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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김병관과 럼즈펠드

중앙일보 2013.03.06 00:30 종합 34면 지면보기
채병건
정치국제부문 차장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시절 7년 가까이 국방장관을 역임했던 도널드 럼즈펠드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비교하면 김 후보자가 양반이다. 김 후보자가 국방 수장으로 발표되자 경기고 출신의 한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소속된 민주당 후배 의원에게 “생각은 보수 꼴통인데 사람은 똑똑하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김 후보자도 경기고를 졸업했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64만 장병을 이끌 국방부 장관이라면 당연히 사상이 보수 꼴통이어야 하고, 부하들을 고생시키지 않으려면 지휘관이 똑똑해야 하니 김 후보자에겐 비난이 아니라 칭찬이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김 후보자가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무기거래업체 재직 기간도 2년뿐이다.



 그런데 럼즈펠드가 국방장관이 된 다음해인 2002년 팔아치운 주식에는 레이시온, 노스럽그러먼도 있었다. 당시 미국 언론의 보도인데 두 회사는 대표적인 방산업체다. 공직자가 자기 분야 업무에서 국익 대신 사익을 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이익의 충돌’ 금지 원칙에 따라 럼즈펠드는 주식을 팔았지만, 어쨌든 이런 사람도 장관이 됐다. 그것뿐이랴. 럼즈펠드는 2005년엔 국방부 산하의 해군장관으로 노스럽그러먼의 미사일 부문 책임자였던 도널드 윈터를 내정했다. 그러고도 국방장관으로 아프간전과 이라크전을 지휘하며 지구촌에 ‘네오콘’으로 각인됐다.



 그런데 가만히 따져보면 이 같은 비교엔 허점이 숨어 있다. 파는 쪽과 사는 쪽의 국익이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전쟁의 양상을 바꾸는 유일한 나라다. 이라크전에선 정보 장비와 첨단 유도기술을 결합해 후세인이 숨어 있다는 전략 건물에 미사일을 명중시키는 정밀 타격(surgical strike) 개념을 선보였다. 미사일을 미사일로 떨어뜨리는 요격 미사일 패트리엇을 전장에 현실화한 나라도 미국이다. 그러니 미국의 전 세계 군사전략은 방위산업과 연동돼 움직이고, 그렇게 개발한 군사장비를 십 수년 후 동맹국에 파는 게 미국의 국익이다. 오죽했으면 군산복합체라는 조어가 등장하고, 소련이 무너지는 단초엔 냉전 시대 군비 경쟁을 부추긴 레이건 행정부의 ‘스타 워즈’ 구상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주로 사는 쪽이니 미국과 사정이 다르다. 파는 쪽이야 돈을 버는 일이니 여론이 관대할지 몰라도 사는 쪽에선 혹여 국익이 아니라 업체의 로비스트로 활동한 것 아니냐는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게 마련이다. 과거 ‘린다 김 스캔들’처럼 무기 도입 과정의 숨은 의혹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경험도 있다. 그의 장관 취임이 행여라도 군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김 후보자가 무기중개업체에서 2년간 재직했다는 경력만으로도 이래저래 여론이 떨떠름한 이유다. 미국에선 크게 논란을 삼지 않았던 럼즈펠드도 장관에 취임한 뒤인 2001년 8월 자신은 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을 피하고 있다고 언론에 공언했다.



채 병 건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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