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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멍든 농구판을 모른 체한 죄

중앙일보 2013.03.06 00:48 종합 29면 지면보기
승부조작 의혹에 한국 농구가 발칵 뒤집혔다. 한국 농구가 대수술이 필요한 중병에 걸렸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강동희 감독 승부조작 의혹 파문

 강동희(47) 원주 동부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브로커 최모씨는 의정부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어 프로농구 승부조작에 대한 검찰 조사는 앞으로 더 진전될 가능성이 크다.



 프로농구연맹(KBL)은 5일 “조작 의혹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갖고 확인 중이다. 진상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안준호(57) KBL 경기이사는 “절대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사실이라고는 생각조차 하기 싫다”고 말했다. KBL은 검찰 조사가 본격화할 것에 대비해 혐의 대상 경기의 자체 분석에 나섰다. 축구·야구·배구 등 승부조작 파문을 먼저 겪은 프로 종목의 사례도 검토하며 향후 대처 방안도 모색 중이다.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터질 것이 터졌다”는 의견이 대세다. 1~2년 전부터 불법 베팅사이트에서는 프로농구에 승부조작이 이뤄진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쿼터별 첫 3점슛, 첫 파울 등 갖가지 항목을 두고 베팅하는데 이를 사전에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보는 일명 소스(source)·픽(pick)이라고 불리며, 배후에는 조직폭력배가 있다는 설도 파다하다.



 승부조작 예방을 위한 사전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대한농구협회가 주관하는 아마추어 농구에서 승부조작이 드러났지만 KBL은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2006년에는 프로농구 선수가 팬클럽 회장을 시켜 스포츠토토를 구입했다가 벌금형을 받은 적도 있다. 감독 간의 친소 관계에 따라 시즌 막판에는 어이없이 승부가 갈리거나, 연패 중인 팀에 져 준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올 시즌에는 다음 시즌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얻기 위해 6위 안에 들기를 포기하는 ‘져주기 논란’도 일어났다. KBL은 져주기 의혹은 덮어둔 채 신인 선발 방식을 개선하는 손쉬운 해결책을 선택했다.



 농구계는 지금껏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져주기를 밝혀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승부조작은 없다’ ‘농구는 승부를 조작하기 어려운 경기’라는 변명을 되풀이했다. 선후배로 이어진 경기인들끼리 편의를 봐주는 온정주의 탓에 농구계 전체가 승부의 엄정함을 가볍게 여기는 모럴 해저드에 빠졌다.



 올해 프로농구는 관중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청률 경쟁에서도 배구에 밀리고 여자농구에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가운데 터진 승부조작 의혹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쉬쉬하며 덮으려는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팬들 앞에서 승부조작 시비를 깨끗하게 가려야 한다. 정말 아니라면 철저한 조사를 받아 혐의를 벗고, 조금이라도 양심에 걸린다면 빨리 사과해야 한다. 만일 잘못이 있다면 아프더라도 도려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프로축구는 2011년 승부조작이 터졌을 때 과감하게 칼을 뽑았다. 60여 명의 선수에게 영구 자격박탈이라는 중징계를 내려 발본색원했다. 프로축구가 다 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지금은 승부조작에 가장 현명하게 맞선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해준·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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