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정희 캐딜락 100만원 고철로 팔렸다

중앙일보 2013.02.27 01:00 종합 2면 지면보기
제8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1972년 2월 27일 박정희 전 대통령을 태운 캐딜락 세단 드빌이 식장인 장충체육관으로 향하고 있다. [대한뉴스 캡처]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지난 25일 오후 한 남성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2년 제8대 취임식 때 탄 차량”이라며 녹슨 캐딜락 한 대를 내려놓았다. 이 차의 주인은 충남 논산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 중인 박광종(54)씨. 박씨는 “집 마당에서 보관해 오던 차량을 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맞춰 더 많은 국민에게 보여 주기 위해 갖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 차는 1970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만든 ‘캐딜락 세단 드빌’로, 방탄 차체 업체에서 특수 제작한 한국 최초의 방탄 승용차다.


한국 최초 대통령 의전용 방탄차
육군병기학교서 폐장비로 처분
베트남에 팔리기 직전 개인이 사
문화재청, 가치 알고도 손 안 써

 본지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문화재청이 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에 용역 의뢰해 발간한 ‘2007 근대문화유산 교통[자동차] 분야 목록화 보고서’에는 이 차의 소유주가 박씨로 기재돼 있다. ‘가치평가’ 항목에는 “제8대 대통령 취임식 때 사용한 박정희 대통령의 방탄차로 최초의 한국 대통령 의전용 방탄차라는 점에 역사적 가치를 부여”라고 적혀 있다.



 그럼에도 이 캐딜락은 오랜 시간 동안 박씨의 집 마당에 보관돼 있었던 탓인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대통령 의전차량의 경우 국내외를 막론하고 박물관이나 전문수집가가 제대로 관리하는 것과는 달랐다.





 실제로 이승만·윤보선 두 전직 대통령이 사용했던 캐딜락 프리트우드는 전쟁기념박물관이, 박 전 대통령이 1970년 전후로 사용했던 캐딜락 프리트우드 75 세단은 육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초기와 후반기에 사용했던 차량 2대는 자동차전문수집가 백중길(70)씨가 관리하고 있다.



 이 차의 구입 경위에 대해 박씨는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논산의 한 고물상에서 베트남의 수입상에게 팔려 반출되기 직전 고철값 100만원을 주고 샀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의 유물이 지방의 한 고물상에서 사라질 뻔했다는 얘기다. 육군본부 관계자는 “이 차량이 2006년 계룡에 있는 육군 병기학교에서 ‘폐장비’로 처리된 것은 맞다”며 “당시 병기학교에서 의전이나 전시용으로 사용하다가 사용 연한이 만료되자 폐장비 정리 절차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화재청도 이 유물의 가치를 알고도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박씨는 2008년부터 이 캐딜락을 문화재로 등록해 달라고 대전시 소재 문화재청에 여러 번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문화재청 직원들은 박씨의 집에 나와 차량의 상태를 점검하고서도 훼손이 너무 심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격에 맞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였다고 한다. 현재 이 캐딜락은 문화재 등록이 보류된 상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박씨의 캐딜락 차량은 ‘등록문화재 등록이 보류된 상태’로 차량을 보수하거나 차량 이력에 대한 자료가 갖춰지면 문화재로 등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와는 달리 개인의 신고에 의해 등록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직 대통령들의 유품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미시간주 디어본에 위치한 ‘헨리포드 박물관’에는 루스벨트·레이건·케네디 대통령이 사용했던 의전 차량들이 한곳에 보관돼 있다.



정종문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