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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 스케줄로 ‘탈진 증후군’ 스트레스 풀려다 유혹에 무릎

중앙선데이 2013.02.24 00:24 311호 13면 지면보기
성추행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탤런트 박시후(35)씨.
인기 초절정이던 댄스 그룹 신화. 젊은 여심을 뒤흔드는 키 크고 잘 생긴 6인의 젊은 사나이들. ‘연예계 권력’이던 그들도 가끔 뜻밖의 장면을 연출했다. 2000년대 중반의 어느 날 새벽, 그들은 숙소 문을 밖에서 두드리며 열어달라 소리치고 짜증 내고 하소연도 했다. ‘절대 스타’가 하소연이라니. 왜 그럴까. 이들의 상황을 잘 알았던 연예계 관계자 A씨는 이렇게 말한다.

스타는 왜 추락하는가

“신화의 스케줄은 보통 새벽 1시에 끝난다. 초저녁엔 현장 공연을 하고 밤늦게는 라디오 출연을 하기 때문이다. 스케줄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살인적 일정이지만 그래도 조용히 따른다. 인기와 수입의 근원이니까. 그게 문제다. 스케줄이 없는 날엔 해방을 만끽하려 한다.”

감질나는 해방. 청년들의 발걸음은 술과 젊은 여성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유혹과 방종은 한 뼘 거리에 있다. 그래서 소속사가 짜낸 방법이 통금 즉, ‘귀가 시간’이다. A씨는 “밤 12시가 되면 무조건 들어오게 한다. 새벽 1시면 숙소 문을 아예 안에서 잠그기도 한다. 그렇게 통제하지 않으면 뭔가가 터진다.”

실제로 그렇다. 매니저가 단속하고 규율해도 일은 터진다. 2003년 초, A댄스그룹의 한 멤버가 ‘술에 취해 옷을 벗고 그가 모르는 여자와 함께 있는 사진’을 공개하겠다는 협박에 1년 가까이 시달린 일이 공개됐다. 이 멤버는 벼랑 끝에 섰고 추락은 시간문제 같았다. 그런데 경찰이 ‘돈을 노린 스토커의 범행’이란 사실을 밝혀낸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났다.

2008년 12월 B댄스그룹의 한 멤버가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세 시간 만에 풀려났다. 상황 반전의 이유는 ‘오랜 팬이고 연예계 지망생’이었던 상대 여성이 합의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진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절벽에서 추락할 절체절명의 위기를 겨우 모면했다. 그는 곧 입대했고 제대한 뒤에는 중국으로 무대를 옮겼다.

A댄스그룹의 매니저급 인물을 잘 아는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매니저들은 많은 사건을 겪는다. 새벽 3시에 파출소에서 전화 오는 경우도 있다. 술 먹고 싸우고, 음주운전하고 성희롱 주장이 나오고… 아직 젊고 놀기 좋아하는 그 나이 때는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소속사는 이들이 룸에서 따로 술을 마시게 하고 일이 터지면 언론이 모르게 무마시키기도 한다. 술과 여자는 남성 스타를 추락으로 이끄는 가장 큰 유혹이다.

2003년 7월 배우 Y모씨도 술 때문에 고생을 했다. 술자리에서 말다툼하다 동료 배우와 싸웠는데 법정은 그에게 징역 10월, 집행 유예 2년을 선고했다. 추락한 그가 복귀하는 데 2년 넘게 걸렸다.

담배로 달래다 니코틴 중독으로 은퇴도
도박도 남성 연예인들을 흔든다. 개그맨 K씨도 2009년 8월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다행히 1년간의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겪은 뒤 복귀했지만 가수이자 방송인인 S씨는 실형을 살고 가석방됐어도 아직 힘들어 하고 있다. K씨가 사장으로 있는 G엔터테인먼트의 홍보팀장은 “스트레스 때문에 연예인들이 해외 도박을 해방구로 선택하는 잘못을 저지른다”고 말한다.

