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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고도 졌다, WBC는 계속된다

중앙일보 2013.03.06 00:44 종합 28면 지면보기
류중일 감독이 5일 대만과의 WBC 1라운드 3차전 도중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국은 이날 대만을 3-2로 물리쳐 2승1패로 네덜란드·대만과 동률을 이뤘지만 득실차에서 밀려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타이중(대만)=이호형 기자]


2013년 3월 5일. 이기고도 졌다. 한국 야구 통한의 날이었다.

대만 꺾고 탈락한 한국대표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은 이날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털구장에서 열린 B조 1라운드 대만전에서 3-2로 역전승했다. 0-2로 끌려가다 8회 말 이승엽(37·삼성)·이대호(31·오릭스)의 연속 안타로 1점을 추격했고, 강정호(26·넥센)의 투런포가 터져 이겼다.



 대만전 치욕패 직전에 터진 홈런. 그러나 기뻐할 수는 없었다. 6점 차 이상으로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만(득실 +4)·네덜란드(0)와 함께 2승1패를 기록했지만 한국(-4)은 득실차에서 밀려 조 3위로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승승장구하던 한국 야구가 크게 휘청거렸다. 2006년 WBC 4강, 2009년 WBC 준우승,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썼던 한국 야구는 대만에서 침몰했다. ‘타이중 참사’로 기억될 3회 대회는 한국 야구에 큰 오점으로 남게 됐다.



 ◆대표팀 선발 잡음, 의욕 상실로



이번 대표팀은 선수 선발 과정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메이저리거 추신수(31·신시내티)와 류현진(26·LA 다저스)이 빠지고 김광현(25·SK)·봉중근(33·LG) 등이 부상으로 제외되는 등 7차례나 선수가 바뀌었다. 추가 합류한 선수가 탈이 나 다시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과거 대표팀보다 전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타선은 역대 최강이고, 새로 뽑힌 투수들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있었다. 정작 문제는 전력이 아니라 팀워크에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한 관계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선수들이 빠졌다. 뽑힌 선수들이 얼마나 열심히 해 줄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병역혜택 등 매력적인 당근이 없는 데다 멤버 교체도 잦아 선수들의 동기 부여가 될 리 없다는 뜻이었다.



 어렵게 구성된 대표팀은 대회 전 열린 평가전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류중일(50) 대표팀 감독은 직접 훈련을 지휘했고, KBO는 전폭적인 지원을 했으며, 전력분석팀은 발로 뛰며 얻은 정보를 전달했다. 하지만 다 허사였다.



 ◆색깔 잃은 한국 야구, 안일한 벤치



대회를 코앞에 두고도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자 대표팀은 다급해졌다. 한 선수는 “마지막까지 평가전 결과가 좋지 않아 다들 예민해진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결과는 네덜란드전 0-5 충격패로 나타났다. 13년 동안 대만의 국가대표 경기를 취재했다는 국제야구연맹(IABF)의 한 대만 특파원은 “한국이 다른 나라를 과소평가했는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류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아무런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한국이 1, 2회 대회 때 강자를 꺾은 무기였던 정교하고 영리한 팀플레이는 온데간데없었다. 벤치워크(감독의 작전)도 문제가 있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타선을 그대로 뒀다. 투수 교체는 한 박자씩 늦어 실점을 자초했고,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도 기습 번트나 치고 달리기 등 작전을 걸지 않았다. “선수들을 믿는다”는 류 감독의 말은 허공만 맴돌았다.



 네덜란드전에 총력전을 펼치지 않아 5점 차로 진 것은 마지막 대만전에서 6점 차 이상으로 이겨야 하는 압박감으로 돌아왔다. 색깔을 잃은 한국 야구는 이번 대회에서 죽도 밥도 되지 못했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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