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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마키아벨리와 다빈치가 연쇄 토막살인사건 수사한다면?

중앙선데이 2013.02.15 23:34 310호 26면 지면보기
저자: 마이클 에니스 출판사: 북폴리오 가격: 1만4800원
분열된 이탈리아의 통합을 이끌고 전 유럽을 호령해 르네상스의 위대한 지도자로 꼽히는 체사레 보르자(1475~1507).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의 모델이기도 한 그가 아버지의 편애를 받던 동생을 시작으로 줄줄이 토막 연쇄살인을 지휘한 ‘영혼 없는’ 살인마였다면?

역사미스터리 『포르투나: 잔혹한 여신의 속임수』

역사를 전공하고 큐레이터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비잔티움』(1990), 『밀라노공작부인』(1993)에서 치밀한 고증과 풍부한 상상력을 드러내 ‘타고난 역사소설가’로 인정받은 마이클 에니스는 체사레 보르자의 행적에 의문부호를 던진다. 『군주론』에서 “새로운 군주에게 줄 수 있는 지침으로 그의 행동을 예로 드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며 체사레를 칭송해 마지않던 마키아벨리가 다른 저서에서는 오히려 그를 심하게 비난하는 상충된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에니스는 체사레의 비밀에 중세 성직자들의 추악한 행태와 이단적인 카니발 의식을 엮어 『장미의 이름』과『다빈치코드』를 연상시키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빚어냈다. 서양사의 가장 중요한 저서 중 하나인 『군주론』의 번외편 격인 이 작품은 마키아벨리의 눈으로 체사레 보르자의 감춰진 내면을 들춘다.

이 세계사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작가는 마키아벨리와 동시대를 살았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끌어들인다. 연쇄살인의 범죄파일을 인류 최초의 프로파일러와 과학수사관의 공조수사라는 틀로 풀어내고자 한 것. 팜므파탈인 고급 매춘부를 사건의 열쇠를 쥔 인물로 설정해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때는 과학과 미술, 건축 등 새로운 발명과 발견이 꽃을 피웠지만 거듭된 전쟁으로 정치적 배신과 혼돈이 난무하던 1502년의 이탈리아. 토막살해된 한 여자의 시신에서 교황 알렉산더 6세의 5년 전 살해당한 아들이 지녔던 부적이 발견된다. 교황은 아들의 연인이었던 다미아타에게 사건을 뒤쫓게 하고, 사건에 접근해 가던 그녀는 마키아벨리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난다. 흩어진 토막시신들이 발견된 위치를 이으면 그려지는 지도 위 기하학적 도형을 두고 프로파일러 마키아벨리는 시체로 도형을 그리는 심리를 파고들고, 과학수사관 다빈치는 도형의 패턴도출에 몰두한다. 과거를 이해하면 앞일을 예상할 수 있다는 신념의 마키아벨리는 인간의 본성이 영원불변이라 믿는 반면 다빈치는 자연의 조화와 비례와 달리 인간 본성은 운명의 여신의 변덕에 따라 변하기에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인간 본성에 천착하는 프로파일러일까, 기하학 도형에 매달리는 과학수사관일까?

게임의 본질은 마법서의 찢어진 페이지에 숨겨진 체사레의 고백에 이르러 비로소 드러난다. 그렇다면 ‘허영심과 자만심에 충만해 속임수를 잘 쓰고 비범한 설득력으로 극도의 정서적 차가움을 감춘 채 감정이입과 후회를 하지 않는’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고루 갖춘 영혼 없는 살인마를 『군주론』이 찬미했던 이유는 뭘까. 군주 체사레의 환영은 16세기 초 외국 절대 왕정에 패해 혼돈에 빠진 이탈리아를 구원한다는 ‘선한’ 목적을 위해 마키아벨리가 꾸며낸 달콤한 속임수 아니었을까. 만들어진 영웅과 잔혹한 살인마는 곧잘 동전의 앞뒷면임을 역사가 드러내 왔으니 말이다. 미스터리가 풀린 뒤에도 마키아벨리의 역설과 체사레의 진실을 납득하기란 여전히 혼란스럽다. 무수히 반복되어 온 역사의 수레바퀴가 여전히 굴러가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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