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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판녀·강남 멋쟁이들의 놀이터

중앙일보 2013.02.27 03:31 강남통신 14면 지면보기
디자이너 우영미가 남성만을 위해 만든 편집숍. 빈티지 오디오까지 판다. [사진 우영미 맨 메이드]


“옷은 우리의 의식, 불만, 바람이 담긴 제2의 자아다.” 미국 정신과 의사 제니퍼 바움가르트너는 지난달 출간한 『옷장 심리학』에서 옷을 이렇게 정의했다. 옷의 역할은 시대가 갈수록 점점 더 커간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우리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까지 발전했다. 최근 옷을 통해 ‘나’를 표현하려는 사람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 패션 편집숍이다. 왜 편집숍에 열광하는지 그 이유를 들여다봤다.

편집숍, 쇼핑의 대명사로 자리매김



윤경희 기자





‘카르벤’의원래 라벨위에 ‘10꼬르소 꼬모’라벨을 붙였다.
사실 거창하게 ‘자아’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옷=이미지’라는 공식은 이미 인정받은 지 오래다. TPO(시간·장소·경우)에 맞게 옷을 선택하는 생활방식은 상식이 됐다. 교회에 갈 땐 깔끔하고 단정한 정장을, 결혼식엔 아이보리나 베이지빛 원피스(여성이라면)를 입는 것이 공식이 된 것처럼 말이다.



 외모가 사회적 경쟁력으로까지 이어지자 나를 돋보이게 만드는 옷을 찾겠다는 열망 또한 더욱 강렬해졌다. ‘옷 좀 입는다’는 사람들이 옷을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개성을 얼마나 잘 살릴 수 있는 가’다. 좋게 말하면 자신만의 멋을 찾는 것이고, 속내를 들여다보면 ‘남들이 입는 건 안 입겠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무조건 남과 다르게 입는 것을 추구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누가 봐도 세련되고 멋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흔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매력을 잘 살리고, 지금의 트렌드에는 어긋나지 않아야 하며, 누가 봐도 멋있어야 하는 옷이라니. 너무 어렵다.



 의식주에 관한 모든 트렌드가 집중돼 있는 강남에선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홈쇼핑에서 대단위로 찍어 파는 옷을 입거나, 로고가 빼곡히 박힌 명품백이나 모 브랜드의 ‘3초백’(3초에 한 번씩 같은 가방을 든 사람을 만난다고 해 붙여진 이름)을 들고 강남 거리에 나갔다간 비웃음을 사기 십상이다.



 이렇게 패션에 까다로운 강남 사람들은 어디서 옷을 살까. 갤러리아백화점의 2012년 의류 판매 실적을 분석해본 결과 강남·서초·송파구에 사는 사람들은 구매 회수 기준으로 단일 브랜드 매장보다 편집숍에서 옷을 많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이는 여성과 남성이 같았는데 여성은 뉴욕스타일 편집숍 ‘스티븐알란’이, 남성은 국내외 디자이너 편집숍 ‘MANgds’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디자이너 편집숍 ‘GDS’ ‘지.스트리트494’가 여성의류 매장 중 3·4위를, 남성은 1·2위 모두 편집숍이 차지해 대다수의 강남 사람이 편집숍을 주요 쇼핑처로 삼고 있음을 시사했다. 갤러리아 우희원 차장은 “요즘 고객은 더 좋은 것, 더 특이한 것, 약간 비틀린 것을 찾는다”며 “편집숍에서 선보이는 실험적이고 정교한 젊은 디자이너의 옷이 이를 충족시켜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11년 빅뱅과 ‘10꼬르소 꼬모’가협력해 만든 콜라보 제품.
 편집숍은 컨셉트에 따라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한곳에 모아 놓은 매장이다. 특히 다품종 소량 생산을 추구하는 요즘의 패션에 있어 가장 적합한 매장 형태로 추앙받고 있다. 주로 디자이너 브랜드의 제품으로 구성되는데 뉴욕·밀라노·도쿄에서는 이미 대중적인 유통 형태다. 이들은 신진 디자이너의 옷이 시장에 나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편집숍에서 소량씩 선보였다가 인기를 얻으면 단독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디자이너 브랜드의 공식 성장루트다. 알렉산더 왕과 톰 브라운, 모델 강승현이 만든 ‘리본 프로세스’도 이렇게 성장한 케이스다.



