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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학교 깊이보기] 368년 전통 미국 명문 사립고 록스베리 라틴 스쿨

중앙일보 2013.02.27 03:31 강남통신 12면 지면보기
록스베리 라틴 스쿨은 미국 최초의 사립학교로 졸업생 전원이 최고대학에 입학하는 명문사학이다. “록스베리 라틴 입학은 명문대 입학 허가서를 받는 것과 같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높은 진학률을 자랑한다. 피천득 작가의 외손자이자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가 이학교 출신이다. 그는 하버드에 갔다. [사진 록스베리 라틴]


매년 하버드대에 가장 많은 학생을 보내는 미국 고등학교는 하버드대에서 16㎞ 떨어진 매사추세츠주 웨스트 록스베리에 있는 록스베리 라틴 스쿨(Roxbury Latin School)이다. 한국에선 생소한 이름이지만 368년 전통의 명문 사립학교다. 특히 하버드대의 피더 스쿨(feeder school·공급학교)로도 유명하다. 이 학교는 2012학년도에 전체 51명 중 3명을 하버드대에 보냈다. 미 LA에 있는 보스턴 에듀케이션의 수 변 아이비클럽 수석 칼리지 카운슬러가 록스베리 라틴에 대해 정리했다.

성적표 나오면 일대일 관리 … 하버드로 가는 파이프라인



김소엽 기자





유학에 관심이 있다면 아마 입시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피더 스쿨이나 파이프라인(pipeline·수송관)이란 말을 들어봤을 거다. 특정 대학에 유독 많은 학생을 입학시키는 고등학교를 해당 대학의 피더 스쿨, 즉 공급학교라고 한다. 파이프라인은 그렇게 엮인 고교와 대학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가령 로렌스빌 스쿨은 프린스턴대와, 보딩스쿨인 초트 로즈메리 홀은 예일대와 파이프라인 관계다. 또 이번에 소개할 록스베리 라틴 스쿨이나 보스턴 라틴 스쿨 등은 하버드대의 공급학교다.



 꼭 공급학교에 가야 파이프라인 대학에 간다는 공식은 없다. 하지만 이들 공급학교는 평소 인근에 위치한 대학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대학도 공급학교 소속 학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고교 입장에선 같은 지역에 있다 보니 대학의 입시 정보를 좀 더 명확하게 얻을 수 있다. 대학 측에서도 평소 고교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기 때문에 그곳 출신 학생을 신뢰할 수 있다. 한마디로 그 고교를 좋아해서 그 학교 출신 학생을 많이 뽑는다는 얘기다.



 이게 가능한 이유 중 하나가 파이프라인 대학의 입학사정관과 고교의 대학 진학 담당 사이의 오랜 인간관계다. 실제로 입시 때 대기자 명단에 올라가면 대학 진학 담당의 역량에 따라 당락이 결정지어지는 경우도 많다.



 록스베리 라틴은 사립 남자 데이스쿨(day school·기숙사 학교가 아닌 통학 학교)이다. 대학으론 1636년 설립된 하버드가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그러나 고교 중엔 단연 록스베리 라틴이다. 하버드대가 생긴 지 9년 뒤인 1645년 설립됐다. 각종 기관에서 발표하는 하버드대 진학 고교 순위에서 록스베리 라틴은 항상 높은 순위에 오르는 학교 중 하나다. 학비는 1년에 2만4300달러(한화 약 2600만원) 정도다. 국내 대학 등록금 정도는 훌쩍 뛰어넘는다. 그러나 학생 셋 중 하나는 장학금을 받는다. 재원은 1억 달러가 넘는 기부금에서 충당한다.



 초등학교부터 이어지는 데이스쿨이 많지만 록스베리 라틴은 7~12학년이다. 우리로 치면 중·고교 과정인 셈이다. 여섯 학년을 모두 합해도 현재 전교생 수는 297명에 불과하다. 학생수가 적다 보니 꼼꼼하게 관리한다. 교사 한 명당 학생은 7명(2013년 현재)이다. 가을 학기가 시작되면 이후 1년간 성적표를 네 번(10, 12, 3, 6월) 받는다. 마지막 성적표를 받은 후 학생 개개인에게 담당 자문관이 할당돼 1대1 관리를 한다. 만약 학습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학교 과외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이런 학사 관리 덕분에 해마다 미국 내 쟁쟁한 경시대회에서 재학생 72%가 수상한다. 지난해는 13명이 내셔널 메릿 어워드(National Merit Awards : PSAT[모의SAT-독해·작문·수학] 상위 1%만 준결승에 진출 가능)의 최종까지 진출했다. 내셔널 메릿 어워드는 준결승 진출만으로도 명문 대학 지원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얻게 되는 미국 내 가장 권위 있는 대회다. 준결승 진출 이후에는 학교 내신 성적, 최근 SAT 성적, 과외 활동, 에세이를 준비해야 하며 결승전에 오른 학생들은 미국 최고 권위의 내셔널 메릿 장학금 수여자가 된다. 재학생 평균 SAT 점수는 2400점 만점에 2230점이다. 미 대학 과정을 미리 이수하는 대학 과정 선이수제(AP·advanced placement) 점수는 재학생 대부분(84%)이 5점 만점에 4점 이상을 획득한다. 그중 49%는 5점 만점을 받는다고 한다.





