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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철도공사와 철도공단 통합해야

중앙일보 2013.03.02 00:40 종합 17면 지면보기
임석민
한신대학교 사회과학대 교수
일부 학자들은 철도산업에서 경쟁 체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항공산업의 예를 들어 철도산업도 경쟁을 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철도산업과 항공산업은 다르다. 하늘에는 레일이 없다. 철도는 기본적으로 지역분할을 해야 하고, 그 지역은 독점이 될 수밖에 없다. 경쟁체제가 되려면 서울역이나 수서역에서 승객이 이모저모를 따져 철도공사의 열차나 민간기업의 열차를 골라 탈 수 있어야 한다. 수서발 KTX 노선이 분할되면 설령 수서 노선의 요금이 비싸더라도 수도권 동부 지역 사람들은 수서발 KTX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서울역·용산발 KTX를 이용하는 서부 지역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는 경쟁효과가 없는 지역독점이다.



 경쟁 체제가 도입됐을 때 수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된다. 수서발 KTX 노선이 민간기업에 가면 철도공사는 수도권 승객의 절반 이상을 빼앗긴다. 가뜩이나 몸이 허약한데 한쪽 팔과 다리를 잘라 반신불수를 만드는 격이다. KTX는 철도공사의 생명줄이며 희망이다. 유일한 흑자 노선 KTX를 빼앗기면 철도공사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철도공사의 적자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돼 있다.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독점을 혐오하고 경쟁을 강조하는 나라다. 그러한 미국에서도 철도는 지역을 분할하여 독점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철도는 노선이 겹칠 수가 없어 구조적으로 독점이다. 그리고 산업의 특성에 따라 경쟁체제가 산업의 파멸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08년 11월의 미국 육상운송국(STB) 보고서는 “철도산업의 특성상 경쟁보다는 효과적인 규제가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냈다.



 민간기업의 독점은 문제가 많지만 공기업의 독점은 다르다. 민간기업 임직원과 공기업 임직원의 사고 구조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민간기업 임직원의 머릿속은 이익으로 꽉 차 있지만 공기업 임직원의 머릿속은 이익보다는 국민의 편익을 우선한다. 게다가 공기업은 정부의 규제와 국민의 감시를 받는다. 철도산업에 대한 경쟁·독점 등의 논리는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선정적 용어에 지나지 않는다.



 놀랄 일은 국토부가 사고 예방을 위해 운영과 관제를 분리해야 한다며 관제업무를 철도공사에서 시설공단으로 변경한다고 입법예고까지 한 상태다. 관제는 인체로 말하면 두뇌요, 운영은 손과 발이다. 머리를 떼어내 다른 조직으로 보내면 손과 발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겠는가.



 한국 철도는 원래 시설과 운영이 한지붕 아래에 있었는데 갈라져서 지금은 견원지간으로 싸우고 있다. 일사불란해야 할 하나의 조직이 분리돼 갈등과 불협화음이 심각하다. 그 부작용과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고 모두 국민들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애초에 시설과 운영을 분리해서는 안 되는데도 태어나서는 안 될 시설공단이 생겨나 주무 부서인 국토부 관료들을 앞세워 철도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시설과 운영의 분리는 극소수 고위직의 자리 만들기에 지나지 않는다. 시설공단의 고위직은 퇴직한 국토부 관료들이 차지하고 있다.



 해외에는 어마어마한 철도시장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 철도는 시설과 운영이 분리되어 진출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비효율을 제거하고 철도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라도 시설공단과 철도공사를 반드시 통합해야 한다.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United we stand, divided we fall)”는 말이 있다. 철도에서 서둘러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은 무면허 의사에게 생명을 맡기는 경우와 비슷하다. 철도산업 전체가 내려앉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임 석 민 한신대학교 사회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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