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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국경 개방 태클에 속타는 두 나라

중앙일보 2013.03.06 00:10 종합 23면 지면보기
재정·경제위기가 장기화하면서 통합 유럽의 문은 날로 좁아지고 균열은 점점 커져 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7일(현지시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대한 국경 개방을 허용하는 솅겐조약 가입 안건을 표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EU의 주축국 독일이 거부권 행사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EU 내일 솅겐조약 가입안 표결
독일, 빈곤층 유입 우려해 난색
경제위기 뒤 통합 반대 정당 득세

 활짝 개방된 국경은 통합 유럽의 상징이었다. EU 국민이 아니더라도 일단 솅겐조약 가입국에 들어가면 별도의 심사 없이 다른 조약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공산권 국가였던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그러나 EU에 가입한 지 6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자유통행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스 페터 프리드리히 독일 내무장관은 최근 주간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공항이나 항구를 통한 자유통행은 아직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두 나라의 준비가 덜 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정부패가 만연해 뇌물을 받은 담당자들이 가짜 여권이나 비자를 발급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일자리를 찾아 밀려들 이주자들이 더 큰 걱정거리다. 특히 루마니아나 불가리아 평균 임금의 2~3배가 되는 독일의 사회보장제도 혜택을 노리고 들어오는 합법적인 이주자들이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내년부터는 두 나라에 대한 EU 내 취업·거주규제가 없어진다. 집시로 불리는 로마와 신티가 주요 경계 대상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재임 중 집시들을 대거 루마니아 등으로 추방해 논란이 일었다.



 프리드리히 내무장관은 “빈곤자들의 이주를 막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스 베르너 독일 이포(Ifo) 경제연구소장도 “독일의 사회보장제도가 무너질 수도 있다”며 EU의 자유통행 조항 수정을 요구했다. 엠니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인 3명 중 2명은 프리드리히 장관의 거부권 행사 입장에 찬성을 보내고 있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정부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티투스 코를라테안 루마니아 외무장관은 “EU 내 자유로운 통행을 막는 것은 1989년 이전의 공산주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두 나라의 빈곤이 솅겐조약 가입을 막는 진짜 이유라고 주장했다.



 독일과 영국에서는 유럽 통합에 회의적인 정당들이 득세하고 있다. 유럽 구제금융에 반대하고 유로화 폐지를 주장하는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은 다음 달 창당할 예정이다. 발기인인 베른트 루케는 “독일은 지금 가장 어려운 위기에 빠져 있다”며 “아직 구할 수 있는 것을 구하자”고 말했다. 이 정당이 올 9월 독일 총선에 참여할 경우 같은 보수 성향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지지를 상당히 잠식할 수도 있다.



 영국에선 EU 탈퇴를 주장하는 독립당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당과의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자유민주당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보수당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긴축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경제위기 불안에 편승해 지지도가 급등하고 있는 독립당은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인에 대한 취업규제 철폐를 반대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 내 반EU 정서를 의식해 2017년 안에 영국의 EU 가입 지속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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