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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강요 … ‘훈장 장사’ 의혹도

중앙일보 2013.03.06 00:58 종합 8면 지면보기
한국자유총연맹(자총)의 각종 공금이 ‘쌈짓돈이 주머닛돈’ 식으로 허술하게 관리·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도 계좌추적과 관련자 소환조사를 통해 공금 일부가 용도와 달리 사용됐거나 비자금 추정 자금으로 조성된 단서를 포착하고 돈의 흐름을 추적 중이다.


행사 업체 등서 뒷돈 받아
돈 받고 무자격자 훈장 추천
직원 계좌에 의문의 뭉칫돈

 중앙일보가 입수한 자총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6개 국고보조사업에서 총 4억7000여만원의 예산이 잘못 쓰였다. [그래픽 참조] 보고서는 자체 예산을 써야 할 사업들에 국고 예산을 사용한 사실을 적시하면서 ‘정산처리에 어려움이 있어 유념해야 한다’는 설명까지 붙여놨다.



2011년 말 한국자유총연맹 사업 평가 내부 보고서. 이 문건에는 국고 예산 전용 현황과 문제점이 자세히 나와 있다(위쪽). 국고 예산을 받아 자총 행사를 진행한 업체 관계자가 자총 측으로부터 리베이트 상납을 강요받은 정황을 보여주는 문서(오른쪽). [강정현 기자]▷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나랏돈은 눈먼 돈=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6월 결산보고서에서 “2011년 국고 1억3000만원이 투입된 ‘무궁화 알리기 및 체험사업’은 단순 세미나 행사만 수차례 개최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그해 11월이 돼서야 무궁화 심기에 나섰다. 감독 기관인 행정안전부가 위촉한 한 정책자문위원은 “이 사업 예산 일부는 4대 강 방문 행사비로 엉뚱하게 쓰였다”며 “정작 무궁화 심는 데는 3000만원 정도 들었고 나머지 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국회 예산정책처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안보의식 함양 인터넷방송’ 사업 국고 예산 3억5000만원 중 1억3400만원을 계획에 없던 ‘SNS 독도홍보단’ 사업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200여 명이 울릉도 리조트에서 1박2일간 친선행사를 연 것에 불과한 사업이었다. 국고 1억원이 들어간 2011년 ‘DMZ 국토대장정’ 사업도 부실한 식사 제공으로 참가자 항의가 많았다. 자총 관계자는 “행사 진행 업체는 자총 측이 리베이트를 요구해 남는 게 없다고 오히려 항변했다”며 “예산 집행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리베이트는 굳어진 관행=자총이 기부금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받아온 의혹도 수사 중이다. 경찰은 홍보 대행업체 H사를 압수수색해 주문량이나 물품 가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자총 측에 리베이트를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 수첩 1만5000부를 찍기로 계약하고 실제로는 50부만 찍는 식으로 수천만원의 리베이트가 건네지는 등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이 드러난 것이다. 자총 측은 “수첩은 처음부터 샘플만 제작하기로 한 것이며 업체에서 받은 돈은 기부금”이라고 해명했다.



 취재팀은 자총 측이 노골적으로 리베이트를 요구한 정황이 담긴 문서도 입수했다. 2009~2010년 2억5000여만원의 예산으로 자총 행사를 대행한 A업체 관계자 B씨는 “첫 해 행사 때 리베이트를 요구해 100여만원 정도를 줬는데 이듬해 또 1000여만원을 요구해 거부했다가 곤욕을 치렀다”고 말했다.



 자총이 대주주인 한전산업개발이 2010년 12월 코스피에 상장될 때 주간사인 S금융이 자총에 낸 1억∼2억원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기부금 영수증이 발급됐지만 실제로는 리베이트”라는 게 내부자 증언이다. 이 돈 역시 제대로 회계처리되지 않았다. 자총 측은 “리베이트가 아닌 정상 기부금”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최근 경리과 직원 K씨 등 임직원 개인 계좌에서 억대의 뭉칫돈이 입출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누락된 기부금과의 연관성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자총 측은 “해외 지부 지원 등에 쓴 것”이라고 해명하면서도 환전·해외 송금 기록 등 객관적 근거는 대지 못하고 있다.



 ◆훈장 심사위원 “서류 조작됐다”=자총 추천으로 수여하는 국민훈장 관련 의혹도 불거졌다. 2010년 6월 훈장을 받은 J씨는 애초 후보자 명단에 없었다. 취재 결과 J씨는 훈장 수여 대상자격 요건(15년 경력)에 못 미치는 무자격자였다. 한 훈장 심사위원은 “J씨 심사 서류에 하지도 않은 내 사인이 들어가 있었다”며 “최종 심사 서류는 조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훈장 수여 대상자였던 자총 한 인사는 “본부 관계자가 ‘왜 훈장을 그냥(공짜로) 받으려고 하느냐’는 말도 하더라”며 “훈장과 관련해 돈이 오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주장했다. 자총 측은 “정상적인 심사가 이뤄졌고 돈이 오갔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탐사팀= 고성표·김소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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