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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게이츠·저커버그 … 영재 기업인이 희망이다

중앙선데이 2013.02.24 02:15 311호 29면 지면보기
우리는 호모 크리에이터(Homo creator), 곧 ‘창조하는 인류’이다. 인류는 아이디어와 창의성으로 문명을 건설하고 문화를 꽃피웠다. 창의성의 산물은 대부분 경제적 가치가 있게 마련이다.
2001년 영국의 경영전략 전문가인 존 호킨스가 펴낸 『창조경제(The Creative Economy)』는 ‘창조경제’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만들어 사용하면서 창의성과 경제의 관계를 분석했다. 책의 부제는 ‘사람은 아이디어로부터 어떻게 돈을 버는가’이다.

이인식의 '과학은 살아 있다' <16> 호모 크리에이터(Homo creator)


호킨스에 따르면 창조경제(CE)는 창조생산품(creative product)의 거래(transaction)로 성립되기 때문에 ‘CE=CP×T’라고 표현된다. 창조생산품, 곧 창조상품과 창조서비스는 대부분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에 해당한다. 지식재산은 특허,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 같은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을 통틀어 일컫는 용어이다. 요컨대 지식재산이 창조산업과 창조경제의 핵심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함께 “과학기술을 산업 전 분야에 접목해 시장을 창출하는 창조경제” 실현을 공약했다. 사진은 박 당선인(왼쪽)과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중앙포토]
호킨스는 21세기에 창조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이유를 미국 심리학자인 에이브러험 매슬로(1908~70)의 욕구단계(hierarchy of needs) 이론으로 설명했다.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① 생리적 욕구 ②안전의 욕구 ③ 애정과 소속의 욕구 ④ 존경의 욕구 ⑤ 자아실현의 욕구처럼 5단계로 배열하고, 인간의 욕구는 각 단계가 충족되면 하위 단계에서 상위 단계로 올라가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호킨스는 산업화된 국가에서 소비자들이 자아실현의 욕구를 추구함에 따라 삶의 가치를 고양하는 창조상품과 창조서비스의 시장이 형성되었으며, 창조경제가 제조업이나 서비스산업보다 2~4배 더 빠르게 성장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창조산업, 문화·산업·기술 교차점서 생겨
2007년 펴낸 『창조경제』증보판에서 호킨스는 창조경제를 15대 분야로 분류하고 2005년 기준으로 시장 규모를 소개했다. <아래 표>
시장이 큰 순서로 나열하면 연구개발(6760억 달러), 출판(6050억 달러), 소프트웨어(6000억 달러), 텔레비전과 라디오방송(2370억 달러), 산업디자인(1400억 달러), 영화(810억 달러), 음악(800억 달러), 완구류(590억 달러), 광고(550억 달러), 공연예술(500억 달러), 건축(450억 달러), 공예(300억 달러), 비디오게임(210억 달러), 패션(160억 달러), 미술(110억 달러)로 나타났다. 2005년 세계 창조경제 규모는 15대 분야를 집계하면 2조7060억 달러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같은 해 세계 총생산 규모가 44조3850억 달러이므로 창조경제는 세계경제의 6.1%를 차지한다. 2005년 세계 창조경제의 주도권은 1조1570억 달러로 시장점유율이 42.7%를 웃도는 미국이 장악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은 510억 달러로 미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특히 과학기술의 양대 분야인 연구개발과 소프트웨어에서 미국은 중국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연구개발은 미국(3300억 달러)이 중국(170억 달러)의 거의 20배, 소프트웨어는 미국(4100억 달러)이 중국(30억 달러)의 140배 가까이 될 정도로 현격한 차이가 났다. 미국이 창조경제 시장의 절대적 강자가 된 까닭은 지식재산 강국이기 때문이다. 2004년 지식재산이 미국 총생산의 45%를 점유할 정도다. 창조산업이 다른 어떤 분야보다 미국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지식재산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창조경제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세계 각국은 국가 생존 차원에서 지식재산 정책을 강화하였다. 미국은 백악관에 지식재산 집행 조정관을 두었으며 제조업 강국인 일본은 2002년 총리가 지식재산 입국을 천명했다. 2008년 중국은 2020년까지 최고 수준의 지식재산 국가 건설을 겨냥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2009년 3월 제11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지식재산 전략을 국가 발전의 3대 전략으로 공표했다.

2010년 창조경제 보고서.
한편 2008년부터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D)에서 세계 창조경제를 분석한 보고서를 펴내고 있다. 2010년 12월 간행된 ‘2010년 창조경제 보고서’를 보면 창조경제를 “창의성, 문화, 경제, 기술 사이의 융합을 다루는 개념”으로, 창조산업은 “예술, 문화, 산업, 기술이 교차점에서 만나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 보고서는 창조산업을 전통문화, 예술, 미디어, 기능적 창조 등 4대 부문으로 분류한다.
전통문화는 전통문화 표현(공예·축제)과 문화유산(역사적 기념물·박물관·도서관·고문서 보관소)을 포함한다
예술은 시각예술(그림·조각·골동품·사진)과 공연예술(음악·연극·무용·오페라·서커스)로 나뉜다.
미디어는 출판 및 인쇄 미디어(서적·신문·출판물), 시청각 미디어(영화·라디오·텔레비전), 뉴미디어(디지털콘텐트·소프트웨어·비디오게임·만화영화) 등 3개 분야로 구성된다.
기능적 창조에는 디자인(인테리어·그래픽·패션·장신구·완구류)과 창조서비스(건축·광고·문화서비스)가 있다.
‘2010년 창조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과 2009년은 지난 70년 동안에 세계 경제가 가장 불황이었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창조경제는 상승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2008년 세계 무역은 12% 하락했지만 창조상품과 창조서비스의 세계 무역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5920억 달러가 되었다. 이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6년간 연속해서 평균 14%의 연간 성장률이 유지된 결과가 반영된 수치라고 분석된다.