 국내에 패션 편집숍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최초의 편집숍은 97년 갤러리아백화점이 주소에서 이름을 따 만든 ‘지.스트리트494’로 알려져 있다. 독립매장으로는 압구정 로데오에 ‘디테일’이 있었지만, 신세계가 운영하는 ‘분더샵’이 오픈하면서 본격적인 편집숍 시대가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까지 편집숍들은 재미를 못 봤다. 개인 편집숍들은 영업이 안 돼 채 1년을 못 버티고 없어지기 일쑤였다. 그러다 2010년에 들어서며 점차 찾는 사람이 늘었다. “자신이 원하는 패션 스타일을 잘 알고 있고, 이에 맞는 아이템을 골라 구매할 줄 안다”(갤러리아 우희원 차장)는 요즘 사람들이 편집숍을 드나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완판녀’라 불리는 많은 연예인들 또한 대부분이 편집숍을 애용한다. 남들이 흔하게 입지 않는 옷, ‘패션을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알려진 디자이너의 옷을 선택해 입고 대중 앞에 나선다. 김희애·김혜수·고소영·전지현 등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여배우들의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이사는 “이들은 특히 개성을 아름답게 살리기 위한 옷을 찾는다”며 “이를 위해 패셔니스타로 불리는 연예인의 대부분이 편집숍의 옷을 입는다”고 말했다.



 이들이 입은 옷은 미디어를 타고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 추종자를 만든다. “그들이 입는 것이 결국 트렌드가 된다”는 정 이사의 말처럼 편집숍에서 보여지는 패션 아이템이 몇 개월 후 우리들 속에 ‘잇 아이템’으로 둔갑해 거리를 채우게 된다. 정 이사는 “때문에 최신 트렌드를 보려면 편집숍에 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편집숍에서는 ‘누가, 왜 이 상품을 골랐나’가 가장 중요하다. 한 매장에서 적게는 10개에서 많게는 400여 개에 이르는 브랜드로 구성되는데, 이때 상품들이 하나의 컨셉트로 잘 어우러지는 것이 관건이다. 때문에 ‘에디팅’ ‘셀렉팅’이라 말하는 바이어의 구성력과 숍의 컨셉트가 얼마나 소비자가 원하는 스타일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편집숍의 성패가 좌우된다. 여기에 많은 브랜드를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다는 ‘원 스톱 쇼핑’에 대한 매력이 더해져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마음에 드는 편집숍을 찾는다면 다양한 브랜드의 옷을 개성 있게 코디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된다.



 에디팅에 있어 가장 탁월한 것은 ‘10꼬르소 꼬모’다. 엘르 이탈리아판을 창간한 카를라 소차니가 보그 편집장인 동생과 보그 패션디렉터 출신 딸과 함께 만들었다. 패션과 함께 문화·음식·인테리어까지 한 권의 잡지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오롯이 매장으로 가져왔다.



 하지만 여전히 편집숍 문 앞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들어가길 주저한다. 화장품회사에 다니고 있는 김모(33·여·강남구 삼성동)씨는 편집숍 쇼핑에 대해 “비싸고 잘 모르는 브랜드만 많아서 들어가기조차 힘들다”고 난색을 표했다. 물론 명품을 취급하는 편집숍에는 수백만원이 넘어가는 고가의 의류가 즐비하다. 하지만 숍의 컨셉트에 따라 1만원짜리부터 10만원대까지의 제품들도 있다. 그 가격이 뭐가 싸냐고 하겠지만 다른 점은 같은 가격대여도 독특한 디자인 철학을 가졌거나 아티스트와 협업한 작품, 브랜드가 한정수량만 만들어 내놓는 한정판 등 소소하지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다. 그러니 “일단 한번 들어가서 둘러봤으면 좋겠다”는 게 10꼬르소 꼬모 김재선 차장의 제안이다.



