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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불려온 내 노래 … 나는 행복한 사람

중앙일보 2013.03.06 00:06 종합 24면 지면보기
오는 6월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데뷔 30년 무대를 꾸미는 이문세. 지난 2년간 100회 콘서트를 여는 동안 그 공연을 27번이나 관람한 일본인 관객도 있다고 한다. “저보다 제 음악을 훨씬 사랑하는 관객들 앞에서 시간 때우기식으로 공연을 할 수 있겠어요. 목숨을 걸어야 하잖아요”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붉은 노을’ ‘나는 행복한 사람’ ‘옛사랑’ ‘소녀’ ‘광화문 연가’ ‘그녀의 웃음소리 뿐’ ‘난 아직 모르잖아요’ ‘솔로예찬’….


잠실 공연 준비 가수 이문세

 히트곡 목록만 훑어도 힐링이 되는 가수가 이문세(54) 아닐까. 데뷔 30주년이 되는 6월 1일, 그는 가수들의 ‘꿈의 무대’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무대에서 ‘대.한.민.국. 이문세’ 콘서트를 연다.



도전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꿈이 언제든 ‘악몽’으로 변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주경기장이다. 4일 서울 창전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만만한 곳이 아닌데요.



 “그렇죠. 마이클 잭슨 공연 땐 무대가 하도 멀어서 뒤에선 공도 차고 그랬거든요. 어떻게 내가 그 공을 뺏을까에 대한 연구를 지난 5~6년간 해왔어요. 저를 뒷받침해주는 스태프들의 능력을 믿고 어쩌면 무모한, 마지막 도전을 하는 겁니다.”



 그는 1998년부터 10년간 ‘이문세 독창회’라는 브랜드로 소극장 규모의 공연을 300회 해냈고 2011~2년엔 ‘이문세 붉은 노을’이란 이름으로 40개 도시 100회 공연 15만 관객을 부르는 기록을 세웠다.



2010년엔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열어 3회 총 3만 석을 매진시킨 바 있다.



 크든 작든 매진을 이어가는 그의 공연엔 온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히트곡 외에도 이문세만의 감성적 리더십이 숨어 있었다. 공연 도중 2000여 관객에게 ‘밥은 먹고 다니십까.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해드리고 싶지만…’이란 편지와 함께 쌀을 나눠주고, 관람 도중 표정이 가장 드라마틱하게 밝아진 관객을 뽑아 이문세가 직접 차를 제공하는 ‘귀가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감동성 이벤트가 많던데요.



 “공연에서 지금까지 손해만 보지 않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남겼어요. 관객 입장에서 표값이 아까우면 평생 가슴 아프잖아요. 이번 공연도 5만표가 팔리지 않으면 완전히 망하는 구조예요. 하지만 객석이 채워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관객들에게 우리가 버림받지 않는 게 중요해요. 제게 가장 중요한 관객은 무대와 가장 멀리 떨어진 분들이에요. 그래서 A석이라는 이름 대신 ‘휘파람석’ ‘파랑새석’ 처럼 제 노래를 붙였어요.”



‘별밤지기’ 시절의 이문세
 -데뷔 30주년인데요.



 “30년간 가요계 어느 한 켠을 지키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은 있어요. 하지만 30년을 내세우는 건 싫어요. 30주년이니까 봐 달라고? 그걸 용납할 수 없어요. 또, 열일곱 소년 팬에겐 30년이 아니잖아요.”



 -15집 준비 중이죠. 14집이 2002년 나왔는데요. 너무 오래됐네요.



 “윤도현·윤종신 등 후배 뮤지션들에게 곡을 받아 다양하고 재미있는 시도를 할 거예요. 긴 시간 앨범을 내지 않은 건 제가 게을러서도 있지만 새 음반을 낼 엄두가 안 났던 면도 있어요. 음악을 너무 쉽게, 소비적인 걸로만 생각하는 지금의 문화 때문에요.”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맞아요. 일종의 사명감이죠. 과거만 생각하면 촌스럽지만, 레코드샵에서 줄 서서 예약하던 문화가 너무 확 바뀌니까 위축되는 거죠. 유명한 드라마에 배경음악 깔린 게 좋더라, 몰랐던 노랜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알게 됐다 하면서 반짝 하는 것들이 저는 서글프거든요. 15집도 제 스스로 평가하고 정리하기 위해 내는 거예요.”



 - 그래서 더 공연에 몰입하시는 건지.



 “그건 아니고,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한 거죠. CF를 찍을 수도 있고, 방송 진행을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직접 노래해 얻는 수익이 가장 달콤해요. 정직하고요. 마이클 잭슨처럼 공연만 해서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단, 밤무대는 서지 않는 가수였으면 좋겠다고. 내 음악을 파는데, 좀 멋있게 팔고 싶었어요. 제 음악이 싸구려로 가는 건 노래를 만들어준 작곡가에 대한 예의도 아닐 뿐더러 제 노래 사랑하는 팬들에게 슬픈 일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디너쇼도 안 했어요. 이문세 음악만 들을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한 거죠.”



 -공연 뒤풀이도 건전하다면서요.



 “젊은 친구들이 잠이나 자고 TV나 보는 게 싫거든요. 술 마시지 말고 등산 가자고 하면 아침에 다들 나오죠. 그럼 제가 출석 체크를 해요. 체육대회, 낚시대회도 하고 공연 끝나면 학력고사도 봐요. 그게 다 추억이 되죠. 공연팀이 너무너무 행복해야 관객에게 100% 전달되거든요. 조명 하나를 잡아도 시간 때우려 하는 것과 행복해서 하는 게 달라요. 그래서 풍족하게 먹여요. 매진이라는데 밥은 몇천원짜리가 뭐야, 같은 불만 있으면 안 되잖아요.”



 -팬클럽 ‘마굿간’도 가족이라 부르던데.



 “사람이 정말 소중하기 때문이죠. 이문세는 스타고, TV나 무대에선 철저한 프로가 돼야 하죠. 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오면 가장 인간적이고 평범한 모습을 격의 없이 보여주고 싶어요. 그게 오래 가는 관계가 되니까요.”



 -여전히 행복하나요.



 “아직도 사람들이 제 음악을 불러주고 좋아해주는 게 축복이죠. 너무나 감격스러울 정도로 고맙죠.”



글=이경희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 숫자로 보는 이문세 30년



11 ‘별이 빛나는 밤에’ DJ(1985~96년)

14 정규 앨범 수(1983~2002년)

648 데뷔 후 총 공연 횟수

82만 누적 공연 관람객 수

150만 3집 ‘난 아직 모르잖아요’ 판매고

285만 4집 ‘사랑이 지나가면’ 판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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