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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천의 시시각각] 아들 키우기 무서운 세상

중앙일보 2013.03.06 00:29 종합 34면 지면보기
권석천
논설위원
남자는 늘 바라지만 언제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여자는 언제나 할 수 있지만 늘 바라지는 않는다. 일본 여성 작가 요네하라 마리(米原万里·1950~2006)가 남녀의 성(性)을 비교하면서 소개한 러시아 속담이다. 요네하라는 동남아에서 ‘매춘남(賣春男) 대기실’을 본 적 있다는 지인의 목격담을 덧붙인다.



 “소파 베드가 여러 개 놓여 있고 여기저기 매물인 남자들이 축 늘어져 누워 있었어요. 언뜻 보기에도 진이 빠진 것 같아서 동정하지 않을 수 없었죠.”(『속담인류학』)



 자, 이래도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부러운가. 잊지 말아야 할 게 또 하나 있다. 성매매든, 성폭행이든 그 안에는 ‘늘 바라는’ 남성의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본능을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하느냐가 요즘 남자들의 현안이다.



 사회면을 보라. 탤런트 박시후(35)씨에 이어 헤어디자이너 박준(62)씨 성폭행 의혹이 불거졌다. 전도유망했던 젊은 의사는 성폭행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수사·재판을 통해 진실을 가려야 할 사안들이다. 다만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아들 둔 부모님들께 말씀드리고 싶어졌다. 아들들 잘 단속하시라고.



 왜? 성폭행에 대한 법원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여성이 목숨을 걸 정도로 격렬하게 저항해야 강간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최근엔 보다 폭넓게 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보겠다. 지난해 11월 울산지법은 30대 남성에게 강간죄를 적용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남성은 새벽에 자신의 원룸에서 연인이던 여성과 말다툼을 벌인 뒤 “하는 순간 너와는 끝”이란 경고를 들었는데도 멈추지 않았다. 남성이 “그 일이 있은 뒤 평소와 다름없이 여자 친구를 집까지 데려다 줬고 여자 친구가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내왔다”고 말했으나 법원은 “자발적인 관계가 아니었다”고 했다.



 또 같은 달 서울고법은 5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는 “전직 조폭이었다”며 여성에게 상반신 흉터를 보여준 뒤 관계를 했다. 이에 고법 재판부는 “피해자가 위협을 느껴 쉽게 반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다음은 한 판사의 설명이다.



 “사실 성폭행 여부는 두 사람만 아는데, 당사자들조차도 각각 다르게 믿는 경우가 많다. 과거엔 함께 모텔에 들어갔다면 대개 강간이 아니라고 간주했다. 지금은 모텔에 손잡고 갔다 해도 여성이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면 강간으로 보는 추세다.”



 한 검사는 “임신 후 몇 달 동거하다가, 심지어 결혼식 올리고 신혼여행 다녀온 다음에도 강간으로 고소한다”며 “일단 여성 쪽에서 ‘당시 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하면 배척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성폭력에 엄격해진 사회 인식 변화와 함께 성관계 전 과정에서 여성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안 된다는 원칙이 공고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처음 본 여성과 술을 마신 뒤 애정행각을 벌인다? 기름을 끼얹고 불 속에 뛰어드는 행동이다.



 자녀가 공부만 잘하면 오냐오냐하는 세태다. 아무리 잘나가는 ‘엄친아’라도 한순간 삐끗하면 신세 망친다는 걸 알아야 한다. 한 고법 부장판사가 들려준 얘기다. 딸을 둔 그는 “딸 키우기 무서운 세상”이라며 아들 둔 여성 부장판사를 부러워했다가 무안을 당했다.



 “아이고, 그런 말 마세요. 아들 키우기가 얼마나 무서운데. 사고 치면 꼼짝 없이 징역 몇 년 살아야 하잖아요. 형량도 세져서….”



 그렇다. 꺼진 불 다시 보듯, 자는 아들도 다시 봐야 한다. 24시간 쫓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 귀에 못이 박히게 교육시키는 수밖에 없다. 가르칠 건 네 가지다. 평소에 행실 똑바로 해라(여성들이 지겹게 들어온 그 소리!). 여자도 바라는지 꼭 물어봐라. 멈추라고 할 땐 반드시 멈춰라. 그러지 않으면 언제든 수갑 찰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권석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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