 마음에 들지만 브랜드를 몰라서 주저한다면 편집숍의 실력을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최근 에디팅에 자신이 있는 편집숍은 옷 라벨에 자신들이 선택했다는 또 하나의 라벨을 덧붙인다. 만약 브랜드 ‘알라이아’ 옷에 10꼬르소 꼬모의 라벨이 붙어 있다면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아의 옷이면서 10꼬르소 꼬모가 바잉한 옷’이란 의미다. 자신들의 패션 감각을 믿으라는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실제로 유명 편집숍은 그 이름만으로도 하나의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는다. 편집숍의 쇼핑백을 들고 있거나 그 숍에 자주 간다는 것이 트렌드셔터임을 나타내는 하나의 표시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최근 편집숍은 라이프스타일에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 종전엔 보기 힘들었던 예술 서적과 CD를 구비하거나, 하나쯤 욕심 내볼 만한 아트 오브제, 조명, 가구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상품을 구비해 문화적 공간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





편집숍 초보를 위한 활용 가이드



① 전체를 둘러봐라 패션 편집숍은 트렌드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물건을 산다는 마음을 비우고 숍 전체를 둘러보면서 이번 시즌 트렌드가 무엇인지 파악해 보는 것이 먼저다. 그 후 유독 눈에 띄는 스타일이 많은 브랜드를 선택해 시간을 들여 고민해보자.



② 그곳에만 있는 아이템을 찾아라 편집숍은 다른 곳에서 팔지 않는 독점 브랜드를 갖고 있거나 같은 브랜드여도 타 매장과 다른 스타일의 옷이 많다.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한정판 제품을 만들어 내놓기도 한다.



③ 차를 마셔라 최근엔 편집숍 안에 카페를 둔 곳이 속속 생겼다. 이곳에서는 커피 한 잔만 시키고서도 직원 눈치 보지 않고 여유롭게 상품을 볼 수 있다. '10꼬르소 꼬모'의 북카페는 이미 청담동에선 약속 장소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어라운드 더 코너’는 알 만한 사람은 아는 베이커리 ‘퍼블리크’ ‘카페 리브레’가 입점해 있다.



④ 매장 직원을 괴롭혀라 편집숍이 어려운 이유는 대부분 모르는 브랜드 제품으로 채워졌기 때문. 이때는 잠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매장 직원에게 도움을 청하자. 이들은 고객이 패션 문외한이라도 친절히 디자이너의 역사와 특징에 대해 설명해 준다.



⑤ 아직도 두렵다면 … 세일을 노려라 생소한 브랜드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세일 기간을 노리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갤러리아의 편집숍은 세일 기간 중 다른 단독 브랜드에 비해 10%가량 더 할인한다.





스타일리스트 정윤기가 추천한 패션 편집숍 TOP 10



정윤기(인트렌드) 이사가 멀티 편집숍 10곳을 골라줬다. 이곳만 둘러봐도 국내 편집숍의 ‘기본기’는 마스터할 수 있단다.



분더숍 국내에서 찾기 힘든 유명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 위주로 구성. 패션 리더층이 많이 찾는다. 특이하고 아름다운 구두를 많이 볼 수 있다. 분더숍보다 더 캐주얼한 아이템을 강화한 서브숍 ‘마이분’도 있다.



주요 브랜드: 사카이, 뮈글러, 프로엔자 스쿨러 등

위치: 서울 강남구 청담동 89-3

문의: 02-542-8006



무이 유럽·일본에서 발굴한 하이엔드 브랜드 위주. 클래식하고 드레시한 디자인의 옷이 많다. 세련된 디스플레이만으로도 볼거리가 된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입점 예정.