이 보고서는 창조경제가 경이적인 성장을 하게 된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로 디지털 혁명의 핵심인 정보통신기술(ICT)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창의적인 콘텐트의 제작·보급·소비가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이 미디어와 융합하여 소비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창조상품과 창조서비스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로 산업화된 나라에서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들이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창조생산품을 찾게 되었기 때문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진 소비자는 인터넷과 이동전화를 사용하여 문화적 체험의 폭을 넓힘과 동시에 스스로 문화적 콘텐트의 생산자가 되기도 한다.
셋째로 전 세계적으로 관광여행이 활성화되면서 덩달아 창조상품과 창조서비스를 판매하는 산업도 성장했기 때문이다. 관광객은 문화서비스뿐 아니라 전통 공예품 같은 창조상품을 구매한다.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문화관광사업도 창조경제의 성장에 한몫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2010년 7월 『창조생태학(Creative Ecologies)』을 펴낸 호킨스는 창조경제 시대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 열 가지를 제시했다.
① 자기 자신을 창조하라-독특한 개인적 재능을 창조한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든다. 원한다면 학교를 빨리 그만두어도 좋다. 하지만 배우는 것을 그만두면 안 된다.
② 자료보다 아이디어를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자신만의 창조적 상상력을 키운다. 특허·저작권·상표 같은 지식재산을 이해한다.
③ 떠돌아 다녀라-유목민은 모든 나라가 자신의 집이다. 그렇다고 외톨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생각은 홀로 하되 일은 함께해야 한다.
④ 자신의 생각으로 자신을 규정하라-남이 당신에게 부여한 직책으로 자신을 규정해서는 안 된다.
⑤ 끝없이 학습해야 한다-남의 지혜를 빌려서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당신이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구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진실로 중요한 것은 그 아이디어로 무엇을 했는가 하는 것이다.
⑥ 명성을 얻어서 활용하라-명성을 일단 얻게 되면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많은 것을 보상받을 수 있다. 유명세를 탄다는 것은 창조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다.
⑦ 친절해야 한다-누구나 자신이 대접받은 만큼 상대에게 하기 마련이므로 친절하면 창조적 지식을 얻을 기회가 많아진다.
⑧ 성공은 공개적으로 축하하자-창의적인 사람은 자신의 성공과 실패에 엄격하다. 그러나 남의 성공은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열린 마음을 갖도록 한다.
⑨ 야망은 많이 가질수록 좋다-야망 없이 어찌 꿈을 이룰 수 있으랴.
⑩ 무엇보다 즐겨라-창의적인 인물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일을 즐겼다. 자신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일수록 행복할 뿐만 아니라 더 많이, 더 빨리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않던가.
창조경제는 창의적인 기업가를 필요로 한다. 이를테면 지식재산 기업을 창업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영재 기업인이 배출되지 않으면 세계 지식재산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으며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기업가는 타고나기보다 만들어지는 것
영재 기업인은 미래에 대한 통찰력, 창의성, 과제 몰입력, 도전의식이 남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4월 빌 게이츠의 아버지가 펴낸 『삶을 보여준다(Showing Up for Life)』를 보면 게이츠는 고교 시절 책을 미친 듯이 읽었으며 하버드대를 중퇴할 때까지 7년간 컴퓨터 프로그램 작업에 몰두하여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게이츠, 잡스, 브린, 저커버그는 공통적으로 창의력이 뛰어난 발명 영재들이다. 발명 영재를 조기에 발굴하여 영재 기업인으로 육성해 성과를 거둔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기업가 정신 센터(MIT Entrepreneurship Center)’이다. 이곳에서는 MIT 학생들에게 소규모 첨단기술 기업을 창업하는 데 필요한 마음가짐과 핵심 역량을 가르친다. MIT 출신은 해마다 수백 개의 발명특허를 내서 여러 개의 새로운 회사를 창업한다.

우리나라 역시 특허청이 주도하여 영재 기업인을 육성하고 있다. 2010년 KAIST와 포항공대에 나란히 ‘영재기업인 교육원’이 설립되었다. 소수 정예의 발명 영재를 선발해 지식융합, 미래기술, 기업가정신 같은 과목으로 기본 자질을 함양하여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길러내고 있다.
2009년 8월 출간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제3판에 따르면 기업가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누구나 개인적 선택에 따라 기업가로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티브 잡스 같은 영재 기업인이 여러 명 배출된다면 얼마나 반가운 일이겠는가.



이인식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국가과학 기술자문위원, KAIST 겸직교수를 지냈다. 신문에 490편, 잡지에 160편 이상의 칼럼을 연재했다. 『지식의 대융합』 『이인식의 멋진 과학』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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