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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협상 타결 공개 호소

중앙일보 2013.02.25 01:11 종합 2면 지면보기
새 정부는 출범했지만 정부조직 개편 협상은 도무지 타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자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24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직접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부분은 미래창조과학부의 관할 문제”라며 “야당이 비보도 방송 부문을 미래부에서 통신과 융합해 관장할 수 있게 해주신다면 새누리당은 방통위가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방통위의 법적 지위를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시키고 소관 사항에 대해 미래부 장관과 공동으로 법령 재개정권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또 “코바코(KOBACO·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를 비롯한 방송광고 판매 부분도 규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 방통위 귀속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협상의 최대 쟁점인 미래부와 방통위의 업무 영역 분담과 관련해 야당 측에 공개적으로 타협안을 제시한 것이다.


반쪽 정부 ‘개문발차’
방통위 업무 이관 타협안 제시
민주당은 “양보할 만큼 양보해”
내각 3월 중순 돼야 제기능할 듯

 다만 황 대표는 “대통령이 자신이 공약한 사항을 실천하기 위해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일은 최대한 존중하고 협조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공개 회견을 한 것은 협상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려 야당에 대한 압박 여론을 조성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야당도 양보할 만큼 양보했다. 협상에 진전이 없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결재정치, 불통정치, 나홀로 정치의 책임이 크다”며 꿈쩍하지 않았다.



 비공개로 열린 새누리당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조차 일부 참석자가 불만을 터뜨렸다. 한 참석자는 “박근혜 당선인은 새누리당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우리도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한다. 야당에서 우리가 결재받는 시스템이라고 공격하지 않느냐”고 했고, 또 다른 최고위원은 “정부조직법 교착상태의 쟁점은 부처나 종편 등엔 사활이 걸려 있는 방통위 문제인데 이걸 레토릭으로만 풀기 어렵다”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당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모든 매체는 공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여론 형성에 영향을 주는 매체는 뉴스가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일반 PP(프로그램공급자)가 방송하는 토론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넓게 보면 대하드라마 역시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보도기능이 없다는 이유로 PP·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만을 떼어내 미래부 소속으로 가져가는 건 공공성과 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PP 중에서 보도전문 채널이 아니면서도 대통령 후보 TV토론이나 시사토론 등을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런 채널을 미래부 소관으로 하는 건 문제라는 것이다.



 여야는 황우여 대표 회견 뒤에도 물밑에서 대화를 이어갔지만 끝내 의견차를 좁히진 못했다.



 협상 지연의 여파는 새 정부 인선의 늦장 구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박 대통령은 25일 취임식을 마친 뒤에도 자신이 지명한 장관들을 모두 데리고 일하려면 3월 중순까지는 기다려야 할 처지다. 12명 후보자 중 5명(김병관 국방, 현오석 기획재정, 김종훈 미래, 윤상직 산업통상자원, 윤진숙 해양)은 아직 청문회 일정도 못 잡았다. 문을 열어놓은 채 기차가 출발하는 개문발차(開門發車) 형태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게 되는 셈이다.



김정하·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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