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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쌍용건설 두 번째 워크아웃 신청

중앙일보 2013.02.25 00:19 경제 1면 지면보기
시공능력 13위(지난해 기준) 쌍용건설이 이번 주 채권단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하겠다고 24일 밝혔다. 현재 자금이 부족해 28일 만기가 도래하는 600억원 규모의 어음과 채권을 갚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서다. 이 회사는 이미 완전자본잠식(자산을 다 팔아도 부채를 갚을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최근 주식 거래가 정지되면서 상장 폐지 위기에 놓였다.


6차례 매각 불발, 미분양 발목
해외서 번 돈 다 빠져나가
채권단 “부도만은 피해야”

쌍용건설 관계자는 “300억원 정도는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지만 나머지를 채권단에서 지원해주지 않으면 회사가 부도 위기를 맞는다”고 말했다. “급한 불을 끄고 중장기 자금 마련 계획을 세워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선 워크아웃이 필요하다”는 게 쌍용건설 측의 설명이다.



 쌍용건설의 위기는 처음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건설업계가 줄줄이 무너질 때 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2004년 10월 졸업했다. 하지만 공적자금에 기대어 자립하지 못한 게 화근이 됐다. 책임경영을 할 주인을 찾지 못하고 어려운 경기를 만나면서 다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전 최대 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쌍용건설 인수합병(M&A)을 2007년부터 여섯 차례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금융위기 이후 M&A시장에서 건설업체 이점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캠코가 공적자금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높은 값에 M&A를 고집하면서 매각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도 있다.



 쌍용건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이 회사는 2010~2012년 해외에서 3000억원을 가져왔고, 이 중 18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이 돈은 지지부진한 대규모 개발사업(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쌓인 주택 미분양의 금융 비용을 대기도 벅찼다.



 쌍용건설 재기 여부는 이제 채권단의 손에 달렸다. 워크아웃을 받아들일지 여부다.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주요 채권단이 신규 자금 지원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당장 28일 결제자금을 막지 못하면 쌍용건설에 앞서 협력업체들부터 부도를 맞게 된다. 하지만 채권단 내부에도 ‘파국’을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금융당국도 새 정부 초기 대형 부도를 환영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어떻게든 부도만은 피해야 하지 않겠느냐. 28일 결제는 어떻게든 가능할 것”이라며 “쌍용이 스스로 살아나면 제일 좋고, 그게 어렵더라도 워크아웃으로 가야지 법정관리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쌍용건설 회생 방안을 논의한다.



쌍용건설 사태의 또 다른 포인트는 김석준 회장이 쌍용건설을 계속 이끌게 될 것이냐다. 캠코 측은 김 회장에 대한 해임 의결을 통보한 상태다. 그러나 채권단 관계자는 “김 회장이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를 다른 데서 찾기 어렵다”며 “채권단 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쌍용건설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국내외에서 운영 중인 현장이 130여 곳, 협력업체가 1400여 개에 달한다. 쌍용건설이 무너지면 연쇄 부도와 대규모 실직이 우려된다. 해외 건설 특수에도 찬물이다. 쌍용건설은 동남아·중동 등지에서 3조원대의 공사를 하고 있고 현재 수주를 앞둔 물량만 19조원에 이른다.



안장원·권영은 기자



◆워크아웃(Work-Out·기업개선작업)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을 살려내기 위한 채권단과 해당 기업의 기업개선작업.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기업의 기존 경영진이 유지되기도 하지만 사실상 채권단이 경영을 총괄한다. 기업에 채무 유예, 이자 감면 등의 혜택을 준다. 대신 기업은 인력을 줄이고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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