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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싫다 찐득이" 개학날 자살 여중생 카톡엔

중앙일보 2013.03.06 00:42 종합 12면 지면보기
부산의 한 여중생이 같은 학교 친구들로부터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카톡 등 통해 5명이 계속 따돌려
유서 3장, 죽음 암시 만화 남겨

 5일 부산 중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개학 첫날인 4일 오전 7시45분쯤 부산 중구의 한 빌라 현관 인근에 중학교 3학년 박모(14)양이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주민이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양은 이날 아버지가 어머니를 출근시키기 위해 집을 나가 있는 동안 유서를 쓴 뒤 3층 옥상으로 올라가 스스로 몸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양은 집안에 일기장 3장을 찢은 종이에 유서를 남겼다. 현관 입구 거실에서 발견된 한 장짜리 유서에서 “죄송해요. 또 다시 외톨이가 될까봐”라고 적었다. 안방 침대 위에서는 “바다에 빠지면 죽겠죠” 등의 내용이 담긴 유서 2장이 발견됐다. 유서 옆에는 “(엄마)잘 쓰세요”라는 메모와 함께 자신이 평소에 모아둔 용돈 11만4000원이 올려져 있었다.



 박양의 아버지는 “딸이 지난해부터 친구들과 다툼이 잦아 지난해 10월에는 담임교사와 면담도 했는데 그때 일이 잘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며 “그 이후부터 4~5명의 친구들로부터 카카오톡 등을 통해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한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지난해 5월께 박양과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A양과 다툼이 있어 사이가 나빠졌고 그 뒤부터 박양이 다른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부모들이 가해자로 지목한 친구 2명이 박양에게 보낸 카카오톡 문자에는 “박XX 미워해. 존나 실타(싫다) 찐득이” “마 박XX.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숨었니? 죽었니”라는 글들이 적혀 있다.



 이 문자는 박양이 죽기 이틀 전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박양의 어머니는 “2일과 3일에 딸이 휴대전화를 보며 자꾸 울어 이야기를 나누는데 자꾸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박양은 유서와는 별도로 3권의 만화일기도 남겼다. 여기에는 주인공이 빌딩이나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등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는 그림들로 가득했다.



 이에 대해 해당학교의 생활지도교사는 “학교에서도 (서로 다툼이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상담 등 적절한 조치도 취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5일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5명의 학생들과 교사들을 상대로 카카오톡 등을 통해 괴롭힘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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