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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만에 돌아온 청와대 첫 밤

중앙일보 2013.02.27 00:58 종합 3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영애 시절 살았던 옛 청와대. 1층은 집무실, 2층은 관저로 사용됐다. [중앙포토]
33년3개월 만에 대통령의 ‘큰 영애(令愛·윗사람의 딸을 높여 부르는 표현)’에서 ‘대통령’으로 청와대에 다시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의 첫날은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25일 취임식을 치른 박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빈 만찬에 참석한 뒤 오후 9시30분쯤 관저로 돌아갔다. 하지만 곧바로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고 한다. 이튿날인 26일 예정된 데이비드 로이드 존스턴 캐나다 총독과의 정상 환담 등 18개국의 정상급 인사를 만나기 위한 준비 때문이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 내정자는 26일 “대통령이 외빈 접견이 많아 (참고자료를) 하나하나 끝까지 꼼꼼히 읽어보신다”며 “새벽까지 일하다 주무신 걸로 안다”고 말했다. 자정 무렵 취침하던 ‘삼성동 시절’보다 잠자는 시간이 더 줄어들었다.


넓어진 청와대서 새벽까지 서류 검토
취임 전날 부모 사진·그림 옮겨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63년 12월 아버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청와대에 들어간 박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서거 한 달여 후인 79년 11월 21일까지 청와대에 살았었다. 하지만 33년 만에 다시 돌아간 청와대의 모습은 과거와 달랐다. 박 대통령이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던 청와대 건물은 93년 11월 헐렸다. 일제시대인 39년 7월 일본 총독 집무실 겸 관저로 지어진 건물을 건국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 임기 초반까지 썼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일제 잔재를 없애겠다”며 철거했다. 지금의 청와대는 90년 10월(관저)과 91년 9월(본관) 각각 신축됐다.



 건물 크기는 훨씬 더 커졌다. 지하 1층, 지상 2층이었던 옛 청와대의 총건평(건물 바닥 면적의 합)은 약 4959m²(1500평)로 대통령 집무실이 있던 1층 면적은 1937m²(586평)였다. 집무실과 관저가 분리되지 않아 1층에는 집무실과 함께 접견실 ·영부인실 ·비서실장실·의전실 등이 있었다. 2층은 대통령과 가족들이 주거하는 관저였다.



 두 번째 청와대 생활을 시작한 박 대통령은 궁궐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지상 2층, 연면적 8476m²(2564평)의 청와대 본관에서 집무를 시작했다. 본관 2층에 위치한 대통령 집무실은 천장 높이가 3m로 특급호텔을 떠올리게 하고, 집무실 입구부터 책상까지는 15m에 이른다. 일과 이후를 보낼 관저는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연면적이 6093㎡에 달한다.



 박 대통령은 취임식 전날인 지난 24일 오후에 서울 삼성동 자택의 가재도구를 청와대로 옮겼다. 식기와 그릇 등 주방용품부터 옷가지 등 평소 사용하던 물건 대부분을 가져왔다고 한다. 또 벚꽃을 배경으로 박 대통령 부녀가 그려진 대형 유화 1점,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그렸다는 동해 경포호 여름 풍경화, 과거 청와대 시절 어머니 육영수 여사와 함께 찍은 모녀 사진과 가족 사진 등 자택에 걸려 있던 그림과 사진 중 일부도 옮겨졌다.



 박 대통령의 올림머리를 만져주던 미용사와 가사도우미도 출퇴근하며 청와대 생활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 가사도우미가 오늘(26일) 아침에 청와대로 와서 요리사들의 식사 준비를 도왔다”며 “청와대 직원이 되려면 신원조회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해서 정식 채용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5년 전 청와대 요리사를 교체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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