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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정부, 언제까지 결손 상태로 갈 건가

중앙일보 2013.02.27 00:16 종합 34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25일 시작됐지만 아직 온전한 박근혜 정부는 보이질 않는다.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고,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오늘에서야 시작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비서진에도 아직 빈 곳이 많다. 엉거주춤한 ‘결손정부’인 셈이다.



 원래 정권이 바뀌는 시기엔 다소의 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수용 범위를 벗어나지나 않을까 아슬아슬한 지경이다. 특히 어제는 예정돼 있던 국무회의도 열리지 못했다. 이런 게 국민 눈엔 국정공백으로 비친다.



 현재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자고 나면 새로운 일들이 벌어져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야 할 정부가 아직 조직·인사라는 기초적인 문제에 발을 묶인 상태다.



 여기에서 벗어나려면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여야의 조속한 합의가 필요하다. 그래야 인사 문제도 순차적으로 풀린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교착 상태를 야당의 반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가장 큰 이견을 보이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 관장의 경우 야당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기존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 관련 업무 일부를 미래부에 넘기겠다는 개편안은 이미 전문가들에게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공공성이 강한 방송은 독임제 부처인 미래부보다는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에 맡기는 게 합리적이다. 장관 한 사람이 정책을 좌지우지하면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이때 방송의 공공성·독립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또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채널 규제는 지금처럼 방통위가, 방송프로그램공급자(PP)·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관련 업무는 미래부가 각각 관장하는 개편안 역시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PP·SO를 집중 규제 대상에서 뺄 경우 대기업 PP·SO에 특혜가 돌아갈 게 뻔하다. 이는 미디어 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어긋난다.



 이런 지적들을 반영해 새누리당도 야당과의 협상에서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야당 말을 그냥 들어주라는 게 아니다. 100% 원안 사수에 매달리는 건 협상이 아니다.



 정부조직 개편이 더 늦어지면 박 대통령에게도 부담이다. 그는 과거 여러 차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며 정치적 고비를 돌파한 경험이 있다. 그때마다 여론의 지지를 얻었고, 선거에 승리했다. 하지만 대통령이란 자리는 다르다. 싸움에서 이기는 것보다 국민을 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대통령이 정부조직 개편의 당위성과 진정성에 대해 직접 설득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으로서 중요한 건 국민행복의 총량 증가다. 자신의 의지 관철 여부는 별 의미가 없다.



 마지막으로 새누리당의 어중간한 태도도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은 새누리당 정권인데도 새누리당의 존재감은 실감할 수 없다. 너도나도 박 대통령 눈치를 살피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당사자 의식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 첫 결과물을 야당과의 정부조직 개편 협상에서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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