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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잘나간다는 성균관인 꼭 잊어야 할 단어 ‘끼리끼리’

중앙일보 2013.02.21 00:03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요즘 성균관대가 뜨면서 같이 뜬다는 유머 한 토막. 지난해 3월 D고교의 대학 입시 설명회. 성균관대 김윤배 입학처장이 등장했다.

[분수대]



 “여러분, 지갑에서 1000원을 꺼내 보십시오. 누가 보이십니까? 퇴계 이황. 네, 맞습니다. 이분이 성균관대 교수님이었습니다.(웃음)”



 “이번엔 5000원을 꺼내 보십시오. 네, 율곡 이이. 이분이 성균관대 장학생이었습니다.(다시 웃음)”



 “다음은 1만원짜리를 꺼내 보십시오. 이분 누군지 다 아시죠. 네, 바로 성균관대학 이사장이셨던 분입니다.(와-. 더 큰 웃음)”



 “마지막, 5만원짜리. 한국 지폐의 유일한 여성분. 이분이 누구십니까. 네, 바로 성균관대 학부모셨습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도 자제분들을 성균관대학에 보내면 미래의 지폐에 얼굴을 찍히게 하실 수 있습니다. (폭소 그리고 기립 박수)”



 김 처장은 “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우스개”라며 “성균관대학을 설명할 때 이보다 더 좋은 게 없더라”고 했다.



 성균관대학은 1980년까지 후기 대학이었다. 대부분 전기 때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대학에 지원했다 떨어진 학생들이 몰렸다. 입학 성적만 놓고 보면 SKY대학을 뺨쳤다. 후기 대학이라 하향 지원이 많아서다. 또 떨어지면 재수를 각오해야 했으니 그럴 만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묘한 자격지심이 있었다”고 성대 출신 친구 B는 돌아봤다. 묘한 자격지심? “미팅을 예로 들게. SKY대와 성대생을 주선하면 펑크가 자주 났어. 주로 성대생이 안 나타났지. 묘한 자격지심이란, 아마 그런 거였을 거야.” B는 “그래서인지 주변에 독을 품고 고시 공부하는 친구들이 유난히 많았다”고 했다. 그런 B 자신도 억척 공부로 현재 작지만 잘나가는 금융회사 CEO다.



 좌절을 이겨낸 억척. 새 정부의 성균관 돌풍도 그 덕 아닐까. 내각 인선 30명 중 7명, 서울대 다음으로 많다. 유례없는 성적이다. 성균관대·고시·경기고 출신을 묶어 ‘성시경이 떴다’는 호들갑도 나온다. 이명박(MB) 정권의 ‘고소영’에 빗댔다. 듣는 성대 출신, 박근혜 당선인은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 고대·소망교회·영남은 MB와 밀접하다지만 ‘성시경’은 박 당선인과 무관하니 말이다. 그런데도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또 끼리끼리냐”며 질시 반, 경계 반이란 해석이 많다. 이 땅에 오죽 패거리 문화가 극성을 부렸으면.



 성균관 유생(儒生)은 조선 왕조 500년을 지탱한 집단지성의 상징이었다. 잘못하면 임금도 꾸짖었다. 지조와 용기, ‘딸깍발이’ 선비정신으로 무장했다. 그런 경지까진 힘들더라도 새 정부 들어 잘나가는 성균관인들, 끼리끼리는 제발, 완전히 잊어달라. 그러지 않았다간 미래의 지폐에 얼굴 찍히기는커녕 잘못된 이름만 오래 남길지 모르니.



이정재 논설위원·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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