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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화하는 대북정책

중앙일보 2013.03.02 00:37 종합 18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 방향이 새롭게 제시됐다. 박 대통령은 어제 3·1절 기념사에서 남북 간 “화해와 평화를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확고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 간 신뢰를 쌓고 통일의 기반을 조성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호응하고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북한 핵실험 뒤 비난 일색인 국제사회의 흐름과 다르다. 제재보다 화해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맞서 북한이 다시 도발하면 국제사회는 더 강력한 제재를 하게 되는’ 악순환을 막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대북정책이다. 그렇다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 시절의 정책으로 돌아가겠다는 뜻도 아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는 더욱 강력하게 대응하되 북한이 올바른 선택으로 변화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더욱 유연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을 유야무야하진 않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압박과 화해 가운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어느 방향이든 동시에 더 깊이 있고 지속적으로 펴 나갈 것이라고 이해된다. 예컨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방안이 결정되면 제재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만 동시에 인도적 차원의 지원도 추진한다는 뜻이다. 나아가 북한이 안보리 제재에 반발해 추가 도발하지 않고 국제사회의 경고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인다면 더욱 과감한 지원도 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새로운 실험이다. ‘햇볕과 바람’의 양 극단을 오간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이 가져온 ‘성공과 실패’를 모두 고려하면서 보다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이 박 대통령의 호소에 얼마나 호응할지다.



 마침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미국의 농구팀을 평양에 불러들여 “미국과 북한 간 해빙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언했다. 핵실험의 역풍을 누그러뜨리려는 제스처일 것이다. 그러나 한갓 일과성의 이벤트에 현혹될 나라는 없다. 진정 미국과 해빙을 바란다면 도발을 중단하고 핵 포기 의지를 밝히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핵실험은 어느 때보다 파장이 길고 깊다. 북한의 혈맹이라는 중국에서조차 반북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핵실험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중국 공산당의 간부가 ‘북한 붕괴가 낫다’는 주장을 담은 글을 영국 신문에 실었다. 불과 3주 전까지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안보리의 제재도 어느 때보다 강력한 내용이 될 전망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국제사회와 불화하는 정책을 고수하는 한 북한에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반대로 박 대통령이 내민 화해의 손길을 맞잡기엔 지금이 가장 좋은 때다. 데니스 로드맨과 영어로 대화하면서 박장대소하는 모습이 김 제1위원장의 진면목임을 보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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