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 더, 클로즈업…CF 같은 화면의 비밀

중앙일보 2013.02.25 00:58 종합 24면 지면보기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주연인 송혜교가 립스틱을 칠하고 있는 장면. 드라마의 절반 이상이 배우 이마부터 턱까지만 보여주는 극한의 클로즈업 샷으로 구성됐다. [사진 SBS]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유려한 영상미가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종영한 JTBC 드라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춘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PD의 작품이다.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수억원대 고화질 카메라 써
조명도 몇 배… 색보정 거쳐



 ‘빠담빠담’에서 감각적이고 화려한, 그러면서 가슴 아린 사랑을 빚어냈던 두 사람의 호흡은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도 흐트러짐이 없다. MBC 7급 공무원, KBS 아이리스Ⅱ를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출연 배우들의 ‘물오른 외모’가 화제다. 예컨대 극중 시각장애 상속녀 ‘오영’역을 맡은 송혜교는 초고화질 TV화면에서도 땀구멍 하나, 잡티 하나 보이지 않는다.



 프로그램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멜로여신 강림했다’ ‘주인공 비주얼이 예술이다’는 후기가 넘쳐난다. 그 뒤에 숨은 비결은 무엇일까. 제작진으로부터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



◆클로즈업의 위력=“인물 감정에 집중하기 위해 작정하고 극도의 클로즈업 샷 쓰겠다.” 김 PD는 드라마의 연출 방향을 이렇게 잡았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일본 드라마로, 국내에선 이미 영화로 제작됐다. 스토리가 널리 알려져 있는 만큼 배우들의 표정 연기와 감각적인 비주얼이 차별화 포인트가 됐다.



 배우 얼굴만 가득 담아내는 클로즈업 샷이 주로 쓰이고, 전신샷(풀샷)이 그 뒤를 잇는다. 드라마에서 흔히 쓰는 바스트샷(가슴 윗부분 촬영샷)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4회 방송에서 영이가 차가운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영이 얼굴만 가득 비춘다. 걷는 모습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3회 때 영이가 입술선을 따라 립스틱을 바르는 장면은 한 편의 CF 같다.



이런 카메라 샷은 CF나 뮤직비디오에서 주로 쓰인다. 시청자의 집중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김천석 촬영감독은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기존 방송의 틀을 깨버리고 싶었다. 어중간한 샷은 버렸고, 배우들의 눈빛 연기가 좋아서 현장에서 찍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클로즈업해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기술과 조명 뒷받침=촬영 카메라로 고화질 디지털 카메라인 ‘알렉사 플러스’를 쓰고 있다. 영화 촬영 때 많이 쓰는 장비다. 가격이 수억 원에 달한다. 고속 촬영에 강하며 색감이 부드럽고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제작진은 여기에다 후보정 작업을 더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촬영을 시작해 첫 회가 방영될 때 이미 8회분까지 촬영을 마친 ‘반 사전 제작 드라마’였기에 가능했다. 초당 화면수가 약 29컷이니, 회당 62분짜리 드라마의 후보정 작업을 위해서 10만 컷이 넘는 화면을 수정해야 한다. 백충화 SBS 제작총괄 본부장은 “기존에 찍고 바로 방송하는 ‘생방송 드라마’ 제작여건 상에선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일반 드라마에 비해 쓰는 조명도 수 배에 달한다. 그만큼 전기도 많이 쓴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영이집 세트장에는 300㎾의 발전차가 돌아간다. 일반 세트장 전기용량(50~100㎾)과 비교해 3~6배 많다.



 박환 조명감독은 CF업계에서 김천석 촬영감독과 20년 넘게 호흡을 맞춘 콤비로 유명하다. 김 감독은 “박 감독과 나의 모토는 ‘여배우는 울어도, 어떤 상황에서도 예뻐야 한다’는 거다. 카메라 렌즈도 다양하게 쓰면서 감각적인 영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