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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의 공습… 수출 제국 일본의 부활

중앙일보 2013.03.06 00:19 경제 1면 지면보기


#1. 활력 찾은 도요타 일본 공장

환율 전쟁 속 해외시장 긴급 점검



 일본 아이치(愛知)현과 후쿠오카(福岡)현에 위치한 도요타자동차 공장. 요즘 이곳은 낮밤이 따로 없다. 전 생산공정이 풀가동이다. ‘엔저’로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주문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날아오는 승전보에 도요타는 다음 달부터 하루 생산대수를 10% 늘린 1만3000대로 조정한다. 생산라인에 투입할 종업원을 구하기 위해 비상이 걸릴 정도다. 이지치 다카히코(伊地知隆彦) 전무는 “달러당 70엔대일 때는 수출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차종이 있어 판매를 오히려 억제했다”며 “그러나 엔화 가치가 불과 4개월여 만에 달러당 90엔대까지 내리면서 사내에 의욕이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현대·기아자동차에 빼앗긴 미국 시장 점유율도 되찾아올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2. 자신감 커진 일본차 미국 매장



 “시퀘스터(미국 정부 재정지출 자동삭감)요? 우리하고는 별 상관없는 얘깁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블로벨트 도요타 대리점의 딜러 로이스 라모스는 자신 있게 말했다. 매장엔 4∼5명의 고객이 상담 중이었다. 특별 할인혜택을 묻는 전화도 심심찮게 걸려왔다. 엔저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일본 업체는 영업을 강화했다. 도요타는 딜러 인센티브를 대당 250∼500달러 높였다. 뉴욕주 파라곤 혼다 대리점의 딜러 케이 윤은 “내 재량으로 최고 1800달러까지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딜러 몫이 늘고 재량이 커지면, 명목 가격은 그대로여도 실제로는 할인 판매가 가능해진다. 반면 이날 뉴저지주 로만의 기아차 매장은 한산했다. 매장 관계자는 “엔저에 판매 모델을 바꾸는 기간이 겹치면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수출이 부활하고 있다. ‘엔저’를 발판 삼아서다. 반면 한국 기업의 기세는 꺾여가고 있다. 한때 10%를 넘어섰던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달 7%대로 주저앉았다. 기아차의 2월 미국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8% 감소했다. 현대차를 합쳐도 3% 줄었다. 2년6개월 만에 기록한 마이너스 성장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4∼5월 위기 경보가 울리고 있다. 도요타가 증산을 결정한 시점이 바로 이때다. 엔저 효과가 본격화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인도네시아에선 항상 한국 제품보다 비쌌던 일본 철강 제품(열연코일) 가격이 엔저로 인해 한국산보다 싸졌다. 이 가격은 4∼5월 공급분에 적용된다.



 경제사령탑이 비어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 정부의 후방 지원은 기민해졌다. 교도통신은 일본이 곧 유럽과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을 다음 달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PA는 자유무역협정(FTA)의 전 단계다. 일본은 미국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 체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미국·유럽과 FTA를 맺으면서 한발 앞서 만들어 놓은 수출 기반을 일본이 추격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엔저의 공습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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