 2010년 졸업해 MIT에 진학한 아들을 둔 메릴린(백인)은 “미국 명문 사학도 인성 교육 없이 기계적으로 학습만 시키면서 아이비리그 목표를 향해 달리는 곳이 많다”며 “록스베리 라틴은 이런 학교들과 다르다”고 말했다.



 미국은 학교마다 그 학교를 대표하는 스포츠와 특별활동이 있다. 록스베리 라틴은 그런 스포츠가 레슬링과 축구다. 특별활동으로는 모의유엔과 토론이 매우 유명하다.



 파이프라인 학교는 대부분 명문 사립이다. 이들 사립학교는 명문대 진학의 지름길이지만 비싼 학비는 차치하더라도 이 지름길에 접어들기가 대학 들어가기보다 더 어렵다. 록스베리 라틴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틈새가 있다. 인종 배려다.



 미국 사립학교 입학 시스템에선 제도적으로 인종의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 최소한 뽑아야 하는 비율이 있다. 록스베리 라틴은 전교생 297명 중 백인이 233명이다. 나머지는 히스패닉(9명), 흑인(28명), 동양인(19명)이다.



 2011년 졸업해 조지타운에 들어간 마이클은 입학 전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재학생 80%가 백인이라 흑인인 자신이 친구를 제대로 사귈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하지만 입학 후 학생 간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괜한 걱정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마이클은 “재학 시절 단 한 번의 인종 차별도 느끼지 못했다”며 “또 다시 입학 기회가 온다면 주저 없이 록스베리 라틴에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보스턴 에듀케이션 수 변 아이비클럽 수석 칼리지 카운슬러





미 명문고 학생 어떻게 뽑나



록스베리 라틴은 보딩스쿨(기숙학교)이 아니라 인근 지역 학생만 한 학년에 50명 안팎으로 극소수만 뽑는다. 선발 과정이 명문 대학 입시 수준으로 깐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입학하려면 가을학기 시작과 함께 학교에서 배부하는 원서를 받아 다음해 1월 4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는 의무적으로 학교를 방문해 학교 측 관계자와 인터뷰를 한다. 이때 재학생이 해주는 두 시간의 학교 투어를 받는다. 또 적성검사와 비슷한 간단한 테스트도 받는다. 학생과 학교가 얼마나 잘 맞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후 학년별 입학시험을 치른다. 학교 자체 시험이 아니라 공인 시험이다. 7, 8학년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ISEE(Independent School Entrance Exam), 9학년부터 지원하는 학생은 SSAT(Secondary School Admission Test) 성적을 낸다. 미리 성적이 준비된 학생은 원서와 함께 시험 성적을 제출하면 되지만 성적표가 없으면 늦어도 1월 첫째 주까지는 이 시험을 치른 후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 미국은 대입을 결정짓는 시험인 SAT와 ACT·PSAT 등에 퍼센타일(Percentile)이란 수치를 사용하는데 만점을 100%ile로 본다. 자신의 점수가 70%ile이라면 100명 중 내 밑으로 70명이 있다는 의미다. 이 학교의 신입생 입학시험 성적은 90%ile이 평균이다. 하지만 점수가 입학의 유일한 조건은 아니다. 80%ile의 학생, 때로는 더 낮은 점수로도 합격한 사례가 있다. 이렇게 낮은 점수로 합격한 경우는 대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배움의 열정을 보인 사례라고 한다.



※학교 정보 The Roxbury Latin School

주소: 101 St. Theresa Avenue West Roxbury, MA 02132?3496

전화: 1-617-325-4920 팩스: 1-617-325-3585

담당자 e메일: Elaine.driscoll@roxburylati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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