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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 선, 공간에 풀어낸 거죠

중앙일보 2013.02.25 00:59 종합 24면 지면보기
김백선, ?코리안 다이닝-국수’, 2009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설치 장면. [사진가 남궁선]


고향은 전남 목포였다. 아버지는 연말이면 돌돌 만 달력을 집에 가져왔다. 배 깔고 엎드려 달력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게 소년의 취미였다. 남농(南農) 허건(1907~81), 임전(林田) 허문(72) 등 호남화단 거두들의 그림도 거기서 접했다.

전방위 예술가 김백선
설치·사진·수묵 선보여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손자의 취미를 못마땅하게 보던 할아버지는 아들을 잃은 뒤 변했다. 동네에서 그림께나 잘 그린다는 이에게 무릎 제자로 들여보냈다. 목포상고 3학년, 홍익대 미대에서 주최한 전국 실기대회에서 1등을 했다. 꿈에도 없던 대학에 진학했다. 홍익대 동양화과. 대학 4학년인 1989년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김백선(47)은 전공인 수묵화보다 건축, 디자인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아트 디렉터(2009∼2010), 대안공간 루프 설계, 문화재청 자문위원 등을 거쳐 현재는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의 주거 공간을 디자인하고 있다. 오는 9월 전주에 개관하는 국립무형유산원의 예술감독이기도 하다. 동양적 선과 자연미를 공간화시키는 게 특징이다.



 전방위 예술가 김백선이 다음 달 17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경복궁 수라간 자리에 오늘의 식문화 공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설치 ‘화풍: 경복궁으로의 초대’(2009), 악기장·소목장 등 무형문화재 4인과 공동 제작한 ‘서권기문자향’(2009, 코엑스), 같은 해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 ‘코리안 다이닝’이란 주제로 만든 설치 ‘국수’ 등 당시엔 관심을 모았으나 이제는 없는 공간 디렉팅 작업의 사진과 영상을 출품했다. 지난 10여년간 김씨가 지향해온 세계를 조감할 수 있다.



 또 영상 ‘안개’(2012), 사진 ‘대나무’(2012), 기운생동하는 선묘가 두드러진 수묵화 등 미술가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작품도 걸었다.



 김씨는 “나의 본령은 동양화이고, 그 기본은 선이다. 형태는 중요치 않다. 형상과 공간에 대한 본질을 보여주는 게 내 관심사”라고 말했다. 좋은 건축가·디자이너에 필요한 자질을 묻자 “진솔하게 살아야 한다”고 대답했다.



 “우리 삶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건축에 담아내고 싶습니다. 일상을 담아내는 작업이 가장 중요해요. 지금 내게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게 필요하며, 누구를 만나는지가 중요합니다.” 02-720-1524.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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