주요 브랜드: 랑방, 뮈글러, 발렌티노, 빅토리아 베컴 등

위치: 서울 강남구 청담동 93-6번지

문의: 02-3446-8074



10꼬르소 꼬모 서울 문화와 패션이 잘 공존해 있는 곳. 북카페부터 라이프스타일 제품, 디자이너 의류에서 나이키 리미티드 에디션까지 다양한 상품군 구성.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알라이아’가 백미. 이름은 밀라노 주소인 ‘꼬모길 10번지’를 뜻한다.



주요 브랜드: 발망, 리고엘, 톰 브라운, 알라이아 등

위치: 서울 강남구 청담동 79(청담)

문의: 02-3018-1010(청담)



분더숍·무이와 함께 자리를 지켜온 청담동 1세대 편집숍. 디스퀘어드, 디올 옴므, 드리스 반 노튼 등을 국내에 소개한 주인공. 하이엔드 디자이너 브랜드와 잡화·액세서리·아이웨어 등으로 구성. 가로수길 ‘쿤 위드 어 뷰’는 쿤의 캐주얼&라이프스타일 숍이다.



주요 브랜드: 입생로랑·발망·골든구스마이클 바스티앙 등

위치: 서울 강남구 청담동 19-8

문의: 02-548-4504



에이랜드 저렴하고 튀는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구비하고 있어 10대에서 30대까지 한 번씩 들르게 되는 참새 방앗간 편집숍이다. 의류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위주. 빅토리아 슈즈와 통통 튀는 양말, 태블릿PC용 가방 등도 있다. 들어가면 꼭 무언가 하나를 집어 들고 나오게 되는 곳.



주요 브랜드: 크라비츠, 빅토리아 슈즈, 인케이스 등

위치: 서울 강남구 신사동 534-18(가로수길점)

문의: 070-7820-7547



비이커 제일모직이 ‘리사이클’을 컨셉트로 만든 편집숍. 기존의 ‘블리커(BLEAKER)’를 리모델링. 폐자재를 이용해 매장을 꾸민 것이 멋스럽다. 뉴욕에서 뜨고 있는 캐주얼한 미국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 의류, 가구, 인테리어 소품, 화장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요 브랜드: 랙앤본, 밴드 오브 아웃사이더스 등

위치: 서울 강남구 청담동 78-6

문의: 02-543-1270



주느세콰 펀(fun·즐거움)을 추구하는 게 메인 컨셉트. 통통 튀는 감각적 옷을 만드는 유럽·미국 디자이너 브랜드가 가득하다. 전지현이 영화 ‘베를린’ 시사회에 착용해 화제가 된 주얼리 ‘마위’ 등이 있다.



주요 브랜드: 토마스 와일드·넘버 투에니원·로엔 등

위치: 서울 강남구 신사동 650-11

문의: 02-515-3151



어라운드 더 코너 지난해 중순 LG패션이 오픈한 라이프 스타일형 컨셉트 스토어. 통통 튀는 캐주얼 패션과 함께 일반적인 편집숍과 달리 요즘 뜨고 있는 ‘핫’한 푸드 스토어를 숍인숍으로 넣었다.



주요 브랜드: 오씨발(orcival), 케이웨이 등

위치: 서울 강남구 신사동 532-5

문의: 02-545-5325



란스미어 이탈리아 정통 정장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주는 곳. 슈트 외에 셔츠·니트·구두 등 단품 아이템 쇼핑에도 적합한 곳. 결혼 등 중요한 행사를 앞둔 남성이라면 꼭 들러 보길 권한다.



주요 브랜드: 체사레 아톨리니, 가브리엘레 파시니, 볼리올리, 시세이 등

위치: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8-1 소성빌딩 1층

문의: 02-542-4177



우영미 맨 메이드 국내 대표 남성복 디자이너 우영미씨가 공들여 찾아낸 옷과 남성 잡화·액세서리가 가득. 남성용 화장품부터 스카프, 브랜디 글래스, 디터람스 빈티지 오디오까지 판매. 파리·런던·앤트워프를 돌며 구입한 빈티지 가구와 소품을 볼 수 있다.



주요 브랜드: 씨.델스트랜드, 보나스트레, 에슝 등

위치: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8-1번지

문의: 02-515-8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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