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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타이밍을 놓친 것이 고전의 원인

중앙일보 2013.02.25 00:51 종합 27면 지면보기
제8보(80~88)=천야오예 9단이 흑▲로 두자 이세돌 9단은 멀리 80으로 달려갔습니다. 대마의 생사가 아니라면 79는 작은 곳입니다. 대신 80은 매우 크고 맛 좋은 자리지요. ‘참고도’ 흑1은 유명한 맥인데 백2엔 흑3이 또 좋은 맥이라서 잡을 수 없습니다. 물론 백도 고분고분 살려주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수가 있다는 건 찜찜하지요. 그게 사라진 겁니다.


[본선 8강전]
○·이세돌 9단 ●·천야오예 9단

 천야오예는 오늘 스피드에서 이세돌에게 많이 밀리고 있습니다. 이세돌의 파워를 생각하면 전면전은 조금 부담이 있겠지요. 그래서 조금 늦추며 때를 기다리다 보니 어느덧 상대는 빠르게 앞서 달리고 있습니다. 81 자리에 비로소 돌이 놓였습니다. 박영훈 9단이 진즉 응수를 물을 곳으로 지목했던 바로 그 자리인데, 이젠 백도 싸우지 않고 82로 후퇴하는군요. 응수타진의 타이밍을 놓친 거지요.



 겉으로는 조용했지만 내면적으로는 거센 회오리가 있었습니다. 그 진원지는 바로 백△라는 공격의 한 수였지요. 이 수에 흑은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이세돌은 이제 이 돌을 가볍게 보고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 일등공신이었지만 이제는 할 일을 마친 돌이라는 생각입니다. 이게 바둑의 비정한 점이지요. 사실은 인간사의 승리를 추구하는 모든 종목, 모든 게임이 다 그렇습니다.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은 천야오예가 83으로 공격의 불씨를 되살리려고 합니다. 유리한 이세돌은 잔돈은 포기하고 84로 훨훨 날아갑니다. 한데 85도 문제가 있다는군요. 86, 88을 당해 또 실속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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