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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학대 절반은 평범한 회사원

중앙일보 2013.02.21 00:24 종합 18면 지면보기
10년 전 남편과 사별한 김모(87·울산시 울주군) 할머니는 4년 전부터 만성근육통에 시달리고 있다. 노환이 아니라 아들(60)에게 오랫동안 매질을 당해서다. 아들에게 발로 걷어차여 바닥에 넘어져 헐떡이면 “집에서 나가라”며 욕설을 퍼부으며 때렸다. 며느리도 아들과 함께 괴롭혔다. 김씨는 “집에서 나가지 않는다고 아들 내외가 그러는 것이다. 남편이 남기고 간 집과 땅이 있지만 아들 소유로 넘어가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울산서 상담받은 106명 사례 보니
가해자 중 고소득·고위직도 6%나
아들 46% 딸 19% 며느리 9% 순

 사회복지법인 울산노인보호전문기관은 김씨처럼 자식들에게 학대를 당하는 울산 노인이 지난해에만 106명 확인됐다고 19일 밝혔다. 60세에서 많게는 90세를 넘긴 노인들이었다. 이 조사는 지난 한 해 동안 울산노인보호전문기관에 학대 상담을 하러 온 노인을 대상으로 했다.



 학대를 받은 노인은 남성(35명)보다 저항할 힘이 없는 여성(71명)이 많았다. 가해자는 아들이 46%로 가장 많았다. 딸(19%)과 며느리(9%) 등이 뒤를 이었다. 노인들은 자식들에게 밥과 빨래, 잠자리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이유 없이 매질을 당했다. 욕설을 듣고 길거리로 쫓겨나기도 했다. 성적 학대를 당한 사례도 있었다.



 부모를 매질하는 등 학대하는 자식의 절반(52%)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회사원이었다. 소득이 없는 자식이 부모의 경제권을 빼앗기 위해 매질을 한다는 편견이 깨진 것이다. 나머지는 일용직근로자(22%), 무직(14%), 기업 임원 등 고소득·고위직(6%), 기초생활수급자(6%) 등 순이었다.



 학대 이유는 ▶부양에 대한 경제적 부담 기피 ▶어릴 적 부모에게 받은 학대 앙갚음 ▶성장과정에서 부모와 애착관계 형성 안 됨 ▶“왜 부모를 내가 챙겨야 하느냐”는 단순한 생각 ▶알코올 중독 등 자식의 정신질환 등 5가지로 분류됐다.



 이수정 울산노인보호전문기관 사례교육팀장은 “앞으로 5년 이내에 울산은 고령화사회로 진입하게 된다”며 “노인들을 공경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울산의 노인 학대는 2009년 26명, 2010년 44명, 2011년 79명으로 4년째 늘어나고 있다.



 김상우 울산발전연구원 박사는 “이제 더 이상 학대를 단순한 가족 문제로 생각해 숨겨서는 안 된다. 미혼모를 돕는 것처럼 노인 학대 문제를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여 후견인을 두고 수시로 상담을 하는 등 정부 차원의 노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학대신고=국번 없이 1577-1389 로 전화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시·도별로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24곳의 노인보호전문기관 전문가들이 학대 행위자를 찾아 경찰에 고소·고발하고 쉼터 등을 찾아준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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