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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뉴스 인 뉴스(218) 국적 취득과 변경

중앙일보 2013.02.25 00:52 경제 10면 지면보기
강혜란 기자
얼마 전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러시아로 국적을 바꿔 화제가 됐습니다. ‘부자 증세’를 피하기 위한 세금 망명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오늘(25일)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김종훈 장관 후보자의 이중국적이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에선 이렇듯 개인이 나라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국적이란 무엇인지, 변경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한국(인)의 국적 변경을 중심으로 알아봅니다.


한국으로 귀화, 중국 출신이 최다 … 국적 포기, 미국행이 최다

# 5년간 9만 명 한국 국적으로 갈아타



“아무도 부모를 선택해 태어날 수 없듯이 조국 또한 스스로 선택해 태어날 수 없다.” 1979년 군부정권 치하에서 프랑스 망명을 선택한 평론가 홍세화씨가 에세이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에 쓴 말이다. 그의 말처럼 나라를 선택해 태어날 순 없다. 하지만 국적을 바꾸는 일은 허다하다. 국내 프로축구에선 라돈치치(몬테네그로)·에닝요(브라질)가 예전 신의손·이싸빅 등에 이어 귀화를 추진중이다. 2012 런던 올림픽 땐 중국에서 온 귀화 탁구선수 석하정과 당예서가 대표팀에서 맹활약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귀화 외국인이 포함됐다. 5대째 한국에서 살면서 지난해 3월 특별귀화 허가를 받은 인요한(54) 전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외국인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을 흔히 귀화라고 표현한다. 엄밀하게는 귀화와 국적 회복 두 종류가 있다. 귀화는 한국 국적을 가져본 적이 없는 외국인이 국적법상 귀화요건을 충족시켜 한국 국적을 갖게 되는 경우다. 국적 회복은 한때 한국 국적이었거나 복수국적자였던 사람이 한국 국적을 이탈했다가 다시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시민권자였던 미래창조과학부 김종훈 장관 후보자도 최근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현대인의 국적은 언제든 가입과 탈퇴가 가능한 일종의 ‘멤버십’이 됐다. (1)~(6)번까지 순서대로 인요한 전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 안현수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신의손 부산아이파크 골키퍼 코치, 당예서 탁구 국가대표, 하일(로버트 할리) 변호사,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안현수는 러시아로 귀화했고 나머지는 한국으로 국적을 바꿔 탄(이중국적 포함) 경우다. [중앙포토]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은 9만220명이다. 이 가운데 귀화는 7만9505명이고, 국적 회복이 1만715명이다. 귀화든 국적 회복이든 중국 출신이 가장 많다. 지난 5년간 귀화(5만7692명)와 국적 회복(5759명)을 합쳐 총 6만3451명에 이른다. 전체 한국 국적 취득자의 70%가 넘는 숫자다.



 외국인만 한국인이 되는 게 아니다. 한국인도 외국 국적을 얻는다. 쇼트트랙 안현수는 2011년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러시아로 귀화했다. 일본 양궁대표 엄혜련(일본명 하야카와 렌)이나 호주 양궁대표 김하늘은 국적을 바꿔 런던 올림픽 대표선수로 출전했다.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것에도 두 종류가 있다. 국적 상실과 국적 이탈이다. 국적법에 따르면 한국인이 자진해서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하면 별도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한국 국적을 상실한 것으로 규정한다. 국적 이탈은 외국에서 태어난 한국 국민(복수국적자)이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 5년간 국적 상실(10만2545명)과 이탈(4043명)을 합쳐서 총 10만6588명이 한국 국적을 떠났다. 절반 가까운 4만7491명이 미국 국적을 택했다. 일본(2만9881명)·캐나다(1만5529명)·호주(4747명)가 뒤를 이었다.



# 한국, 1997년까지는 부계 혈통주의



국적은 국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개념이다. 한 나라에서 태어나 국경을 넘을 일도 없이 살던 시절에 개인의 국적은 그가 살던 곳에 귀속됐다. 근대국가의 발달과 함께 국적이 거주 개념과 분리되기 시작했다. 특히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참정권의 확대와 국민개병제 실시로 인해 누가 프랑스 국민인가를 보다 정밀하게 구별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1791년 프랑스 헌법의 시민권 조항과 1804년 나폴레옹 민법 속의 국적 조항은 이후 여러 유럽 국가의 국적법제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근대 국민국가는 점차 사람을 토지에 종속된 신민(臣民)으로 파악하기보다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國民)으로 파악하게 됐다. 교통발달로 인해 인구 이동이 잦아지고 국제결혼이 증가하는 등 현대인의 삶 자체가 변했다. 오늘날엔 국적을 개인 인권의 일종으로 여긴다. 국가는 개인의 국적을 자의적으로 박탈할 수 없고 개인은 자신의 국적을 변경할 권리가 있다(세계인권선언 제15조). 현대인의 국적은 언제든 가입과 탈퇴가 가능한 일종의 ‘멤버십’이 됐다.



 대부분의 사람은 출생에 의해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국적을 평생 유지한다. 선천적 국적 부여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혈연을 바탕으로 부모의 국적에 따라 자식의 국적이 결정되는 혈통주의(속인주의)와 출생지를 기준으로 국적을 부여하는 속지주의다. 오늘날 순수한 혈통주의나 속지주의 국적법을 고수하는 국가는 드물다. 대체로 어느 한 쪽을 원칙으로 하고 나머지를 보충해 사용한다.



