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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 … 긍정 일깨운 ‘임 단장’

중앙선데이 2013.02.15 22:27 310호 6면 지면보기
사진 해냄출판사
예견된, 그러나 믿기지 않는 죽음이었다. 그룹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씨가 11일 위암으로 33년의 짧은 생을 접었다.

서른셋 생애 마감한 ‘수퍼스타’ 임윤택

울랄라세션은 2011년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에 나와 누구보다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주며 우승을 차지했다. 15년의 무명 생활 끝에 얻은 성취였다. 열정적으로 자신들이 설 무대의 계획을 설명하고, 힘을 다해 노래하고, 신들린 듯 춤을 추던 그에게서 병색을 읽기는 쉽지 않았다. 늘 쓰고 나오던 모자가 항암치료로 빠진 머리를 감추기 위해서라는 사실이 알려진 건 시청자들이 울랄라세션의 흥에 취할 대로 취해버린 뒤였다. 진통제를 맞고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괴로워하는 무대 뒤의 모습은 알아채기 어려웠다. 무대 위엔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신들린 긍정 에너지의 전파자, ‘임 단장’만 있을 뿐이었다. 그가 위암 말기 환자라는 사실은 충격을 줬고, 투혼을 불사르는 모습은 감동을 줬다.

그는 ‘슈스케’ 우승 후에도 열정적으로 달렸다. 지난해 5월 첫 미니앨범 ‘울랄라 센세이션’을 냈고, 음반 및 공연기획사 ‘울랄라컴퍼니’를 세웠다. 연말 콘서트도 열었다. 지난해 7월 자전 에세이집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도 펴냈다. 에세이에 썼듯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저절로 생긴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

병마와 싸운 그에겐 악성종양 같은 악플이 뒤따랐다. 암이라는 건 거짓말이라는 의혹, 병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이었다. 하지만 그는 “악플도 그들의 자유이니 대응하지 말자”며 의연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새로운 소식도 전해졌다. 생전에 치료비가 없어 고통받던 어느 암 환자의 수술비를 전액 지원해줬다는 것이다. 울랄라세션이 경연곡으로 골랐던 ‘서쪽 하늘’도 다시금 주목 받았다. 이승철이 불렀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곡이다.

“서쪽 하늘로 노을은 지고/ 이젠 슬픔이 돼버린 그대를/ 다시 부를 수 없을 것 같아/ 또 한 번 불러보네.”

마치 자신의 운명을 예견하는 듯한 가사. 임 단장 자신처럼 위암을 앓다 세상을 떠난 배우 장진영의 유작 ‘청연(靑燕)’ OST에 수록된 곡이라는 게 선곡 이유였다. 청연의 실제 모델인 여류 비행사 박경원도 비행 중 짙은 안개에 휩싸여 33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지난해 8월 헤어디자이너 이혜림씨와 결혼했고, 기적처럼 딸 리단(‘리틀 단장’)양을 얻었다. 음악,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위해서라도 암을 이겨내야만 했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아시아모델상 시상식’ 참석을 마지막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유언은 남기지 않았다. 발인(14일) 꼭 한 달 전이던 지난달 14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 마지막이다.

“리단맘이 갑작스레 1월 14일이 무슨 날이냐 묻기에 망설임 없이 리단이 100일이라고 대답하니 조금은 놀란 기색이네요. 대체 날 뭘로 보고. 난 자상하고 꼼꼼한 아빠거늘. 벌써 100일 식사모임을 할 곳도 세 군데 정도로 간추려 놓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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