한 연예지 기자는 “어떤 연예인들은 스트레스가 쌓이면 주변의 눈을 피해 인적이 드문 외진 곳을 찾아 자유를 누리는데 그러다 보면 유혹에 더 많이 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기를 연료로 삼아 욕망의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남자 스타들은 그런 자리에서 술과 젊은 여성이 던지는 유혹에 무릎을 꿇고 추락의 절벽에 서게 되는 것이다.

연예인을 많이 상담하는 서울대 정신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스트레스로 악성 불면증에 걸려 결국 은퇴한 한 여성 연예인의 사례를 말했다. 밤에 잠을 자지 못하는 이 연예인은 낮엔 신경이 곤두섰고 불안감을 하루 세 갑 담배와 사탕·초콜릿으로 달랬다. 식사에는 손도 안 댔다. 니코틴 중독, 당(糖)중독이 됐다. 그는 3년 전 은퇴했다. 그러나 여성 스타들은 혼자 다니는 경우가 적고 술도 잘 못 마시고 스캔들이 나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스스로 조심한다. 따라서 남성 스타처럼 요란하게 추락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극성 팬이 문제일 것 같지만 연예계 관계자 C씨는 “연예인들은 자기들끼리 많이 사귄다. 일정에 따라 일주일에 몇 번씩 만나고 어떤 땐 하루 종일 보기도 하니 서로 마음이 자연스레 오간다. 그래서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업 연예인들은 보통사람들처럼 자신을 죽이며 산다. 그들을 안전지대에 머무르게 하는 가장 큰 힘은 돈이다. 연예산업연구소 장규수 소장(외국어대 겸임 교수)은 “노이즈 마케팅을 하려면 모를까 스캔들을 좋아하는 연예인은 없고 마약을 하며 막가는 연예인도 별로 없다”며 “문제가 되면 방송 출연이 금지되고 돈줄이 끊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돈 욕심이 추락을 재촉하기도 한다.

연예가에선 홀연 존재감이 적어진 인기가수 J씨 사례가 꼽힌다. 한 연예계 관계자에 따르면 J씨는 제작자를 잘 만나 스타가 됐다. 5년 뒤 계약이 끝나고 그는 ‘홀로 서겠다’며 독립했지만 이후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 관계자는 “가족 사업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라며 “스타가 되려면 음악 전문가가 있어야지 그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수퍼모델로 인기를 누리던 C씨도 같은 사례로 꼽힌다. 모델계의 한 관계자는 “C씨는 매니저를 두고 몇 년간 인기를 끌었는데 어느 날 계약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파기를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가족끼리 사업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C씨의 인기는 예년만 못하다는 평을 받는다.

‘스타병’도 몰락을 부르는 가랑비이고 추락을 재촉하는 연료다. 무명 연예인이 스타로 커가며 시건방져지는 경우다. 외국어대 장 교수는 “스타가 되면 식당에서 서비스도 잘 해주고 가격도 싸게 해주는 등 대접을 받게 되는데 그러다 스타병이 시작된다”며 “그 자리에선 웃으며 사인해 주다 돌아서선 표정을 싹 바꾸며 ‘오빠 막아줘’라고 한다. 코디네이터가 준비한 옷이 마음에 안 든다고 던져버리는 경우도 있다. 자만심이 커져 생기는 병”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연예인 육성 과정의 문제로 돌아간다. 장 교수는 “10년 전쯤 열세 살에 혜성처럼 데뷔한 보아의 성공사례가 연예계에 초등학생이 늘어나는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 어린 나이에 아이돌이 되고 스타가 되니 학교에 안 가고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 가치관 형성이 제대로 안 된다”며 “스타 되겠다고 공부 안 하는 나라, 그걸 방치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의 지식 수준은 1급 비밀이다. 언젠가 어느 아이돌 그룹이 고깃집을 갔는데 매니저는 꽃등심을 시켰다. 그중 한 명이 동료에게 물었다. “꽃등심이 쇠고기야 돼지고기야?” 농담이었을까. 아니다. 쇠고기란 걸 모른 것이었다. 또 다른 아이돌은 만화책을 보다 ‘음속’이란 용어가 나오자 동료에게 물었는데 답은 “빛의 속도”였다. 이 말을 해준 관계자는 “농담이 아니다. 진짜 모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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