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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소비자와 페이스북 하는 방법

중앙일보 2013.02.22 00:16 경제 10면 지면보기
이수경
한국P&G 사장
기업의 성공은 소비자의 마음을 얼마나 잘 읽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수천, 수만 개의 새로운 제품이 선을 보인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 속에서는 우수한 제품 경쟁력만 가지고는 살아남기 어렵다. 누구나 대형마트 매대 앞에서 비슷비슷한 성능과 가격대의 제품을 놓고 뭘 사야 할지 잠시 혼란에 빠졌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시대에 필요한 플러스 알파는 바로 소통을 통해 소비자의 뇌리와 마음에 뚜렷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장수 브랜드는 하나같이 소비자와의 소통에 성공하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와 ‘통’하는 방법은 시대와 트렌드에 따라 변해 왔다. 지난해 닐슨이 집계한 광고 유형별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입소문과 온라인에 게재된 의견에 대한 신뢰도가 각각 1위와 2위를 할 정도로 높았다. 반면 전통적인 TV·옥외 광고 등은 큰 신뢰를 받지 못했다. 그만큼 기업과 브랜드에 대해 직접 대화하길 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이미 많은 기업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다양한 ‘소셜’ 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기업이 페이스북 팬 숫자를 늘리거나 트위터 팔로어를 모으는 데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흔히 ‘낚시’라 불리는 경품 증정 이벤트를 열어 순식간에 몇백 명의 새로운 가입자를 이끌어낼 수 있을진 모르지만 지속적인 대화로 이어질지, 브랜드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소비자들의 관심사에 다가가고, 이를 자사 브랜드 혹은 제품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업이 원하는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해 소비자를 세뇌시키고자 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요즘 어떤 화제에 관심이 있는지, 우리 채널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전략을 짜야 한다. 특히 ‘익명의 군중’이 아니라 개성을 가진 개인으로 대할 때 소비자는 감동한다.



 빠르고 성실한 답변에 충실했을 뿐만 아니라 공감을 이끌어내 감동을 준 예 중 하나가 바로 삼성 캐나다다. 캐나다에 사는 어떤 남성은 자신이 삼성 제품을 많이 쓰고 있으니 신제품인 갤럭시S3를 달라는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특이하게도 자신이 직접 그린 초록색 용 그림을 첨부해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러자 회사는 갤럭시S3를 원하는 모든 이에게 공짜로 줄 수는 없다고 정중히 거절하면서, 보내준 그림은 기발하고 마음에 든다며 감사의 표시로 외발자전거를 타는 캥거루 그림을 보냈다. 그는 회사가 자신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점보다 캥거루 그림으로 화답했다는 점에 감동했고, 이 대화는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어 삼성은 예상 밖의 홍보효과를 누리게 됐다. 회사는 결국 용 그림으로 디자인한 한정판 갤럭시S3를 선물했고, 이것 역시 네티즌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소비자를 군중이 아닌 개인으로 대했기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소통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제고할 수 있었다.



 코카콜라 역시 소비자의 입장에 서서 성공한 경우다. 현재 5800만 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는 코카콜라 페이스북은 사실 코카콜라를 좋아하는 두 젊은 청년에 의해 만들어졌다. 코카콜라 본사에서는 오랫동안 이 페이스북 페이지의 존재에 대해서도 몰랐으며, 알게 된 이후에도 새로 공식 페이지를 만들기보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개설한 페이지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도왔다. 브랜드의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보다 팬들에 의한, 팬들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코카콜라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지금도 ‘행복과 즐거움을 주는 브랜드’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재미있고 의미 있는 내용으로 방문자를 즐겁게 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물건을 사러 매장에 들어서기 전에 마케팅 전쟁은 이미 끝났는지도 모른다. 제품의 기능과 특징을 넘어, 브랜드와 소비자가 소통했는지가 관건이다. 이제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은 회사가 아니라 소비자가 돼야 하며, 이것이 바로 디지털 시대에 더욱 스마트해진 소비자와 ‘통’하는 지름길인 것이다.



이수경 한국P&G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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