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일기] 지도자의 패션은 메시지요, 소통 도구다

중앙일보 2013.02.27 03:00 종합 33면 지면보기
강승민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8대 대통령 취임식 하루 동안 옷을 다섯 번 갈아입었다. 세 벌의 양장, 두 벌의 한복.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이날 의상을 통해 조국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안보를 튼튼히 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세련미와 여성성을 함께 갖춰 그의 메시지는 더 강했다는 평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 헌정사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다. 그의 머리 모양, 옷 입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다른 나라 여성 지도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남녀차별적 시선이 아니냐는 주장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기껏 넥타이 색상에 변화를 주는 게 고작인 남성에 비해 여성들은 패션으로 표현할 수단이 아주 많고, 그게 지도자에겐 큰 무기란 점이다. 머리 모양, 머리핀, 모자, 브로치, 스카프, 신발 등을 통해 여성 정치인과 기업 CEO들은 패션을 자신의 리더십 발휘나 협상력 강화 수단으로 삼는다. 미국의 전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대표적이다. 그는 ‘브로치 외교’를 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애나시(市) 보어 박물관에서 지난달 막을 내린 올브라이트의 브로치(200점) 전시회 제목은 ‘내 브로치를 읽어보세요’였다. 메시지를 찾아보란 뜻이다. 올브라이트는 팔레스타인의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를 만날 때 벌 모양 브로치를 했다. 이스라엘과 협상을 종용하는 자리에서다. 그는 “권투선수 알리가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며 경기한 것처럼 내 의지가 강하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회고했다.



 독일 최초 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도 패션을 활용하는 여성 지도자다. 단추 세 개짜리 재킷이 트레이드 마크다. 독일 패션 디자이너 베티나 숀바흐가 전담하고 있다. 메르켈의 풍채에 맞는 재킷이라, 모양은 비슷하지만 색상은 다양하다. 검정·파랑·빨강·노랑·초록 등 90가지가 넘는다. 온화한 메시지를 주고 싶을 땐 녹색, 지도력을 강조해야 할 땐 검은색, 경축 행사 땐 빨간색 재킷을 주로 입는다.



 여성 지도자의 다채로운 패션을 대중은 흥미롭게 바라본다. 패션 자체에 대한 미적 감상도 이유지만, 거기서 읽히는 메시지 때문에도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후 취임 준비 과정에서 ‘불통’(不通) 이미지로 비판받은 게 사실이다. 그런 그가 취임 첫날, 다섯 가지 패션으로 국민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동안 ‘단선적으로 비치는 모습 때문에 답답했다’던 사람들도 “다양하게 보여주는 메시지가 좋았다”고 한다.



 국가 지도자의 옷은 단순한 의복이 아니다. 국민과 소통하는 즐거운 수단이며 호소력 짙은 의지 표명 장치다. 앞으로 5년. 다채로운 패션만큼이나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강 승 민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