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두교서, 두 개의 FTA 언급한 뜻

중앙일보 2013.02.15 01:03 종합 3면 지면보기
우연이었을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 연두교서 거의 끝부분에서야 두 가지 거대한 자유무역협정(FTA)을 언급했다. 중산층 재건, 재정개혁 등 경제이슈 직후도 아니었다. 안보를 역설한 뒤였다.


[뉴스분석] 오바마 양 날개 FTA … 중국 봉쇄 겨냥한 ‘무역동맹’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미레야 솔리스 연구원은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자신의 의도를 숨기려는 듯했다(웃음)”고 말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세계 교역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만한 것이었다. 바로 범대서양(TA)과 범태평양(TP) FTA 추진이다. 오바마는 “범태평양파트너십(TPP)을 조만간 마무리할 생각”이라며 “범대서양자유무역협정(TAFTA) 협상도 곧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TPP는 범태평양자유무역협정(TPFTA)의 또 다른 이름이다. 미국과 캐나다·호주·브루나이·멕시코·칠레·말레이시아 등 10개국이 참여한다. 중국과 일본은 이 FTA에 참여하지 않는다. 한국은 이미 미국과 FTA를 체결한 상태다. TAFTA는 미국과 유럽연합(EU) 27개국을 포괄하는 자유무역협정이다.



 솔리스 연구원은 “오바마가 대서양과 태평양을 아우르는 거대한 FTA 날갯짓을 하려 한다”고 평했다. 실제 TAFTA가 체결되면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한다.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50% 정도와 교역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TPFTA의 규모는 세계 국내총생산(GDP) 29%, 교역의 25% 정도다.



 먼 훗날 이야기가 아니다. 오바마가 말을 꺼낸 지 하루 만인 13일 미국과 EU가 TAFTA를 2014년 말까지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EU 리더들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TPFTA 당사국들은 3월 4일 싱가포르에서 만난다. 미국 무역대표부 관계자는 “13일까지 강도 높은 토론을 벌일 예정”이라며 “협상 과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미국이 보인 태도와 딴판이다. 미국은 TAFTA와 TPFTA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EU 리더와 캐나다·호주 정상들이 신속한 협상을 촉구했을 때 미국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협상을 지연시켰다”고 전했다. 그 바람에 TAFTA는 거의 20년 동안, TPFTA는 2007년 처음 제안된 이후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소련을 겨냥해 봉쇄망을 펼치듯 오바마가 서두르고 있다”며 “오바마가 교역 확대를 통한 중산층 재건 이상의 뜻을 갖고 있는 듯하다”고 보도했다.



 무슨 속셈일까. 새롭게 경제강국으로 떠오르는 중국에 대한 견제다. 이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지는 “TAFTA 등을 중국이라는 경제적 수퍼파워에 대항하기 위한 방위동맹 정도로 보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성급한 해석은 아닌 듯하다. 크리스틴 실버버그 전 EU 주재 미국대사는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TAFTA는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EU가 참여하는 경제적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라고 말했다. 나토는 1949년에 미국과 서유럽이 소련에 대항해 맺은 상호방위조약이다. 실버버그 말대로라면 TPFTA는 ‘경제적 애치슨라인’인 셈이다. 이 라인은 전 미 국무장관인 딘 애치슨이 50년에 일본과 대만을 연결해 그은 태평양방위선이다.



 국내 세계경제연구원 사공일 이사장은 “미국과 유럽 리더들 마음속엔 거대 중국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하다”며 “그들이 드러내 놓고 말은 하진 않지만 오바마의 거대 FTA 추진 이면엔 중국을 봉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오바마가 연두교서에서 안보를 언급한 뒤에 거대한 FTA 추진을 선언한 것이 우연은 아니었던 셈이다.



강남규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