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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빵집 500m 안에 새 빵집 왜 못 여는 건가요

중앙일보 2013.03.06 00:47 경제 10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Q 틴틴 여러분, 여러분이 사는 동네에도 빵집이 많지요.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크라운베이커리같이 빵집들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게를 어떻게 운영할지 노하우를 알려주고, 재료도 공급하고, 대신 벌어들이는 돈의 일부를 받아 가는 빵집입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동네 빵집과 500m 떨어진 곳에만 이런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새로 생길 수 있게 됩니다. 빵집을 여는 게 왜 이리 어려워진 걸까요?

큰 회사 빵집에 밀린 동네빵집 보호 위해 제한 둔 거죠
프랜차이즈 빵집 주인들도 자영업자라 논란 많아요



A 프랜차이즈 빵집 ‘500m 룰’이 생긴 것은 동반성장위원회라는 기관이 최근 빵집을 ‘서비스 분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했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많았던 제과업(빵집)·식당(외식업) 등 14개 업종이 포함됐습니다.



 적합업종제도란 규모가 작은 기업인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은 사업 확장에 제한을 받게 됩니다. 동반성장위는 매출액 200억원이 넘고 종업원 수 200명이 넘는 기업을 대기업으로 판단했습니다. 중소기업기본법에 나와 있는 기준을 적용한 것이지요.



 이번 결정으로 프랜차이즈 빵집은 가게를 새로 내는 게 어려워졌습니다. 동반성장위는 ①2012년 12월 말 기준으로 본사 소속 전체 매장 수의 2% 안에서 ②동네 빵집과 도보로 500m 이상 떨어진 곳에만 새로 빵집을 내도록 권고했습니다. 아웃백·TGI 프라이데이 같은 패밀리레스토랑은 ①터미널·쇼핑몰 같은 큰 복합시설, ②강남·명동 같은 역세권, 그리고 신도시에만 새롭게 가게를 낼 수 있습니다.



 적합업종제도의 모태는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입니다. 1977년 당시 박정희 정부는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유모차·학용품 같은 분야에서 대기업들이 새로 사업을 시작하거나 확장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는 2006년 없어졌습니다. 적합업종제도와 고유업종제도는 ‘중소기업 보호’라는 목적은 같지만 누가 정하는가가 달라졌지요. 고유업종은 정부가 정했지만, 적합업종은 동반위라는 위원회가 정합니다. 어길 경우 처벌 강도도 달라졌습니다. 고유업종은 이를 어기면 벌금이나 징역형 등의 처벌을 받았지만, 적합업종은 표면적으로는 동반위 권고를 지키는 일은 민간 자율에 맡깁니다.



 이렇게 작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큰 기업들에 사업을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매출액 200억원을 살짝 초과하는 기업들은 “우리가 한 해 매출 1조원이 넘는 대기업과 동일하게 규제받는 건 온당치 않다”고 주장합니다. 중소기업이 사업을 잘해 기업 규모가 커지면 대기업이 되는데 대기업이 되는 순간, 더 이상 사업을 확장하지 말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빵집 주인들 역시 "우리도 자영업자인 데 규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또 2006년 고유업종제도가 없어진 건 중소기업을 과도하게 보호해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 때문이었습니다. 대기업 진입을 막자 중소기업들은 기술 개발이나 품질 향상 노력을 소홀히 했고, 정부로부터 받는 각종 혜택을 누리기 위해 기업을 쪼갠 다음 여러 개 중소 자회사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외국 제품의 국내 시장 잠식도 문제가 됐고요. 이번 중기 적합업종 역시 똑같은 문제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적합업종을 선정한 이유는 골목 상권에서 사업을 하는 사장님들의 어려움이 너무 커졌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시장의 실패’ 때문입니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폐지하고 시장에 맡겨놨더니 여기저기서 대기업이 규모와 덩치로 밀어붙여 골목 상권 가게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것이 정부와 동반성장위의 시각입니다.



  실제로 최근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심각합니다. 국세청이 조사해봤더니 한 해 동안 새로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에 대비해 사업을 그만둔 폐업률은 지난 2008년 78.5%에서 2009년 81.6%, 2011년 85.0%로 상승했습니다. 2011년에는 99만 명이 창업할 동안 85만 명이 폐업 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사업이 어려워 한 해 동안 문 닫은 동네 가게가 85만 곳이나 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영업 비율이 너무 높다는 근본적인 원인에서 생긴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자영업의 공급 과잉 인구가 229만여 명에 달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은 28.8%입니다. 이는 OECD 평균(15.9%)의 두 배, 일본(12.3%)의 2.5배에 달하는 정도입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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