 한국의 국적법은 1948년 제정 이래 혈통주의를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특히 97년까지는 부계 혈통주의를 유지했다. 아버지가 한국인이면 자녀는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을 가졌다. 현재는 남녀평등 원칙에 따라 부모 양계 혈통주의를 취한다. 부모 중 어느 쪽이 한국인이라도 모두 한국인이다. 다만 부모를 모르거나 부모 모두 국적이 없는 경우엔 한국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한국 국적을 취득한다. 예컨대 한국에서 발견된 기아(棄兒)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한국 국적을 준다.



# 한국에 5년 이상 거주한 성인에 귀화 자격



후천적으로 한국 국적을 얻는 경우, 즉 외국인의 한국 귀화 절차는 어떻게 될까. 먼저 귀화 요건을 갖춰야 한다. 5년 이상 국내에 주소가 있어야 하고, 성년이어야 한다. 국적법 제5조는 이 밖에 품행이 단정하고 생계능력이 있어야 하며, 국어 능력과 한국 풍습에 대한 이해 등 한국 국민으로서 기본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요구한다. 한국 국민의 배우자나, 부모가 한국 국민이었던(인) 사람, 한국 국민의 양자, 본인이 과거 한국 국민이었던 사람 등에 대해선 보다 완화된 요건을 적용한다(국적법 제6조 이하).



 요건을 갖췄으면 주소지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 국적과(계)에 귀화 신청을 한다. 국적법 제4조제 2항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이 귀화 요건을 갖추었는지 심사한다. 관계기관의 장에게 신원조회, 범죄경력조회 및 체류동향조사를 의뢰(시행령 제4조제1항)하고 거주지를 현지 조사하는 등 절차가 따른다.



 그리고 필기시험이 있다. 한국 역사·정치·문화·국어 및 풍습에 대한 이해 등을 질문한다.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득점해야 한다. 기준점을 넘기면 면접시험을 본다. 국어능력 및 한국 국민으로서의 자세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신념 등을 묻는다.



 해외 입양아나 재외동포처럼 한때 한국 국적을 가졌던 사람의 경우는 절차 자체는 귀화와 비슷하지만 ‘국적 회복’에 해당한다. 탈북자는 국적판정 절차를 거친다.



 (더 자세한 요건 및 절차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www.immigration.go.kr) 또는 하이코리아(www.hikorea.go.kr) 업무안내 코너 참조).



 한국은 원칙적으로 국적 단일주의다. 한국 국적을 갖게 되면 원래 갖고 있던 외국 국적은 포기해야 한다. 다만 국제결혼과 국제교류가 늘면서 탄력적으로 복수국적을 허용하게 됐다. 2010년 개정된 국적법에선 일정한 조건의 외국인(해외입양아, 외국인 배우자 등)이나 복수국적자들이 국내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면 기존 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예컨대 한·미 이중국적자로 태어난 남자가 국내에서 병역을 마치고 2년 이내 외국 국적 불이행 서약을 하면 이중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단, 원정출산의 경우엔 복수국적 유지를 허용하지 않는다.



# 미국·캐나다는 시민권·영주권 나뉘어



한국은 국적을 취득한다고 하지만 미국 등 영미권 국가에 귀화하는 것은 시민권(citizenship)을 얻는다고 말한다. 시민권은 프랑스 혁명 이후 선거권을 가진 프랑스인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현대에 들어 시민과 국민은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인다.



 한국인이 많이 귀화하는 국가 1위와 3위인 미국과 캐나다는 애초에 이주민들이 세운 나라다. 이들은 혈통과 관계없이 자국 영토에서 태어나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주는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다. 미국에선 이를 악용한 원정출산이나 불법이민자의 ‘앵커 베이비(anchor baby)’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앵커 베이비란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얻은 불법이민 자녀가 18세가 되면 가족의 미국 영주권을 청원할 수 있어 가족 전체를 미 시민권자로 만드는 ‘닻(anchor)’ 역할을 한다고 해서 만들어진 말이다. 이런 편법시민권자가 한 해 출생하는 미국 아기의 8%(약 34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주민은 일단 영주권을 거쳐 시민권을 얻게 된다. 영주권자는 외국인의 일종으로 미국에 영속적으로 거주할 권리를 인정받은 사람이다. 영주권자와 시민권자 사이에는 다양한 권리 차이가 있다. 예컨대 영주권자가 어떤 부정적인 일이나 범법행위를 저지르면 미국에서 추방당할 수 있다. 반면에 시민권자는 미국민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그럴 수 없다(하지만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 범죄사실을 이유로 후천적 시민권자를 추방한 판례가 있는 등 변화되는 추세다). 미국 시민권을 신청하기 위해선 합법적인 영주권자로서 만 18세 이상이어야 한다. 18세 미만이라도 부모 한 쪽이 시민권자이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 또 미국에 최소 5년간 지속적으로 체류한 사람만 가능하다(시민권자의 배우자로 취득한 영주권자는 3년).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역사, 정부 구성 원칙 등을 시험 보게 된다. 생활영어가 가능한지 인터뷰도 한다.



 역시 영주권-시민권 이중체제를 가진 캐나다도 취득 절차가 비슷하다. 단 거주기간이 신청기간으로부터 3년(1095일)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짧다. 공용어로 쓰이는 영어와 프랑스어 둘 중 한 가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혈통주의를 택하고 있는 일본은 한국과 귀화 요건과 절차가 거의 비슷하다. 다른 것은 이중국적 유지 때 병역 의무조항이 없는 것 정도다. 중국은 엄격한 혈통주의를 택하고 있고, 외국인의 국적 취득에 제한이 많다. 주한 중국대사관에 국적 취득 관련 절차를 문의했지만, “소관 업무가 아니고, 국적법에 까다로운 부분이 많아 일반적으로 답해줄 수 없다”고 답이 돌아왔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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