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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 물리는 차 이름 소송

중앙일보 2013.02.27 00:17 경제 3면 지면보기
한국·중국·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유럽 시장에서 신차 이름을 놓고 때아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6일 중국 언론과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연말 소송을 통해 기아차 K9의 유럽 수출명 사용을 금지시켰던 중국 코로스 자동차(觀致氣車)가 이번에는 반대로 독일 법원으로부터 자동차 명칭 사용 금지 조치를 당했다.


유럽 차 시장 신경전 가열
중국 코로스 → 기아 K9
독 폴크스바겐 → 코로스

 논란은 코로스가 유럽 진출 예정 모델인 준중형 신차에 GQ3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시작됐다. 외국 자본과 기술 도입을 통해 단기간에 완성된 GQ3는 지금까지의 중국차와는 달리 수준급의 완성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스는 3월 5일 개막하는 제네바 모터쇼에서 이 차를 공개한 뒤 연내에 유럽 시장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중국차의 유럽 진출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여기에 독일 차 메이커인 폴크스바겐이 딴죽을 걸었다. 폴크스바겐은 “그룹 계열사인 아우디의 SUV차량 Q3와 이름이 비슷한 만큼 유럽 시장에서 GQ3 이름을 사용해선 안 된다”며 독일 함부르크 법원에 소송을 냈고, 이달 중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코로스는 부랴부랴 차명을 ‘코로스3’로 바꾸는 임시 처방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코로스 관계자는 중국 경제관찰보와의 인터뷰에서 “GQ3를 상표 등록할 때만 해도 아무 말이 없었던 폴크스바겐이 갑자기 소송을 제기해 의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스도 지난 연말 기아차에 똑같은 행위를 했다. 코로스는 기아차가 K9의 유럽 수출명을 쿠오리스(Quoris)라고 짓자 “코로스와 비슷하다”며 독일 법원에 명칭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승소했다. 기아차는 이후 최고급 차량의 자동차 본고장 상륙이라는 야심을 아직까지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에 대한 코로스의 소송이 유럽 진출 선발주자에 대한 견제 측면이라면 코로스에 대한 폴크스바겐의 소송은 잠재적 경쟁자에 대한 기선 제압 성격”이라며 “유럽 자동차 시장의 미래 판도, 즉 아시아의 공세와 유럽의 방어 양상을 미리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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