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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적 뉴요커들, 교회로 돌아오게 한 힘은…

중앙일보 2013.03.06 00:02 종합 25면 지면보기
뉴욕 리디머 교회의 티머시 켈러 목사. 대도시에서 교회 개척이 어렵다는 통념을 깨고 맨해튼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렸다. 미국에서 주목 받는 목회자 중 한 명이다.


의심하는 마음은 신앙에 득이 될까, 아니면 독이 될까. 정답이 없는 문제다. 각자의 형편에 따라 지독한 회의주의 혹은 완강한 근본주의, 양 극단 사이에 선택이 있을 뿐이다. 요컨대 신앙의 태도에도 종교의 종류만큼이나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영성 2.0 ⑤ 티머시 켈러 목사



 미국 장로교 소속 티머시 켈러(63) 목사는 의심하고 방황하는 자들의 목자(牧者)다. 1989년 세상에서 가장 분주하고 현란한 도시, 그래서 교회라는 ‘따분한 아이디어’가 발 붙이기 어려운 도시인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교회를 차렸다. 리디머(Redeemer) 교회, 구세주 교회쯤으로 풀이되는 교회다. 뜻 맞는 영적인 동반자 15명과 함께다.



 많은 이의 예상을 깨고 교회는 번성했다. 젊은 지식인, 고소득 전문직 등 신앙과 거리가 멀었던 뉴요커들이 교회를 찾았다. 현재 신자 수는 6000여 명. 예배 공간이 부족해 몇 해 전 회중(신자 전체)을 셋으로 나눴다. 각 교회에 각각 담임목사를 뒀으니 문어발식 확장이 아니라 건전한 교회 쪼개기다.



 청년 지식인층의 교회 이탈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교회도 몸살을 앓고 있다. 켈러의 성공 비결은 뭘까. 지난달 중순 맨해튼에서 그를 만났다.



 -하필 대도시에서 교회를 시작했나.



 “당시 미국장로회(PCA)에서 뉴욕 공략의 필요성을 느꼈다. 나 이전에 두 분이 먼저 목회를 제안받았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난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신이 이 일에 나를 부른다고 느꼈다. 공포로 떨면서 왔다. 한데 처음부터 사람들의 호응이 좋았다.”



 -성공 비결이라면.



 “나는 기독교가 옳다고 믿는 사람이다. 믿지 않는 회의주의자들의 반대 논리에는 항상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걸 파고든다.”



 -논쟁에서 이겨 교회에 나오게 한다는 건가.



 “그들에게 문제만 일으켜도 교회에 나온다. 교회 신자 중에는 믿고 싶지만 믿을 수 없는 사람, 신앙에 회의적이지만 기독교에 흥미는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논증이나 합리적 설명,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또 자신의 얘기에 목사가 말 걸어주길 원한다.”



 -성공적인 사례를 소개한다면.



 “가령 이런 거다. 무신론자는 초자연적 현상이나 영적인 존재 역시 없다고 믿는다. 모든 게 과학적이고 물리적인 현상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신앙의 문제에서 돌아서면 어떤 사안에 대해 맞다, 틀리다, 판단을 내린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을 절대 확신한다. 인간으로서 잔인해서는 안 되고, 남들의 권리를 침해하면 안 되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나는 그들에게 묻는다. 약한 개체를 잡아 먹는 강자만이 살아남는 진화의 법칙을 통해 우리가 존재하게 된 거라면, 그게 우리의 인생이라면, 옳고 그르다는 절대적인 판단은 어떻게 내릴 수 있나.”



 -그게 무슨 얘긴가.



 “옳고 그름에 대한 절대적 확신은 어떤 영적인 것에, 초월적인 것에 기초를 둬야 한다. 현대인은 그 사실을 잊고서 여전히 도덕적 진실과 정의를 얘기한다.”



 켈러의 얘기는 결국 약육강식의 현실과 인간의 고상한 도덕·윤리는 양립하기 어렵다는 얘기였다. 멀쩡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한쪽의 현실엔 질끈 눈 감고 무슨 도덕이나 정의 타령이냐는 거다. 그러니 진리의 바탕은 결국 절대자여야 한다는 것. 그는 목사가 되기 전 신학대 교수였다. 진지한 얘기를 쉽게 풀어 설명했다. 말하자면 지성적 영성주의자였다.



 -소통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



 “그게 목표다. 소통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내 생각에 최고의 소통자(communicator)는 재능을 타고 난다. 그런 사람은 스스로 그 능력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그런 사람인가.



 “(잠시 주저하다)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더 나은 지도자가 되는 데 관심이 더 많다. 사람들이 제대로 소통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열심히 돕는다.”



 리디머 교회에는 한국인 신자가 많다. 영어를 사용하는 2세, 3세들이다. “전체 신자의 3분의 1쯤”이라고 했다. 왜 그렇게 많은 걸까. 켈러 목사는 “기독교가 한국에 뿌리내린 역사적 문화적 배경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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