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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정은, 통일교 문선명 총재 부인에게…

중앙일보 2013.02.27 00:39 종합 8면 지면보기



3차 핵실험 다음날 방북 …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이 본 평양
“북, 고무신 거꾸로 신은 중국에 불만”
최태복·김기남 고위층 만나
주민 “핵보유국” 들떠있지만
당 간부는 뒷수습에 고민 중













박상권
박상권(62) 평화자동차 사장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튿날인 13일부터 엿새간 방북해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김기남 노동당 비서 등 권력서열 10위권 안팎의 핵심인사를 만났다. 지난 19년간 212차례 방북하며 보통강호텔 운영 등 통일교 계열의 대북사업을 총괄한 박 사장은 현재 북한에 합작 자동차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박 사장은 26일 기자와 만나 “핵실험 후 북한 고위 인사들은 ‘박근혜 정부가 제재로 우리를 죽이려 하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대북제재 움직임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미국과 중국을 끌어들여 북을 변화시키려 하지 말라”는 입장도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음은 박 사장과의 문답.



 -핵실험 후 첫 방북인데, 어떤 느낌이었나.



 “곳곳에 붉은색 축하 간판이 나붙었다. 주민들은 ‘핵 보유국이 됐다’거나 ‘미국을 까부수자’며 들뜬 분위기였다. 고위 간부들은 큰일이 벌어졌다며 수습책과 사태추이에 촉각을 세운 분위기였다.”



 -중국에 대해서도 북한이 비판의 날을 세웠는데.



 “때리는 시어머니 격인 미국보다 말리는 시누이 중국이 밉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해놓고 3차 핵실험 자제를 요구한 중국에 불만이 있더라.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중국에 대한 김정은의 시위 성격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향후 남북관계에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북한이 핵을 가지고 박근혜 정부와 대화하려 하는 건 난센스다. 우리 국민 정서상 비핵이 전제되지 않으면 김정은과 대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핵을 없애는 걸 전제로 한 남북 간 대화가 필요하다. 아직 비핵화는 물 건너간 게 아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제재는 필요한 것 아닌가.



 “북한을 편들려는 게 아니다. 이미 저질러버린 일 때문에 매를 들기보다는 더 큰일을 도모할 매개체로 삼아야 한다. 제재가 불가피하겠지만 강경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김정은과 대화해 난제를 푸는 사람이 역사에 남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 일을 해주길 바란다.”



 -북핵에 대한 지난 20년간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북한 핵이 눈에 보이질 않았으니 소홀했던 거다. 3차 핵실험으로 핵이 우리 목을 조이는 물건이란 걸 알게 됐다. 핵을 가지려는 북한의 신념보다 우리 사회의 비핵 의지가 커야 북핵을 막을 수 있다. 북한의 의지가 압도해 지금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북한이 유엔 제재를 지켜본 뒤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건 김정은이 죽을 쑤는 것이다. 3차 핵실험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 비핵만이 민족의 살 길이다.”



 -핵실험 때문에 경협사업에 차질은 없나.



 “남포에 2002년 남북 합작으로 세운 평화자동차는 곧 북한에 넘길 계획이다. 대신 평양 내 첫 단독기업을 설립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놀라운 성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박 사장은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때는 조문차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만났다. 이번 귀환 길엔 풍산개 암수 한 쌍을 데려왔다. 김정은이 문선명(지난해 9월 별세) 통일교 총재의 부인 한학자씨에게 보낸 선물이라고 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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