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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세 투수도 “WBC 코리아 파이팅”

중앙일보 2013.02.21 00:33 종합 17면 지면보기
지난 12일 서울 신정동 갈산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국내 최초·최고령 실버야구단인 ‘노노야구단’ 감독과 선수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코리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가운데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홍성태(68·빨간 목도리)·장기원(83)·곽석규 선수(61), 박동석 감독(65), 이명재 선수(71). [안성식 기자]


“노노 파이팅! 코리아 파이팅!”

평균 64세 최고령 노노야구단
고령에도 시속 100㎞ 투구 거뜬
승률 5할 … “사회인팀에 관심 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신정동 갈산초등학교. 설 연휴 다음 날인 데다 봄방학이라 학교 운동장은 조용했다. 이곳에 갑작스레 함성 이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국내 최고령 실버야구팀 ‘노노(NO老)야구단’ 선수들이었다. 이들이 외친 ‘코리아’는 다음 달 2일부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을 뜻했다. 훈련을 위해 모인 5명의 감독과 선수가 훈련에 앞서 노노야구단의 발전과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한 것이다.



83세 장기원씨
 노노야구단은 1997년 야구를 좋아하는 중·노년층이 모여 만든 한국 최초 실버야구단이다. 평균연령은 64세. 최고령인 장기원(83)씨와 막내 이승환(52)씨의 나이 차는 무려 31년이다. 다른 실버야구단도 있지만 평균연령이 60세 이상인 건 노노야구단뿐이다.



 그렇다고 얕잡아봐선 큰코다칠 수 있다. 이들은 매년 20여 차례 자체 청백전으로 경기력을 단련한다. 외부팀과도 연 4~5차례 실전경기를 치른다. 박동석(65) 노노야구단 감독은 “지난해에도 군부대, 사회인 야구팀과 겨뤄 2승3패를 했다”며 “평균 승률은 5할 정도로 조직력이 강해 어설픈 팀엔 두 자릿수 점수 차 대승도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70년대 농협야구단에서 뛴 팀 내 유일한 현역 야구선수 출신이다. 중·고교 때 학교 야구선수로 활약한 최고령 선수 장기원씨는 2011년엔 독립구단 고양원더스의 선수모집 테스트에도 참가했다. 매일 1㎏ 아령을 든 채 150회 정도 투구연습을 한다. 장씨는 “지금도 컨디션이 좋으면 구속이 시속 90~100㎞는 나온다”고 자신했다. 팀 타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공으로 깨뜨려 물어준 학교 유리창 값만 50여만원이다. 주전 2루수인 홍성태(68)씨는 “야구는 무엇보다 노인을 위한 운동”이라며 “체력단련이 될 뿐 아니라 복잡한 규칙과 다양한 기록을 익혀 치매 예방도 절로 된다”고 말했다.



 이들의 WBC대회에 대한 관심은 컸다. 주전 투수인 이명재(71)씨는 “1~3월 초까진 자율훈련만 있고 프로야구도 개막하지 않아 야구에 대한 갈망이 크다”며 “올해는 WBC 덕분에 설렌다”고 말했다. 곽석규(61)씨는 나름 대회 전망도 내놨다. “류현진·김광현 등이 빠져 투수력이 약해요. 하지만 박찬호·추신수 등 메이저리거가 빠졌던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팀은 우승했어요. 단기전에 강한 면모를 보여줄 겁니다.”



 노노야구단 선수들은 누구보다도 WBC에서 한국팀이 선전하길 바라고 있다. 이를 계기로 사회인 야구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면 한다. 박 감독은 “한국이 엘리트 야구에선 일본과 실력을 겨룰지 몰라도 사회인 야구에선 선수층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야구 저변 확충을 위해 실버야구단을 비롯한 사회인 야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글=이승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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