 맞지 않는다”며 “현대는 일단 주차가 편한 데다 식품이 믿을 수 있어 편하게 찾는다”고 말했다.



 이곳의 주요 고객층이었던 압구정동 현대·미성아파트에 사는 50~60대 주부는 갤러리아가 변신하고 SSG가 생겨도 여전히 현대백화점 본점을 이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SSG나 고메이494가 개장할 때 당연히 고객을 뺏길까 걱정했지만 실제론 본점 식품관 매출엔 큰 영향이 없었다”며 “잠시 갤러리아와 SSG로 떠났던 30~40대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에도 문제는 있다. 기존 고객 잡기엔 성공했지만 젊은 고객들은 갤러리아와 SSG에 이미 마음을 뺏기고 있다. 김건하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백화점이 현재로선 가장 실속을 잘 차리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차세대 강남 사람을 잡기 위해서는 진화가 필요하다”며 “다른 곳에서 장을 보던 젊은 층이 50~60대가 되었다고 갑자기 현대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MD 추천 식품과 최고 인기메뉴



애플민트 등 희귀 야채가 자랑 … 연예인들 단골 많아

SSG 푸드마켓 김낙현 점장








과일과 특수 야채가 자랑거리다. 특수 야채는 다른 식품점에서 볼 수 없는 루콜라·샬롯·애플민트·다임 등 10종 이상을 늘 구비해 인근 레스토랑 셰프들이 급할 때 이곳으로 장을 보러 오기도 한다. 곡물·과일 등 자연 식재료를 이용한 아이 먹거리는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특히 연예인들이 단골 손님이다. 평소 아이들이 먹기 싫어하는 멸치를 과자로 만든 ‘와코도 멸치 센베이’와 뉴질랜드 프리미엄 분유 ‘아이엠 엔젯’도 눈여겨볼 만하다.



다른 곳선 보기 힘든 유기농 브랜드 총집합

갤러리아백화점 고메이 494 차원윤 팀장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국내에선 찾기 힘들었던 유기농 브랜드 제품을 눈여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채식주의자에겐 다 알려진 영국 브랜드 ‘바이오나 오가닉’, 유럽에서 인정받는 이탈리안 소스 브랜드 ‘펙’, 프랑스 야채 스낵 브랜드 ‘크라우스티서드’ 등이다. 유기농 과일주스 ‘파운드’도 건강 음료로 인기다. 신선식품으로는 큰 크기와 한 개씩 포장한 독특한 패키지로 인기몰이를 했던 ‘대왕딸기’를 추천한다. 다만 아쉽게 1월 말 제철이 끝나 내년에나 다시 매대에 오른다. 3월엔 고당도 천혜향과 배가 나온다.



서산 화식한우·장인들이 만든 ‘명인명촌’

현대백화점 본점(압구정) 식품관 이경환 과장






현대백화점 본점 식품관은 입맛 까다로운 50~60대 여성의 장보기 명소다. 이곳에선 전국 각지의 장인 40여 명이 각기 만든 소금·참기름·들기름 등을 모아 만든 브랜드 ‘명인명촌’이 명물이다. 현대백화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것들로, 품목 수만 150여 가지에 이른다. 서산 목장에서 들여오는 ‘화식한우’도 탁월한 맛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는다. 출하 전 6개월간 전통 방식으로 여물을 끓여 먹인 소를 도축한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