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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만 불리한 밭떼기 제값 받아낼 해법은

중앙일보 2013.02.25 00:13 종합 17면 지면보기
김택성
‘밭떼기’로 불리는 계약재배 방식으로 거래되는 농산물은 전체 30%나 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배추·무 등을 재배한 뒤 미리 정한 가격에 밭 전체를 통째로 넘기는 계약 방식이라 농민보다는 유통업자들이 이익을 챙기는 구조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폭등 때 번 돈 적립, 폭락 때 풀어
김택성 도의원 ‘마케팅 법인’ 제안
지방자치학회 우수 조례로 뽑혀

 실제로 2010년 배추 값이 폭등해 포기당 2만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생산자인 농민들이 손에 쥔 돈은 1000~2000원에 불과했다. 반대로 풍년이 들어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가격이 폭락해 아예 수확조차 않고 무·배추를 밭에서 썩히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유통업자 입장에서 시장에 내봐야 손해 날 게 뻔해 아예 포기하는 것이다. 농민들은 “피땀 흘려 키운 농산물이 버려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화병이 난다”고 말할 정도다.



 이 같은 밭떼기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조례를 김택성(46·임실) 전북도의원이 내놨다. ‘농산물 통합마케팅 전문 조직 육성 및 활성화 지원 조례’다. 지자체와 농민·농협이 손을 잡고 농산물 가격의 폭락·폭등의 득실을 흡수할 수 있는 마케팅 조직(법인)을 만들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법인은 농산물 가격이 올라 많은 수익이 발생할 경우 일부는 농민에게 배분하고, 일부는 적립하는 구조로 운영한다.



 예를 들어 포기당 5000원에 계약한 배추의 시세가 1만원에 형성되면, 남은 이익금 5000원 중 50%(2500원)는 농민들에게 배당하고 10~20%는 법인의 운영자금, 30~40%는 손실보전금으로 적립한다. 손실보전금은 배추 값이 폭락할 때 농민들이 입게 될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쌓아 둔다. 이 조례안은 농산물 유통구조를 축소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해법이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김 의원은 한국지방자치학회로부터 우수조례 대상(개인부문)을 받았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학회가 전국 240개 지방의회·지방의원들이 발의한 조례를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것이다.



 김 의원은 “농촌에서 자라면서 주변의 농민들이 농산물 가격의 등락에 따라 눈물 흘리고 큰 아픔을 겪는 것을 지켜보면서 유통체계를 개선할 방법이 없을까 늘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이 조례는 2010년 도의원에 당선된 이후 농민과 농민단체, 전문가, 농협 등을 두루 찾아다니면서 발품을 판 결과물이다.



 이 조례에 따라 전북지역에서는 지난해부터 농산물 마케팅 법인이 잇따라 설립되고 있다. 현재 임실에서 시작해 정읍·부안·고창 등 9개가 만들어졌다. 임실군의 경우 설립 첫해 106억원의 계약재배 실적을 올렸다. 올해는 200억원대로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은 “지방의원 본연의 임무는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관련된 조례 제정과 집행부에 대한 견제”라며 “지방자치제도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기초·광역의원들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도의원들은 조례발의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 9대 전북도의회가 구성된 2010년7월부터 지난달까지 2년7월간 발의된 조례는 모두 53건이다. 전체 도의원 43명으로 따질 때 의원 1인당 평균 1.23건에 불과하다. 조례를 단 한 건도 발의하지 않은 의원도 10여 명이나 된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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