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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뽑은 급식 1위, 메뉴가…놀라워

중앙일보 2013.03.06 04:00 Week& 2면 지면보기



서울보다 단가 낮은 성남 보평초 급식이 더 좋아
무상급식 시행 17개월 … 8개 초등학교 첫 점검해보니
서울 초교 급식 단가는 2880원으로 똑같아
학교 노력 따라 급식 질 큰 차이























 










강남, 무상급식 후 급식비 줄어



서울 지역에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전면 실시된 지 17개월이 지났다. 최근 서울시는 공립 초교 556곳에서 실시하는 급식의 1인당 단가를 2880원으로 정했다. 지난해(2580원)보다 11.6% 인상한 금액이다. 그러나 “한 끼당 2880원이 충분하다”고 느끼는 엄마는 많지 않다. 매달 한 달치 식단을 학교로부터 받지만 실물을 보지 못하니 불안하기도 하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공립 초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만족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본지가 압구정초와 청담초 등 8개 학교 급식 사진을 엄마들에게 보여줬더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당시 시교육청 조사엔 사진은 제공되지 않았다. 연간 192일 우리 아이의 점심을 책임지는 학교 급식을 진단했다.  



글=이원진·김소엽·유성운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우리 애가 좀 까다로운 입맛이긴 해도 저학년 때는 별문제 없이 급식을 잘 먹었어요. 그런데 무상급식 이후 맛없다고 굶고 오는 날이 종종 있더라고요. 고학년에 올라가면 음식 남기지 말라고 담임 선생님이 따로 지도하지도 않으니 그냥 굶은 채로 하교하고 나서야 배를 채우는 거죠.”



(이모씨·41·강남구 대치초 6학년 학부모)



“스파게티나 떡국 등 특별식이 나오는 수요일을 빼고는 대체로 먹기 싫대요. 엄마들 만나면 무상급식 후 급식 질이 낮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물가는 점점 오르는데 이 돈으로 어떻게 급식 질이 좋아질 수 있겠어요.”



(성모씨·42·청담초 6학년 학부모)



“무상급식은 애들을 잘 먹이겠다기보다 정치적인 이슈로 시작한 거 아닌가요. 제 주변엔 예전의 유상급식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엄마가 많아요. 지난해 급식 모니터링을 가봤더니 영양사가 예산이 절반으로 깎여 힘들다고 하소연하더라고요. 말은 유기농 재료라는데 믿을 수도 없고, 애들은 맛없다고 하고….”



(최모씨·45·압구정초 졸업생 학부모)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공립 초등학교 89곳은 서울에서 가장 늦은 2011년 11월 친환경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했다. 여야 간 힘겨루기가 작용했다.



 진보 성향의 곽노현 교육감이 이끌던 서울시교육청은 2011년 3월 공립 초등학교 1~4학년에 대해 구청과 공동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했다. 5~6학년은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반대해 지원하지 못했다.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 소속 강남·서초·송파·중랑 4곳 구청장도 오 시장과 함께 버텼다. 그러나 오 시장이 무상급식 여부를 내걸고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사실상 패배한 후 사퇴하자 그해 11월 552개 전 초등학교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이 전면 시행됐다.



 올해 서울 지역 무상급식 예산은 3953억원이다. 서울시·자치구·교육청이 각각 3:2:5의 비율로 나눠 낸다. 학부모는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교육청은 한 끼당 2880원 단가 중 급식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우유를 포함한 식품비가 단가의 90%인 2580원이 넘도록 했다. 또 쌀은 친환경 쌀로만, 농산물의 70% 이상을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토록 권고했다.







보평초 1위, 압구정초 8위



 친환경이란 단어가 붙으니 급식 질이 좋을 거란 기대를 갖게 한다. 또 아무리 1인당 비용이 똑같은 무상급식이라지만 대표적 부촌인 강남 지역은 왠지 급식이 더 좋을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강남 3구 내 초등학교 6곳과 요즘 강남 엄마들이 관심을 갖는 혁신학교와 국제학교 각각 1곳의 2월 중 급식 사진을 찍어 엄마들에게 순위를 매기게 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1~22일 강남 3구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105명에게 학교 이름을 가린 채 8곳의 급식 사진과 식단을 보여준 후 ‘가장 맘에 드는 급식’을 순서대로 고르게 했다. 강남 학교 6곳 급식 사진은 그 학교 재학생 또는 영양사가 찍어준 것이다. 잠원초는 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을 사용했다. 본지는 앞서 강남·서초구에 있는 학교 17곳에 공식적으로 급식 사진을 찍어 보내 달라고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보평초와 채드윅국제학교는 사진을 직접 찍어 보내왔다.



