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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경의 중국기업인열전 ⑩] 스마트폰 업계의 추격자, 화웨이 런정페이 회장

중앙일보 2013.02.25 08:56






지난해 4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무서운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애플과 삼성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중국의 화웨이(華爲)가 처음으로 3위 자리에 올라선 것. 화웨이는 원래 통신 장비 공급업체였다. 뒤늦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다. 하지만 삼성(6,370만대)과 애플(4,780만대)에 이어 1,080만대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에는 자체 프로세서를 탑재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글로벌 시장에 내놨다.

화웨이의 런정페이(任正非?69) 회장은 종종 “어릴 적 어머니께서는 그리스 전쟁 신화 이야기를 자주 들려 주셨다“고 말한다. 삶도 전쟁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체득했다는 뉘앙스다.



런회장은 가난한 7남매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학창시절 전자계산기, 디지털, 철학, 어학 등 닥치는 대로 섭렵했다. 가난을 배움의 간절함으로 이겨냈다. 특히 기술전문 학교 졸업 후 인민해방군의 통신 장교로 근무하면서 우직하게 기술개발에 전념했다. 급작스런 대규모 감군 계획에 따라 4년만에 전역했다. 그 때 나이 43세. 단돈 2만위안(약 3,400만원)으로 지금의 화웨이를 설립했다.



그는 지금의 화웨이가 있기까지 먼 길을 돌아왔지만 기술에 대한 갈망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았다. 그는 단순한 현상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귀재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 진입 초기에는 터무니 없는 저가 공세를 펼쳤다. 당시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업체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화웨이는 이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갔다. 대신 경쟁업체들이 이미 진출한 대도시가 아닌 농촌 지역부터 파고 들었다.



이후 화웨이는 저가 이미지를 벗고 브랜드 고급화를 위해 프리미엄 폰 판매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대도시를 차츰 공략해 나갔다. 인지도가 상승하자 더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취했다. 이제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어찌 보면 삼성의 성장 전략을 그대로 원용한 셈이다.

애플은 스마트폰의 혁신을 일으켰다. 삼성전자는 후발주자였지만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소니를 제치고 1위 반열에 올랐다. 화웨이의 성장 역시 이들과 다르지 않다. 단순히 쫓아가기 보다 추월하려는 전략이다.



독일 철학자 후설은 모든 현상은 보는 이의 태도에 따라 변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상황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특별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물 한 컵은 그냥 떠놓은 맹물이지만 목마른 이에게는 갈증을 해소하는 생명수인 것처럼 말이다. 아마도 성공한 기업인의 공통 요건도 본능처럼 집요한 관찰력과 뼈 속까지 배어있는 간절함이 아닐까.



☞신보경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에서 국제경제를 전공했으며, 현재 중국 경제 및 기업을 연구하고 있다. shinbo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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