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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 때 영재검사 … 사교육 시작 갈수록 빨라져

중앙일보 2013.03.06 04:10 강남통신 4면 지면보기
사고력 수학학원으로 유명한 CMS대치영재관의 수업 모습. 초등학생들이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수학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요즘 대치동 키즈는
·2학년은 사고력 수학·논술
5·6학년은 국제중 입시 본격 대비
요즘은 한국어·한자·한국사 3한 교육 유행

믿거나 말거나. 생후 30개월부터 시작하는 대치동 키즈의 과외 연대기를 정리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른바 명문 대학은 꿈도 못 꾼다는 게 대치동 입시 컨설턴트의 주장이다. 사교육 업체의 상술인지 비극적인 현실인지 보통 엄마는 알기 어렵다. 어쨌든 해를 거듭할수록 엄마는 점점 더 불안해지고, 그럴수록 대치동 키즈의 생애 첫 과외 연령은 점점 낮아진다. 엄마 욕심에 아이는 점점 더 피곤하다.





 태어난 지 30개월. 대치동 극성 엄마 손에 이끌려 아이가 사교육을 시작하는 나이다. 두 돌 갓 넘긴 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 영재성 판별 검사를 받는다. 영재성 검사로 유명한 양재동 K학원은 30~47개월 영아를 대상으로 한 영재반을 3단계로 나눠 운영 중이다. K학원의 영재성 테스트 비용은 16만5000원에 달하는 고가지만 매달 전국에서 300여 명이 응시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학원 관계자는 “대체로 36개월 즈음 영재성 판별을 받으러 가장 많이 온다”고 말했다. 검사는 1시간~1시간 30분 교사와 아이가 일대일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영재성을 입증받은 아이는 주 1회 2시간씩 언어·수학·과학·사고력 향상을 위한 통합 수업을 받는다.



 정철희 건국대 미래교육원 교수는 “영재성을 타고난 아이는 확률상 100명에 1명꼴이다”며 "이렇게 많은 아이가 다 영재일 리가 없는데도 모두 영재 학원에 다닌다”고 지적했다. 학원 상술이라는 주장을 우회적으로 한 셈이다.



 이때가 사교육 준비 단계라면 만 4세 전후는 본격적인 사교육이 이뤄지는 시점이다. 이 시기 사교육 목표는 영재원 입성이다. 교육청·과학고·대학에서 운영하는 부설 영재교육원에 들어가기 위해 수학·과학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다. 예체능 교육도 이때 시작한다. 최근 대치동의 예체능 교육은 여럿이 함께하는 게 대세다. 가령 스포츠라면 검도나 골프처럼 혼자 즐기는 종목이 아니라 아이스하키·축구 등 친구와 팀워크를 이룰 수 있는 종목을 선호한다. 음악 교육 역시 향후 오케스트라나 밴드 활동을 염두에 두고 악기를 고른다. 이미애 샤론코칭&멘토링 대표는 “자녀가 한둘인 가정이 대부분이다 보니 예체능 교육을 통해 공동생활을 경험하게 하고 리더십도 기르게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학원 수가 확 늘어난다. 1, 2학년은 주로 사고력 수학학원과 독서논술 토론 학원에 다닌다. 대치동에서 입소문을 탄 학원은 입학시험을 치른 뒤 실제 학원에 다니기까지 대기 기간만 1년6개월에서 2년이 넘는다.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인지도 높은 학원에 다니게 하려면 48개월 때 미리 웨이팅(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놔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엄마들 조바심을 이용해 원생을 끌어들이는 상술”이라고 비판한다. 기다려서 들어가는 학원이라는 입소문을 내기 위한 영업전략이라는 것이다.



 초등 2학년 때부터 선행학습을 시작한다. 국제중 입시에 5, 6학년 내신성적이 반영되기 때문에 선행학습을 통해 학교 시험에서 전 과목 ‘매우 잘함’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해서다. 주요 과목부터 그룹 과외를 시작하거나 내신 준비 특화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다. 영어 교육은 학원보다는 단기 유학을 선호한다. iBT토플 점수 80~90점대(만점 120점)를 목표로 1, 2년 미국·캐나다·영국 등에 다녀온다.



 그러나 강신일 대원국제중 교감은 “국제중 학생 중 유학 경험이 있는 학생은 절반이 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중 입시에서 지원자의 영어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시험을 따로 보지 않기 때문에 학생의 유학 경험 여부가 합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초등 4학년은 국제중 입시에 필요한 체험활동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시기다. 이때 시작한 체험활동 기록이 가깝게는 국제중, 향후 고등학교는 물론 더 나아가 대학 입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신중하게 고른다. 국제중과 과학고를 거쳐 의대를 보내려는 엄마는 아이를 과학 실험 전문 학원에 보낸다. 이곳에서 다양한 실험 과정을 포트폴리오에 담는다. 국제중과 외국어고(또는 민사고)를 거쳐 인문계열 진학을 원하면 경제·역사·철학 심화 과정을 배울 수 있는 학원으로 보낸다.



 영어 사교육을 빼놓을 수 없다. 단기 유학에서 돌아온 학생은 영어 실력을 다지기 위해 디베이트(토론) 학원과 토플 학원을 병행한다. 김은실 세븐멘토 대표는 “대치동 아이가 원하는 영어 실력은 단순히 수능 외국어영역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며 “원서를 자유롭게 읽고 학습과 토론이 가능한,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추기 위해 애쓴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3한 교육’에 관심이 높다. 한국어(논술), 한자, 한국사를 의미한다. 이 대표는 “초등학교 4학년 이전에 3한 교육을 철저히 시켜 놓으면 국제중·민사고는 물론 향후 고시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3한 사교육을 추가하는 엄마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스케줄은 어지간한 고등학생 못지 않다. ▶중·고교에서 배울 내용에 대한 선행학습(수학·과학) ▶국제중 입시 대비용 자기 학년 심화 과정(국어·수학) ▶영어 디베이트와 토플학원 ▶논술·한자·역사 학원 ▶예체능 학원 등이다. 선행학습 등을 과목수에 맞춰 다 하려면 사교육 수가 열손가락은 쉽게 넘어간다.



 6학년이 되면 제2 외국어 수업을 더한다. 대체로 중국어를 택하지만 최근 스페인어를 택하는 학생도 눈에 띈다. 목표는 현지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다. 원어민 강사와 소규모 그룹 과외를 받으며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열 살 안팎의 아이가 입학테스트와 레벨테스트, 산더미 같은 과제로 이어지는 학원 생활을 어떻게 견딜까 싶은데 대치동 아이들은 대체로 순응적이다. 대치동의 공부하는 분위기가 한몫한다는 게 엄마들 판단이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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