 결과는 의외였다. 1위는 강남 학교가 아니라 경기도 성남에 있는 혁신학교 보평초(31.4%)였다. 보평초는 1인당 급식 단가가 2400원으로 서울 지역보다 낮다. 그런데도 1위를 한 것이다. 서초구의 양재초(22.9%)와 잠원초(15.2%)·서이초(13.3%)가 뒤를 이었다. 압구정초(0.9%)는 8곳 중 8위였다. (표 참조)



 이미영 보평초 영양교사는 “꽃게는 학생 한 명당 최소 몸통 하나씩 돌아가도록 했고, 딸기 등 선호도가 높은 디저트를 제공한 게 만족도를 높인 것 같다”며 “학교 차원에서 빈 그릇 운동을 시작한 후 한 달에 30만원 이상 들던 음식물 처리비용을 식비로 돌릴 수 있어 식단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학생당 한 끼에 4000원(1~5학년)을 따로 받는 채드윅의 순위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채드윅 관계자는 “BBQ와 파스타·베지테리언·한식·인터내셔널·피자·햄버거 일곱 가지 메뉴 중에 선택할 수 있고 샐러드바까지 있어 재학생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며 “딱 하루 식단을 보고 나온 결정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친환경 재료 치중하니 만족도 더 낮아져



 김명신 서울시(민주통합당) 의원은 최근 학생의 급식 만족도(서울시교육청 조사)가 높은 곳과 낮은 곳 9곳을 선정해 영양사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서울시교육청이 권고하는 친환경 식재료 사용 비율(70%)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학교보다 일반 농산물을 사용하더라도 학생이 선호하는 식단 구성에 힘쓴 학교의 만족도가 높았다.



 김 의원은 “친환경 식자재는 아무래도 비싸다 보니 친환경 식재료를 많이 쓴 학교는 메뉴 다양성이 떨어지고 양도 충분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만족도가 높은 대왕중(51%)과 남강고(67%)는 친환경 식재료를 50% 미만으로 사용하는 반면, 만족도가 낮은 송전초(57.4%)와 신수중(21.8%)은 각각 70% 이상의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었다.



 김 의원은 또 “영양사 모두 제한된 급식비로 학생이 선호하는 반찬(육류·과일)을 충분히 제공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며 “그러나 학생의 기호를 고려해 식단 구성을 한 영양사의 급식이 만족도가 높은 걸로 봐서 학교 의지에 따라 급식 질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됐다”고 말했다.



 허미연 숭미초 영양 교사가 대표적이다. 허 교사는 지난해 부임 직후 자체적으로 급식 만족도를 조사했다. 그는 “선호도가 낮은 메뉴는 과감히 삭제하고 생선과 계란 메뉴를 섞은 새 메뉴를 연구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같은 예산이지만 훨씬 다양한 반찬을 제공할 수 있었다. 허 교사는 “냉동제품을 썼던 튀김류나 완제품 소스류를 수제로 만들었더니 잔반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빵 속을 파 그 안에 스파게티를 넣어주거나, 길거리 간식인 회오리감자 등을 줬더니 학생들이 ‘외식하는 것 같다’며 만족한다”고 전했다. 숭미초는 급식 만족도가 1년 만에 70%에서 82%로 상승했다.





영국의 스타 셰프 제이미 올리버(38)가 가장 유명한 예다. 그는 2004년 학교 급식 개혁 바람을 일으켰다. 당시 그는 영국에서 가난한 지방인 링컨 주를 찾아 영양사를 자처했다. 학창 시절 낮은 예산에 맞춰 만든 정크푸드 급식을 먹어온 20대가 중풍이나 괴질로 사망하는 일이 빈번해진 게 계기가 됐다. 그는 예산 타령을 하는 사람들에게 “같은 예산으로도 얼마든지 질 좋은 급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큐멘터리로 찍어 보여줬다.



 강남 지역은 예산 자체가 줄어든 게 급식 질을 직접적으로 떨어뜨린 요인이 됐다. 지난해 건국대 김윤두 교수팀(친환경식자재연구소)의 급식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22개 자치구는 46.5%가 ‘맛·품질이 향상됐다’고 답했다. 반면 강남 3구는 33.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강남구청은 2009~2010년 관내 학교에 학생당 한 끼에 150원 정도를 지금보다 더 추가로 지원했다”며 “무상급식 실시 후 끼니당 단가 자체가 내려간 데다 지원도 끊겨 급식 질에 대한 만족도가 현격히 나빠졌다”고 말했다.



 강남 압구정초는 2010년 유상급식 당시 학부모로부터는 2767원을 받는 등 우윳값을 제외하고도 한끼 급식비로 총 2917원을 썼다. 2011년 무상급식비 우윳값 포함 2580원 보다도 337원 더 비싼 셈이다. 단가는 해당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개별적으로 결정했다.



 무상급식이 급식 질을 떨어뜨린 예는 미국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저소득층에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건강하고 굶주림 없는 아동법(Healthy, Hunger-Free Kids Act)’을 시행한 후 급식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급식 질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급식 사진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급식을 공개하면 아무래도 학교가 좀 더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스코틀랜드 초등생 마샤 페인이 자신의 블로그에 학교 급식 사진을 올려 급식 개선을 이끌어낸 게 좋은 예다. 튀김 요리 일색이었지만 페인의 급식 공개 후 식단은 과일과 채소, 빵으로 채워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부터 만족도 조사를 의무화해 해당 학교 홈페이지에 의무적으로 게시토록 했다”고 말했다.



 질 좋고 값싼 식재료 공급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서울시는 안전한 수산물을 싼 가격에 급식 재료로 쓰도록 2학기부터 서울시서울친환경유통센터가 전체 학교에 수산물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빈파 성북구 친환경무상급식지원센터장은 “급식 질을 높이려면 학교가 지역사회와 더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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