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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협상파·네오콘 북핵 논쟁

중앙일보 2013.02.21 00:14 종합 20면 지면보기
빅터 차(左), 존 볼턴(右)
미국 뉴욕타임스 19일자 독자란에 눈길을 끄는 글이 하나 실렸다. ‘편집자께, 북한 다루기’라는 제목의 이 글은 뉴욕타임스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직후인 13일자 사설에서 “2008년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중단했다”고 한 대목에 대한 반론이었다.


협상파 “협상 결과 북 한때 핵 중단”
네오콘 “북 정권 종식시켜야 해결”

 필자는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빅터 차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 겸 조지타운대 교수였다. 두 사람은 공동 명의로 쓴 글에서 “2008년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한 건 평양의 선의가 아니라 (조지)부시 행정부가 4년간 냉철한 협상을 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005년과 2007년 6자회담 합의로 미국은 영변의 핵시설을 중단시켰다”며 “오바마 대통령도 부시 행정부가 이룬 이 성과를 평가했다”고 적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1주일이 지나며 미국 내에선 과거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와 자성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보수 강경 논리를 대변해온 네오콘(신보수주의)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들은 “미국의 대북 정책은 실패했다. 새로운 수단을 강구할 때”라며 북한 내부의 정권 교체를 의미하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에서부터 군사적 제재 등을 거론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매파의 대표적 인사였던 존 볼턴 전 유엔대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보수계 온라인 매체인 데일리 콜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위협을 막는 방법은 한반도의 통일밖에 없다”며 “북한 정권을 종식시키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스티브 예이츠도 “제재와 협상은 이제 먹히지 않는다”며 “핵을 갖겠다는 북한 권력집단의 본질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오콘들은 북한 핵 문제를 이란 핵과 연계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놓고 있다. 볼턴 전 대사는 “이란과 핵을 놓고 협상을 하겠다는 대통령의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며 “그건 이론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대북 협상파로 분류돼온 인사들은 네오콘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힐 차관보는 “미·북 회담과 6자회담 등을 통한 북한 정책이 그나마 북한의 핵 개발을 제동하는 역할을 했다”며 “정책의 잘못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빅터 차 교수도 “지금의 위기 국면이 잦아들고 나면 외교 해법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의 3차 핵실험이라는 현실 앞에 대북 협상파들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조차 “포용이든 봉쇄든 지난 20년간 대북정책이 북한의 핵 위협을 줄이는 데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문제는 북한의 계속되는 핵 위협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다. 이 대목에서 네오콘과 협상파 간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네오콘의 이론가로 1999년 『북한의 종말』이란 책을 쓴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 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북한과 국경을 맞댄 중국이 위협을 느끼고,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볼턴 전 대사도 “중국의 젊은 지도자들로 하여금 북한의 핵 위협이 자신들의 문제라는 걸 인식하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일종의 중국 지렛대론이다.



 빅터 차 교수는 “한반도 통일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며, 특히 북한보다 남한과 더 가까이 지내는 게 중국에 좋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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